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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했던 北... “입장 차이 줄이는 게 관건”

결렬된 북미 실무협상
7개월 만에 다시 시작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5일(현지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 후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미국과의 협상이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라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실무진과 좋은 논의를 했다”고 말하며 2주 안에 다시 실무협상을 재개하자는 뜻을 밝혔다. 북한의 태도는 예상보다 강경하다. 미국이 아무런 셈법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자신들이 만족할만한 것을 가져오라고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7일 김 대사는 귀국길에서 추후 회담 여부도 미국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 “이번 회담은 욕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2주 내 실무회담 재개 요청에도 “미국이 판문점 회동 이후 거의 아무런 셈법을 만들지 못했는데 2주 안에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엔 “회담이 진행되느냐 마느냐는 미국 측에 물어보라”며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며 공격적인 대답을 이어갔다. 또한 ‘미국이 어떻게 제안해야 받아들일 수 있겠나’와 ‘미국이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미국 측에 물어보라”며 모든 공을 미국에 돌리는 자세를 취했다.

美 전문가 “북미정상회담 노리고 실무협상 파기”

실무 협상은 결렬됐지만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태도에 따라 대화의 판은 깨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양측이 연말까지의 시한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꾸준히 접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북미 양측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며 “양측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비핵화에 대한 실용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까지 미국의 행동 변화가 없을 경우 핵과 미사일 발사 유예 등을 중단할 수 있다고 암시한 북한의 발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의 SLBM 개발 등으로 대미 위협이 증가하면 오히려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개념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난 5일 열린 실무협상이 합의되지 못한 것은 놀랍지 않다”고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밝혔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실무협상을 결렬시킨 이유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라는 압박을 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유예라는 외교적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경한 북한의 태도와는 달리 핵실험 등으로 미국을 자극할 가능성은 낮게 보며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해치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 연합
이도훈 “협상 2주 내 재개 두고봐야”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결렬된 북미 실무협상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이 본부장은 북미 실무협상 결렬 후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을 만나 북핵 문제 진전을 위한 3국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본부장은 북미 실무협상의 2주 내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본부장은 방미 결과에 대해 “한미가 힘을 합해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깊은 얘기를 나눴다”며 “상황 변화를 보고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쉽지 않지만 북미 모두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 테이블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게 우리 정부의 해석이다. 이 본부장은 “양측은 앞으로 대화가 계속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열어뒀다”며 “앞으로 과정이 쉽게만 전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한미 간의 공조”라고 말했다. 북미협상 과정에서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는 계속됐고 앞으로도 이 같은 협력은 이어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북미협상의 촉진자로서 향후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입장 차이 줄이는 것이 관건

북한은 여전히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원하고 있다. 북한은 하노이 핵담판 결렬 이후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 북한이 실험장 폐쇄와 핵미사일 시험발사를 중단했으니 미국이 체제를 보장하고 제재완화 카드를 보여달라는 것이다. 이런 북한의 태도는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에 따라 진전되는 ‘조건부 비핵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의 주장은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 논의를 위해 대북제제를 완화하고 한미훈련을 중단하라는 것인데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긴 어렵다”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미 사이의 신뢰를 깼다는 북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김명길 대사는 공개적으로 ‘선 안전보장과 제재해제 후 비핵화’를 주장하며 미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고 있다. 정 본부장은 “앞으로 북미회담 대표들이 수시로 만나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협의해도 연말까지 양측 모두 만족할만한 구체적인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럼에도 북한이 원하는 방안을 미국에게 연말까지 제시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북미 간 큰 입장 차이를 줄이고 포괄적인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출발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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