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국정조사 제기 주장…청와대는 “사실 왜곡” 반박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s)'의 표지 이미지.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지난 23일 출간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s)’에 전 세계가 연일 뜨겁다. 이 책은 정식 출간 서적뿐만 아니라 해적판인 pdf파일이 온라인에 돌아다닐 정도로 세간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회고록에는 한반도와 관련한 북미정상회담 등의 내용도 담겨 있어 국내에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회고록 내용을 확인한 야당이 청와대를 향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작심비판을 하고 있어 향후 국내 정국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볼턴 불러서 국정조사 하자는 야당

볼턴 회고록 중 특히 문제가 되는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과 지난해 6월 판문점 미·북 정상 회동 당시 참석을 원했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 이를 원치 않았다”는 부분으로 파악된다. 이에 청와대는 “사실을 상당 부분 왜곡했다”며 일축했지만, 미래통합당은 국정조사로 진위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외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증인채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통합당의 국정조사 추진이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전 보좌관을 (국회) 증언대에 세워야 하는데 이런 것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며 “전직 보좌관의 책 한 권을 가지고 나라가 들썩거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께 출연한 김기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세계 최고의 사기극이 이뤄진 것 아니냐”며 “만약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평화의 기반이 허물어지니까 어디까지 사실인지 조사해보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김정은이 미북 정상회담을 먼저 원한 것처럼 (우리 측이) 전달했다. 그것은 허위 사실이다, 이렇게 볼턴이 이야기했다”며 “또 김정은이 최종적으로 불가역적으로 비핵화(CVID) 하겠다는 약속을, 1년 내 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는데 약속한 것처럼 잘못 전달했다. 이런 식으로 묘사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특히 두 사람은 국정조사가 추진될 경우 증인채택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우 의원은 “미국의 안보보좌관 했던 사람을 한국 국회 국정조사 증언대에 세운다는 건 외교적 갈등이 된다”며 “(국정조사를 한다면)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도 불러야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김 의원은 “외국인이라고 왜 (증인) 채택을 못하느냐”며 “우 의원님이 미국의 외교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볼턴 말고도 우리나라의 외교안보수석, 통일부 장관도 청문회를 한다면 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우 의원은 “이런 식이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나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 아베 일본 총리도 국정조사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역시 “청와대가 (의혹에 대해) 성실히 답변하지 않으면 국회 차원에서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야당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같은 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기반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도, 참으로 의아스럽고 실망스러운 행태들이 볼턴 회고록에 나오고 있다”며 “‘분식평화’, ‘남북 위장 평화쇼’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대로 설명하고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청와대에서 성실한 답변이 없다면 국민을 대표해 국회 차원에서라도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볼턴 “진실만 썼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을 통해 한국과 북한, 미국의 협상 과정을 폭로한 것과 관련해 “상당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볼턴 회고록에 관해 이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정 실장은 “한국과 미국, 북한 정상들 간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간 상호 신뢰에 기초해 협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에서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이런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볼턴 전 보좌관은 진실만을 썼다며 반박하고 있다. 볼턴은 다음날인 지난 2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회고록에 불쾌함을 느끼고 있고, 상호 신뢰와 외교 원칙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는 사회자의 지적을 듣고서는 “진실을 썼다”고 반박했다. 그는 “만약 한국과 미국의 유권자가 행동할 수 있는 시점에서 이와 같은 일에 대해 진실을 적지 않는다면 (양국) 국민에게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