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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반정부 시위 장기화 조짐

극심한 경제난에 정권 붕괴 예측도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지난 11일부터 다시 격화되고 있다.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을 비롯해 타브리즈, 케르만샤, 시라즈 등 이란 전역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솔레이마니 사망 이후 반미 여론으로 집결하던 민심이 다시 반정부 시위로 옮겨갔다. 이란의 경제 불황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이란 정부가 유가 인상을 결정하자 반정부 시위가 지난해 11월 본격화한지 두 달 만이다. 반정부 시위가 급속하게 퍼지는 흐름에서 솔레이마니가 사망하면서 반미시위로 옮겨간 것이 이란 정권을 구한 셈이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실을 인정하면서 반정부 시위로 불씨가 옮겨갔다. 반정부 시위는 장기화하는 조짐이다.

이란의 극심한 경제난

지난해 11월 이란 시위대는 유가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로 시위를 시작했다. 경제난 속에서 휘발유 가격을 50% 올리고 유류 보조금을 삭감하자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실제 이란의 경제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이란의 지난해 실업률이 16.78%(전체 인구 약 8200만 명)까지 치솟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보다 9.46% 하락했고 1인당 GDP는 5506달러로 세계 95위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석유 구매량을 한달에 60리터로 제한하자 반대 시위대가 극렬히 반대하고 일어섰다.

이란 정부는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엔진 발화로 인한 사고였다고 주장해 왔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이란의 격추 사실을 압박하자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은 물론 이란 국민들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란 정권을 “거짓말쟁이”라고 외치며 그간 이란 정권에 쌓인 여러 불만을 분출하고 있다. 주춤하던 반정부 시위에 불을 댕긴 셈이다. 솔레이마니의 사망으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반정부 시위가 잠잠해지면서 이란 정권이 부활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동안 경제 등 여러 국내 상황에 불만을 갖고 있던 이란 국민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반정부 심리를 분출하고 있다. 이란 시위대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 주류는 이란 이슬람 혁명(1979년) 이후 세대인 젊은층이다. 이들은 사상보다 실리를 중요시하며 경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물가 상승, 실업률 증가 등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솔레이마니의 죽음보다 경제적 현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한 시위대 참가자가 최루탄 연기로 자욱한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연합
반정부 시위대 장기화 조짐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할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난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만큼 시위 열기가 가라앉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알라 살레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는 “출신에 관계없이 국민이 국가의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란 정부가 개혁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이란 시위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대는 소셜미디어로 집결하며 자발적으로 모이는 분위기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304명이 사망하는 등 1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악화되는 여론을 막기 위해 이란 정부는 일주일 동안 인터넷을 차단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도 인명 피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란 군부가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실탄을 발사하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는 중이다. 시위 참가자 중 한 명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진압군은 또 시위대를 향해 총을 쉬지 않고 발사했다”고 말했고 다른 증언자는 “7명이 총에 맞는 걸 봤다. 사방이 피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영어와 이란어로 “이미 수천 명이 당신들에 의해 죽거나 투옥됐고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며 이란 시위대를 공개 지지했다. 이란과 갈등하는 미국이 이란 내 반정부 시위 국면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란 정권 무너질 것“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폐위된 레자 팔레비 전 이란 왕세자는 이란 정권이 곧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그는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에서 이란 반정부 시위를 보고 “1978년 이란 혁명 시작 3개월 전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이란 정권의 완전 붕괴까지 수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혁명 발발 40년 만에 처음으로 현 정권의 붕괴 기회가 보인다고 강조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이란 정부는) 정상적인 정권이 아니며 그들의 행동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개혁하기보다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왕정 복원보다는 세속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를 지원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팔레비 전 왕세자는 “(시위가) 절정에 도달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예측했다.

지난 13일 제임스 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현재 이란 정권읜 1979년 이슬람 공화국 수립 후 가장 취약한 상황“이라며 ”솔레이마니 사망과 여객기 추락, 국민들의 불안이 결합하며 붕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예정된 이란 총선도 변수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계는 대서방 협상파로 온건 성향의 개혁파다. 선거에서 개혁파가 승리하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계의 반미 보수파는 국민적 개혁 요구에 맞닥뜨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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