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비판여론 거세…대선 의식해 참모진 반대 불구 조기 퇴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사진은 지난 달 11일 백악관으로 돌아가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원 3일 만인 5일(현지시간) 오후 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했다.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퇴원하면서 백악관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병원 입원중 돌발 외출에 이어 조기 퇴원까지 감행한 대통령의 행보에 여론의 비판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오후 입원중이던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을 나와 헬기를 타고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치료를 받은 지 3일만이다.

양복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매우 감사하다”는 말만 전한 뒤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은 채 취재진을 향해 주먹을 쥐거나 손을 흔들고 ‘엄지척’을 하기도 했다. 백악관에 도착한 그는 2층 발코니에서 마스크를 벗은 뒤 헬기 쪽을 향해 경례를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으로 출발 직전 트위터를 통해 “조만간 선거 캠페인에 돌아올 것이다. 가짜 뉴스는 오직 가짜 여론조사만을 보여준다”며 대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에도 트위터에 영상을 게재하며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며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정말 훌륭한 약과 지식을 개발했다. 나는 20년 전보다 더 상태가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치료해온 의료진은 이날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에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지만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주치의인 숀 콘리 등 의료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흡기와 관련해 어떤 문제도 없으며, 지난 24시간 동안 상태가 좋아졌고, 지난 72시간 이상 열이 없어 해열제를 복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의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인정했다. 콘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흘 이상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우려가 됐던 대통령의 폐 손상 여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으며 백악관에서 면밀하게 모니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하게 격리되는 게 가능한지 등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후 중증 환자에게 주로 쓰이는 덱사메타손과 함께 렘데시비르 등을 투약받아 왔다.

트럼프의 이 같은 조기 퇴원에 여론은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그의 조기 퇴원과 트위터 메시지에 대해 반박하며 트럼프의 행동이 국가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바이러스를 안고 돌아온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확진자가 잇따르던 백악관은 코로나19 감염의 중심지가 돼 버렸다”며 “20만 명 넘는 미국인이 목숨을 잃고 본인 또한 바이러스에 걸렸는데도 대통령은 여전히 심각성과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대통령은 미국에서 대다수가 이용할 수 없는 의료 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라며 실제로 “트럼프는 리제네론사(社) 항체치료제를 쓰고 있는데 그 치료법은 대중이 이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같은 비난 여론에도 트럼프가 퇴원을 강행한 것은 대통령 선거가 불과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판세를 뒤집고자 하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와 위스콘신주에서 조 바이든 후보에게 각각 5%포인트, 6%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다.

실제로 CNN에 따르면 트럼프의 참모진은 이날 오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퇴원하지 말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상태가 악화해 다시 입원할 경우 더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이에 참모진의 뜻을 거스르면서 선거전에 빨리 돌아오려고 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해 참모진 사이에서 향후 마찰과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오긴 했지만 완치 때까지 격리돼야 해 선거전에 상당히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금리가 오히려 상승했고 우리나라 및 주요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소폭 상승에 그치는 등 단기적인 시장충격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라며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회복 및 여론 추이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당분간 미 대선 관련 불확실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