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나비효과’로 세계 재난 급증…일본 화산재 한반도 확산 우려 증폭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이 불어난 강물에 잠겨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2004년에 개봉했던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해류 흐름이 바뀌게 되면서 수일 동안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비가 내렸다. 결국 인류는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재앙을 맞이하게 되는데 올해 7~8월에는 이 영화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유독 많을 것 같다. 그만큼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까지 연일 물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30일 일본 오가사와라제도 니시노시마 화산에서 나온 화산재 및 화산가스 일부가 북태평양 고기압 기류를 따라 한반도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자연재해 앞에서 인류가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여름이다.

인류가 초래한 이상고온 현상이 재난 키운다

올해 여름 장마가 예년보다 유독 길게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상당한 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는 장마가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28일까지 49일째 이어지며 역대 가장 길었고 남부지방은 6월 24일부터 7월 31일까지 38일간 지속됐다. 남부지방 장마철이 가장 길었던 해는 2014년 46일이다.

역시 장마가 시작한 중부지방은 40일 넘게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 역대 최장기간인 2013년 49일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장맛비의 가장 큰 특성은 비가 국지적으로 상당히 강하게 내린다는 것에 있다. 그만큼 대비하기 쉽지 않고 비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이 대거 발생하고 있다.

비 피해는 한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초 규슈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70여명이 사망했다. 중국 역시 남부 지역에서 두 달째 이어지는 홍수로 수재민이 지난달 말 기준 5000만 명을 넘어섰고 중국에서 가장 긴 창장(양쯔강) 유역 홍수통제에 핵심 역할을 하는 싼샤댐이 연일 높은 수위를 기록하고 있어 댐의 안정성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나비효과처럼 북극과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기후변화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비를 쏟아 붓는 파생 효과가 발생한 것”이라며 “온난화로 단순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지역별로 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폭우는 북극과 러시아 북부 동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이상고온 현상과 연관이 있다.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오르면서 ‘반사판’ 역할을 했던 빙하와 눈이 녹아 지면이 드러나게 됐고 결국 햇빛을 반사하지 못하고 흡수하게 됐다. 이렇게 되면 따뜻한 공기가 쌓이게 되면서 공기가 정체돼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던 찬 기류가 남북으로 움직이게 된다.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 밀려온 이 기류가 물폭탄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북극과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기후변화의 명백한 증거도 나왔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태평양에 서식하는 동물플랑크톤이 북극해 서쪽 입구인 축치해(Chukchi Sea)에서 대량으로 발견됐다. 분석 결과 동물플랑크톤의 북극 출현 배경에는 수온변화가 있었다. 여름철 베링해의 따뜻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축치해가 태평양에 사는 해양생물이 살 정도로 따뜻해졌는데 축치해 여름 수온은 지난 40년 동안 약 2℃ 이상 증가했다.

북극해가 따뜻해지면 동물플랑크톤 증가로 수산자원이 풍족해지고 바다를 덮고 있는 얼음, 해빙이 녹아 북극항로 개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해빙 감소는 북극 대기를 데우고 불안정하게 만들어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한반도, 화산과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지난달 30일 일본 오가사와라제도 니시노시마 화산에서 나온 화산재 및 화산가스 일부가 북태평양 고기압 기류를 따라 한반도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다. 분화위치는 북위 27.25도, 동경 140.87도, 분연주(화산 분화 때 화산재, 화산가스가 기둥 형태를 이루는 것) 높이는 5500m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 화산은 지난 6월 12일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분화 중이며 지난달 30일 분화한 화산재와 연무가 일본 규슈 남쪽 부근까지 확산된 상태다. 기상청은 지난 4일 오후 1시 기준으로 일본과 한반도 사이에 화산 분화 영향에 따른 연무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상청은 “화산재 확산예측모델에서는 한반도에 직접적 영향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한반도가 화산재의 직접적인 영향 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은 낮지만 기상청은 앞으로 니시노시마 화산 분화를 위성영상, 미세먼지 농도, 확산예측모델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한반도 영향 가능성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마찬가지로 화산이나 지진도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이다. 화산과 지진에 대해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한반도도 최근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지진을 겪으면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백두산 화산 폭발 시 한반도 전체에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일부 주장도 제기되는 등 한반도 재난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다만 백두산이 아무리 강하게 폭발한다 해도 남한 지역까지 심각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유상진 기상청 지진화산국 지진화산정책과장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백두산’에서 나온 것처럼 실제 규모 7이 훌쩍 넘는 강력한 지진이 백두산 쪽에서 발생하더라도 남한까지 초토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지진이 발생한 위치를 진원지라고 하는데 당연히 진원지와 멀어질수록 지진 진동 세기가 급격하게 약해지고 백두산과 남한 지역은 아무리 가까워도 480㎞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백두산 지진으로 인해 남한 지역 지진이 발생한다 해도 규모 3을 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