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감염자 보고 후 11개월 만에 세계 확진자 6000만 명 돌파

추수감사절 여행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찾은 미국인들. 전문가들은 추수감사절 대이동에 따른 거대한 후폭풍이 곧 불어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코로나19 실시간 집계 사이트 월드오미터는 전 세계 누적 확진자가 6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코로나19 감염자가 보고된 이후 11개월 만이며 1000만 명씩 증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점점 단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계 누적 확진자가 5000만 명에서 6000만 명이 된 시간은 단 16일(최초 1000만 명 돌파 179일)이었다. 국가별 누적 확진자는 미국이 1000만 명을 돌파하며 가장 많고 이어 인도, 브라질, 프랑스, 러시아, 스페인, 영국 등이 뒤를 이었다. 누적 확진자가 100만 명이 넘은 나라는 모두 11곳이나 된다.

연말은 물론 내년에도 벗어나기 어렵다

여전히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는 이미 전 세계에 150만 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나마 화이자, 모더나 등 세계 제약업체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조만간 상용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물론 캐나다도 12월 안에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전망이다. 캐나다의 경우 미국에서 긴급사용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사용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다음달 10일 회의를 열어 임상 최종 결과에서 95% 예방 효과를 보인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승인 여부를 검토한다.

유럽의약품청(EMA) 역시 조만간 이들 업체의 백신 승인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백신 승인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빠르면 12월 중순부터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며 늦어도 1월에는 백신 출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WHO 코로나19 전문가가 내년 초 유럽에서 코로나19 3차 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나바로 WHO 코로나19 특사가 최근 스위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도 유럽은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한 것.

나바로 특사는 “유럽 지도자들이 지금 자신들의 오류를 바로잡지 않으면 내년에도 코로나19 3차 감염이 진행될 수 있다”며 “유럽 국가들이 올해 초 코로나19 1차 파동 후 필요한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실패하면서 지금의 2차 파동이 발생했고 지금이라도 기반시설을 구축하지 않으면 내년 초 3차 파동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해 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엄격하고 선제적인 봉쇄조치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려고 했지만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정도로 여전히 유럽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상태다.

나바로 특사는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며 “아시아의 경우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격리, 손씻기와 소독 등을 철저히 실시하는 것은 물론 가장 취약한 집단을 보호하고 있고 불편을 감수한 것이 유럽에 비해 확진자 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회복, 백신 접근성이 중요

선진국에서는 늦어도 내년 초부터, 국내에서는 내년 중반부터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된다는 전망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 다만 백신 상용화의 경우 안전성, 유통문제, 경제주체들 호응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백신이 실제 출하되고 접종이 시작되면서 더 명료한 전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코로나19 회복 순위’를 발표했다. 경제 규모가 2000억 달러(약 221조5000억 원) 이상인 53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한 달간 인구당 확진자 및 사망자 수, 백신 공급계약 체결 건수, 검사 역량, 이동 제한 정도 등 10개 지표를 평가했다.

1위는 빠르고 결단력 있는 대처를 했다는 평가를 받은 뉴질랜드(85.4점)가 차지했다. 뉴질랜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3월 26일부터 봉쇄조치를 시행했고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도 국경을 빠르게 통제했다. 또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공급받기로 한 점도 반영됐다.

2위는 의외로 일본(85점)이 차지했다. 일본은 현재 최근 한 달간 확진자 수, 치명률, 총 사망자 수, 양성률 등에서 한국(4위)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블룸버그는 큰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오히려 인구가 1억2000만 명이 넘지만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331명에 불과한 것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3위는 대만(82.9점)으로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빠르게 출입국을 통제했고 마스크 재고 및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앱도 도입했다. 무엇보다 대만에서 200일 넘게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 높은 점수를 받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만은 백신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은 총 82.3점을 받아 4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검사와 역학조사를 효과적으로 실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백신 접근성 항목(5점 척도)에서 비교적 낮은 2점을 받았다. 봉쇄 강도(100점 척도, 높을수록 부정적)에서는 중간 정도인 44점을 받았다.

하위권으로는 페루(51위), 아르헨티나(52위), 멕시코(53위)가 꼽혔고 이탈리아(40위), 스페인(41위), 프랑스(45위), 벨기에(50위) 등 유럽 주요국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미국은 18위에 그쳤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현재 우리는 일부 국가,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의 환자 급증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코로나19는 인체 모든 시스템을 공격할 수 있는 위험한 바이러스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임박했다고 해서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내년에도 코로나19와 함께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신 개발이 임박하면서 어느 정도 코로나19 극복이라는 청사진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인류가 더 빠른 확산세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WHO가 백신 개발에 환영의 입장을 밝히면서도 아직은 안주할 때가 아니라고 거듭 경고하는 이유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