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한국전쟁 발언 두고 美中 대리전…국내서는 병역특혜 논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온라인 방식을 통해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들과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국내외를 막론하고 방탄소년단(BTS)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BTS는 이런 논란 속에서도 대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피처링에 참여한 ‘새비지 러브’로 지난주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정상을 차지하면서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두 번째 핫100 1위곡을 탄생시킨 것. 이미 BTS는 지난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와 함께 본상 격인 ‘톱 듀오·그룹’ 상까지 받아 2관왕에 올랐고 그 기세를 몰아 미국 3대 음악상 가운데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도 수상을 해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너무 잘 나가서 그런 걸까? 이번 BTS 논란은 의외의 곳에서 엉뚱한 이유로 발생했다.

중국 민족주의 폭발…대신 나서는 미국 정부?

BTS는 한미 관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로부터 ‘밴플리트상’을 수상했고 논란은 이후 발생했다. BTS는 수상 소감으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들은 BTS 수상 소감을 비판하며 연일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고 중국 누리꾼들은 BTS가 한국 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한다면서 국가존엄을 깎아내리는 발언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일부 중국인들은 BTS에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하는가 하면 BTS팬으로 보이는 중국인이 무차별 폭행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단순히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우리 옛 속담을 떠올리면서 무시해버리기에는 도를 넘는 반응이다. 중국의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들은 항상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것이 특징이지만 BTS의 지극히 평범한 수상 소감에도 이 정도로 반응을 한다는 것은 자칫 외교문제를 불러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위에 대응을 한 곳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미국 정부였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전쟁 70주년을 언급한 BTS에 “긍정적인 한미 관계를 지지하는 데 노력해줘 고맙다”고 발표한 것. 특히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BTS는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플리트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음악은 세상을 하나로 만든다”고 언급하면서 BTS 수상을 축하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트윗도 리트윗했다.

미국 정부의 이런 반응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물론 이미 한국 언론을 비롯해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 언론들이 중국 민족주의적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고 전 세계 누리꾼들도 트위터 등을 통해 중국의 일방적인 분노를 조롱하며 중국 공산당을 독일 나치에 비유한 ‘차이나치(China+Nazi)’ 해시태그를 퍼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한국 정부가 외교 갈등을 우려해 정부 차원 대응을 전혀 하지 않고 일부 한국 기업들은 BTS 광고를 철회하기까지 하는 상황이라 미국 정부의 이번 대응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BTS 사태와 관련해 이번 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분위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환구시보는 BTS 관련 제목을 바꿔가면서 자제를 언급함과 동시에 반감도 유도하는 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심지어 환구시보가 자사 위챗 계정에 올린 BTS 반응 기사에서는 ‘BTS, 잘못이 없고 우리는 중국 팬 필요 없다’는 식으로 중국인을 자극하는 제목을 올리는 등 중국 여론은 지속적으로 격화되고 있다.

대중문화 예술인 병역면제 신중, 연기는 58.8% 찬성

국내에서는 BTS 병역 특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한국 위상을 높인 점 등 공로를 인정해 BTS 멤버들의 병역 면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BTS 병역 면제를 주장하면서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찬반 여론이 엇갈렸다.

기본적으로 BTS의 국위선양 자체에 이론은 없다. 다만 아직까지 대중문화 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가 없다는 것 때문에 무작정 BTS 병역 면제를 거론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병역의무에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BTS 멤버들은 군복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겠다는 입장이라 괜한 정쟁 이슈로 오히려 BTS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BTS 병역 면제 신중론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절충안을 들고 나왔다. 병무청이 가수 BTS 등 대중문화 예술인의 입영 연기를 골자로 병역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 병무청은 입영 연기 대상에 문체부 장관이 추천하는 대중문화 예술인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이 병역법이 적용되면 만 30세까지 입영 연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모종화 병무청장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형평성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체복무는 확대해서는 안 되고 축소해야 한다”며 “가장 높은 수준의 문체부 장관 추천 기준도 만들고 연령도 입영 연기할 수 있는 상한선까지 고려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대중문화예술 우수자 관련 병역법 개정 찬반’을 조사한 결과 ‘찬성한다’는 58.8%, ‘반대한다’는 31.4%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30대(찬성 64.2% VS 반대 30.4%)와 50대(63.6% VS 31.3%), 60대(61.3% VS 31.4%), 40대(61.1% VS 32.5%)에서 ‘찬성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병역 문제에 민감한 20대(54.4% VS 35.1%)도 찬성율이 반대율보다 높았다.

지난달 3일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이돌 그룹이 단독으로 창출하는 경제효과가 연 5조60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 등을 통해 문화 분야 해외 진출에 따른 대한민국 대내외적 위상 제고가 증명됐다”며 “현행법 상 높은 대학진학률로 70%에 가까운 20대가 대학생·대학원생 신분으로 입영 연기를 하고 있지만 체육 분야는 입영 연기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대중문화예술 분야는 동등한 수준의 권익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