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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제·백신 ‘묻지마 승인’ 괜찮나

전 세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과도한 전쟁…”정치적 의도”
  •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은 대체로 미국, 영국, 중국 등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세계 제약사는 코로나19 창궐 초기부터 치료제·백신 개발에 주력했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데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코로나19 발발 초기에는 단기간에 백신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 국가들이 치료제·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개발 속도가 매우 빨라졌고 특히 일부 국가들은 임상 과정을 일반 신약 개발과 비교해 크게 단축하고 있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미국 FDA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긴급 승인’, ‘중국 임상시험 중 백신 긴급사용 승인’, ‘러시아 임상 단계 코로나19 백신 세계 최초 등록’ 등 경쟁적으로 치료제·백신 승인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이런 과도한 경쟁이 자칫 코로나19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치 행보에 필요한 치료제·백신 승인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은 대체로 미국, 영국, 중국 등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도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임상 진행 현황을 감안하면 미국, 영국, 중국 등에 비해 많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WHO에 따르면 임상 3상에 들어간 백신 후보 물질은 최소 7개로 이 중 4개가 중국에서 개발 중이다. 백신 개발 선두권에는 역시 미국, 영국, 독일 등이 있다. 미국 모더나를 비롯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3상을 진행 중이다. 독일 폴 에르리히 연구소도 1~2단계 임상 실험 결과 일부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각 주에 오는 10월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라는 서신을 발송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11월 3일) 이전에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고 밝힌 후 CDC 등 관계당국 대응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긴급 승인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해주는 정황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발원지 중국은 지난 7월 국영 제약사 시노팜이 임상시험 중인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시노팜은 아랍에미리트에서 2만 명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실시한 결과 안전성이 높게 나왔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향후 모로코 등에서도 3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관련법에 중대 공공보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임상 중인 백신을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긴급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역시 성급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도 임상 단계인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최초로 등록했다고 전격 발표하고 생산에 들어갔다. ‘스푸트니크 V’로 불리는 이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센터가 개발해온 백신이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주요 절차를 무시하고 백신 등록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안전성·유효성 입증되지 않으면 더 큰 부작용 초래

코로나19가 재확산 중인 국내에서도 정부, 제약사, 연구소 등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개발 코로나19 혈장분획치료제 ‘GC5131’에 대해 2상 임상시험을 지난달 승인했다. 이로써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관련해 진행 중인 치료제 및 백신 임상시험은 총 16건(치료제 14건, 백신 2건)이 됐다.

이번에 승인한 ‘GC5131’은 녹십자에서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이용해 개발 중인 ‘고면역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 성분 의약품으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된다. 해당 제품은 코로나19 완치자 혈액 중 혈장을 대량으로 수집한 후 여러 공정을 거쳐 제품화한 것으로 코로나19 중화항체가 농축된 면역글로불린이다.

일본 정부는 일본 전 국민에게 무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사임을 선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일본 전 국민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 미국 화이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복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회사와 구매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치료제·백신 개발과 확보에 가속이 붙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각국이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은 약품을 승인할 권한을 갖고 있어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한 승인 경쟁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WHO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선호하는 방식은 백신의 완전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뒤 WHO가 개별 약품 효능과 안전성을 사안별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수백만 명에 대한 백신 접종을 너무 서두르면 부작용을 놓칠 수도 있고 특히 완전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 경우 집중적인 추적과 안전을 위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반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이나 치료제를 접종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특히 건강한 사람에게 접종하는 백신의 경우 긴급사용 승인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치료제·백신 개발을 가장 서두르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의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주요 멤버 앤서니 파우치 소장도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에 대한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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