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내년에는 극심한 식량난 봉착할 수도”…선진국 방역 시스템 붕괴

예멘의 한 의사가 영양실조를 앓고 있는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모더나가 최근 예방률 90% 이상 코로나19 백신 개발 중간결과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2차 팬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고 실제로 코로나19 초기 발생 때보다 더 심각한 확산세를 보이는 나라들까지 있어 전 세계 인류는 근래 들어 가장 우울한 연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인류가 또 다른 추가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국 방역 시스템 붕괴와 전 세계 산업 위축은 물론 최악의 식량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내년 ‘최악의 식량 위기’ 도래 가능성↑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내년에는 최악의 식량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유엔 산하 기구 세계식량계획(WFP)이 충분한 재원이 마련되지 않으면 전 세계 식량 상황이 올해보다 악화되면서 세계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기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

실제로 각국 정부가 코로나19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면서 아직까지는 세계적인 기근을 피할 수 있었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여러 국가에서 재봉쇄가 진행 중인 데다 중·저소득 국가 경제 상황은 더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최근에는 각국 봉쇄령과 보호주의 조치에 농산물 공급망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지난달 WFP와 유엔식량농업기구는 향후 3∼6개월 안에 예멘, 아프가니스탄 등 약 20개국이 식량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WFP는 분쟁지역과 재난지역 난민수용소에서 꾸준히 식량을 공급하고 있지만 가장 힘든 상황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본다”며 “내년에는 인류가 더 극심한 식량난과 기근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식량위기는 ‘식량안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각국 보호주의 기조로 인해 과거처럼 식량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해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만 해도 식량위기는 대북정책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2차 팬데믹, 재확산 자체보다 ‘깜깜이’가 더 문제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는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는 확진자 중 70~90%가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주요 거점 파악도 쉽지 않아 유럽 각국은 규제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마디로 그동안 선진국이라고 전혀 의심하지 않았던 유럽 국가들의 방역 시스템이 완전히 몰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의료 수준을 자랑하던 독일조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중 75%가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이번 달 초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2만 명 대를 넘어선데 이어 지금까지도 1만 명 중반 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등 독일과 인접한 국가들도 확진자 75% 이상이 감염경로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어 상황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서유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강력한 봉쇄령 등으로 버티고 있지만 스페인은 누적 확진자 수가 150만 명에 육박하는 데다 확진자 90% 이상이 깜깜이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황이 다소 나아지고 있는 미국도 뉴욕의 경우 확진자 약 50% 이상이 깜깜이다.

유럽 국가에서 이처럼 깜깜이 확진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감염경로 추적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적 감염경로 파악이 잘 되는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확진 접촉자 중 10명 이상의 경로를 추적하는 반면 유럽은 4명 이하의 경로를 추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유럽 국가가 부분 봉쇄에 들어갔지만 일부는 더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 하지만 경제 회복을 요구하며 봉쇄 조치에 반발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등 국민들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롱테일 코로나’ 우려…전염병 패러다임 바꾼다

거의 1년을 인류와 함께 하고 있는 코로나19의 또 다른 문제는 후유증이다. 학계에서는 사스 등 일반 호흡기 질환과 달리 완치 이후에도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는 ‘롱테일 코로나(Long-tail covid)’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도 35% 정도가 후유증을 앓는다는 보고가 있다며 코로나19는 감염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젊고 건강한 사람도 코로나19 증상이 길게 나타나는 롱테일 코로나에 걸리면 초기 감염 이후 4개월 만에 장기 손상 징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다. 아직 이 연구가 손상된 장기가 증상의 원인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상관관계는 나온 상황이다. 향후 이 연구의 상관관계가 증명된다면 코로나19가 전염병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는 것이 확산을 방치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치한다면 사망자나 장기적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더 많이 나온다는 것. 또 다수 국가에서 이미 의료 체계가 심각한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의료 인력이 심각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현재 일부 국가 확진자 급증이 극도로 우려스럽고 특히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의료 인력과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코로나19는 인체 모든 시스템을 공격할 수 있는 위험한 바이러스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임박했다고 해서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않고 확산되도록 방치하는 국가들은 불장난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