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 부동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온라인쇼핑 때문에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 미국도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의 매장 방문이 줄어 많은 점포가 문을 닫고 있다. 대형 쇼핑센터도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물론 향후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매장 방문객은 증가할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남는 점포와 쇼핑센터는 계속 번성하고, 소매공간도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다. 도시부동산연구단체인 ULI가 최근에 발표한 ‘2021 도시부동산 이머징 트렌드’ 자료는 미국 소매부동산의 시련과 살아남기 위한 시사점을 정리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의류 상점에 ‘임대’ 공지가 붙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소매업은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판매시설이 공급과잉이고 시설 대부분이 낡고 유행에 뒤떨어져 있다. 진부한 브랜드도 많고, 소득향상이 미흡해 소비수요도 부족하다. 여기에 온라인쇼핑이 늘면서 소매부동산은 향후 5년간 조정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ULI 분석에 의하면, 미국 소매부동산은 주요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 투자 매력도가 4년 연속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작년에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주거용 -6.9%, 산업용 -8.8%, 사무용 -17.2%, 소매용 -19.2%, 숙박용 -20.5% 정도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 형태의 소매비중이 작아지면서 적절한 면적 유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의 모든 백화점 체인이 지금 점포 숫자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매출은 2000년에 정점을 찍은 이후 40% 정도 감소했다. 특히 미국 대부분의 쇼핑몰에 둥지를 틀고 있는 전통적 중급 백화점 상황은 더 심각하다. 또한 쇼핑몰에서 매장 수와 임대료 비중이 가장 큰 의류와 액세서리 점포는 할인점, 패스트 패션, 온라인 경쟁 등에 밀려 문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면 창고형 매장, 슈퍼스토어 같은 대규모 할인점 매출은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잘 나가던 식당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코로나19로 인해 휴업이나 폐점이 크게 늘었다. 사회적 교류에 의존하는 다른 대부분의 소매업도 매출 하락이 심하다. 더구나 불확실성 시기에 절약하고 보자는 소비자 심리도 가세하고 있다.

식품점, 드럭스토어, 주택용품점 등을 제외한 대부분 소매업종은 이커머스에 의해 심각한 판매 잠식을 당하고 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소매업 중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1.4%에서 작년 2분기 16.1%까지 상승했다. 한국도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21.4%에서 작년 11월 29.2%까지 수직으로 상승했다. 물론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대부분 고객이 매장으로 귀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모든 소매점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벽하게 복귀될 것 같지는 않다. 이미 많은 소비자가 온라인쇼핑의 편리성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소매업 매출은 연방정부의 다양한 소득지원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다시 하락하고 있다. 실업률은 역사적 수준으로 높고, 수백만 명의 임시직 근로자들은 심각한 소득감소를 겪고 있다. 작년 여름에 전반적 소매판매는 저점을 찍었지만, 정부의 추가적 지원이 없다면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어떤 경우가 되든 건물매장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힘들 것 같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족이 운영하는 영세상인이 많고 지금 장사가 안 돼 힘들어 한다. 연방정부의 팬데믹 지원 프로그램으로는 버티기가 힘들다. 직원들 급여와 납품대금을 부채로 메꾸고 있는데, 매출이 회복된다는 확실한 전망도 없다. 잠시 휴업한 많은 영세상인은 지금 영원한 폐업의 길로 가고 있다.

주요 미국 체인점 본사들이 폐점과 파산을 선언하면서 전문가들은 상업공간 폐점률이 20%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에 걸쳐 이미 1000만 평이 넘는 빈 매장이 있음에도 10배가 넘는 1억 평의 빈 임대매장이 상가 주인에게 다시 반환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임대료 수입도 줄고 있다. 코스타 그룹은 작년 소매업 전체 임대료가 13.0% 감소하고 일반소매업은 13.3%, 식료품과 쇼핑센터는 12.6%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톱 브랜드 회사는 지금의 상황을 저렴한 임대료와 더 나은 출점 입지를 확보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프리미엄급 쇼핑몰도 빈 공간을 테난트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톱 브랜드의 매출 사정이나 이들 쇼핑센터의 임대료와 입점률이 개선된 것은 없다.

쇼핑센터의 물류시설 전환이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쇼핑센터를 보유한 사이먼 프로퍼티는 빈 쇼핑센터를 온라인쇼핑 공룡인 아마존의 물류센터로 전환 중이다. 소매부동산 비중은 줄고 있지만 물류센터 공급이 3배나 많아지는 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인구밀집 지역과 가까운 고속도로 주변이 선호되고 있다.

향후 미국 소매부동산 공실률은 높아질지언정 임대료는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병 이전 몇 년 동안 미국 소매부동산의 공급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이미 공급과잉이 심해 공실률이 높아진 상태였기에 실질 임대료 하락폭이 컸다.

건물 매장공간 활용에서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대형 매장은 상품판매 이외에 다양한 식사·문화·여가 활동 등을 반영한 체험형 소비 공간의 제공이 늘고 있다. 중소형 매장은 매장을 압축해 내점 판매에 집중하면서도 픽업과 주문 앱을 활용하는 판매채널 다양화를 전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음료 매장은 크기를 줄이면서 집밥 문화에 대응하는 테이크아웃과 픽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수준은 코로나로 인해 상품의 다양성과 배송시스템 등이 개선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업체인 타깃과 월마트가 온라인을 융합한 옴니채널에 성공하면서 이를 따라 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운영이 어려운 쇼핑센터도 물류와 온라인 영업을 겸하는 매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아예 허물고 주택 같은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비대면 쇼핑이 증가하면서 도시계획에서 소매부동산 필요 수요에 맞춰 공급면적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정확한 관리를 해야만 상업공간의 공실 발생을 막고, 지역별로 꼭 필요한 다른 부동산 공간을 공급하는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코로나19와 온라인쇼핑 증가로 인해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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