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둔 미군 감축은 트럼프 대선공약”…에스퍼 미국방장관 “주한미군 철수 명령 안했다”
LA한인회 트럼프에 사과 요구 성명 발표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백악관에 전달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온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미군기지 앞에서 관계자가 근무를 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한미군 감축을 둘러싸고 미국 내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주한미군 철수 명령을 한 적이 없다고 밝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주둔 미군 병력을 감축할 뜻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고 있어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는다며 공식 석상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도마 위에 오르면서 주한미군을 둘러싼 논쟁이 첨예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주한미군 철수를 명령한 적이 없으며 국방전략에 따라 전 세계 미군 배치의 최적화를 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미군 재배치’에 무게를 싣고 있어 주한미군 감축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영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최로 열린 화상 세미나에서 주한미군 감축설에 관해 “나는 한반도에서 군 철수를 명령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나는 취임시 ‘국가국방전략(NDS)’을 시행할 것을 분명히 했다”며 “그 핵심은 모든 지리적 전투 사령부를 검토하고, 지역 임무를 수행하도록 우리가 최적화됐고 잘 배치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군을 최적화하기 위해 모든 지역의 사령부에서 조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계속 살펴봐야 한다”며 “이는 전 세계 도전들에 대응하는 데 있어 미국에 더 큰 전략적 유연성을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현재까지 아직 주한미군 축소 명령을 내린 적은 없지만 향후 가능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이어지면서 주한미군 감축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17일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 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직 감축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까지 해외 주둔 미군을 대폭 감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초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과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병력 문제를 논의하면서 오는 11월 대선 전까지 대규모 감축을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어디에선가 미군 병력을 집으로 데려오는데 대해 완강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주둔 미군 병력에 대한 철수 내지 감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에 대해서도 방위비 협상 상황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2만8천500명(한국), 5만5천명(일본)이 주둔중인 한국과 일본에 대해 방위비를 더 지불할 것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병력 감축에 집착하는 이유는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의 공약 사항이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20만명이던 해외 병력을 대폭 줄이겠다는 공약을 걸었다. 아프가니스탄 등에선 미군이 치안유지 업무만 맡고 있으며 독일과 한국 등은 자체 방어력이 있는데 미국민의 세금으로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이 같은 공약은 참모들의 반대로 매번 감축이 좌절됐고 재선을 앞둔 트럼프 입장에서는 주한미군 감축설에 매달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런 입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앞서 공화당의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공화당 주지사협회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호건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왜 그동안 한국인을 보호해왔는지 모르겠다. 한국인은 우리에게 돈(방위비)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했다”고도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 등 LA지역 36개 한인단체는 트럼프 대통령 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LA 한인단체들은 성명에서 “미국에서 가장 큰 한인 거주지역인 LA 한인 동포사회를 대표해 한국인과 문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매우 부적절하고 선동적인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준 이하 표현에 대해 강력히 비난한다. 국의 오랜 동맹을 그런 식으로 묘사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LA 한인회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발언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이처럼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대선을 앞둔 미국 국내 상황과 맞물려 돌아가면서 핑퐁 게임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이에 미국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한미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을 목전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감축 카드를 쓸 가능성도 있다고 전하고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