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접종 이후 국내 AZ 백신 접종률 상승할까

한국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혈전 생성 현상 때문에 AZ 백신을 기피하는 현상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의 AZ 백신 접종률에는 경고음이 울렸다. 이 같은 접종 속도를 유지하다간 집단면역에 걸리는 시간이 하염없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집단면역이 늦어지면 서방 국가들에 비해 경제 회복이 뒤처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AZ 백신의 낮은 접종률은 AZ 백신에 대한 불신,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한국 정부는 국민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AZ 백신을 공개적으로 접종 받기도 했다. 하지만 AZ가 임상3상을 진행하면서 자사 백신 효능 계산에 유리한 데이터만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자 AZ 백신에 대한 전세계적 신뢰도는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2분기 국내 AZ 백신 접종률도 1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Total number of vaccination doses administered per 100 people in the total population.(출처=ourworldindata)

글로벌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간)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1.44%에 불과하다. 영국은 45.94%로 가장 높았고, 미국 39.01%, 독일 13.66%, 중국 5.76%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백신 접종 속도와 경제 회복 속도와의 연관성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신 접종 속도가 느린 국가는 경제적 피해에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노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특히 한국을 비중 있게 거론한 후 집단면역에서 뒤처진 국가들의 경제 회복 속도 역시 더딜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의 집단면역 기준은 전국민 접종률 70%다. 현재의 접종 속도를 단순 계산할 경우 집단면역에 도달하기까지 무려 4년 정도가 걸린다. 정부는 접종률과 관련해 여전히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 반장은 지난 24일에도 “접종률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11월 말까지 차질없이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부의 전망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AZ 백신 접종을 중단했던 유럽 국가들이 차츰 백신 접종을 재개하고 있지만 AZ 백신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신뢰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국가들은 AZ 백신 접종자들에게서 혈전 생성 사례가 나타나자 백신 접종을 즉각 중단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보건당국인 유럽의약품청(EMA)이 지난 18일 “AZ 백신 접종이 혈전의 전체적인 위험 증가와 관련돼 있지 않다”고 밝히자 AZ 백신 접종률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주장도 각국 태도 변화에 일조했다는 평이다. WHO는 지난 16일 “AZ 백신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백신 효능이 위험성보다 더 크다"며 지속적인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지난 11일 서울 동작구보건소에 보관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병(사진=연합뉴스 제공)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의 AZ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AZ 백신에 대한 전국민적인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AZ 백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만연한 탓이다. 각종 가짜뉴스나 지라시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 등이 AZ 백신에 대한 오해와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일례로 AZ 백신 접종을 받으면 혈전 생성 가능성이 있지만 화이자 백신은 이러한 부작용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사실과 다르다. 혈전 발생 건수를 보면 AZ 백신과 화이자 백신간 차이는 없다. 유럽에서 AZ 백신과 화이자 백신이 비슷한 건수로 접종이 됐는데 정맥혈전증 등의 혈전증 건수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혈전 생성 현상과 AZ 백신 접종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정부의 발표도 국민들의 불안감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최은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2일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WHO, EMA, 영국 의약품규제청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보고된 혈액응고 장애에 대해 분석한 의학적 근거와 결론을 검토한 결과 이들의 입장과 동일하게 백신 접종을 지속해야 함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AZ 백신 접종률은 1%대를 넘지 못했다.

혈전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다. 주목할 점은 백신 접종 후 관찰된 혈전 생성 사례가 평상시 자연적인 발생 수준보다 더 낮다는 것이다. AZ 백신으로 혈전증이 증가했다는 증거나 연관성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혈전증이 나타났다는 의견은 사실이다. 혈전증은 코로나19 증상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AZ 백신을 맞는다면 혈전증이 나타날 가능성도 줄어들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 정부는 AZ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에 본격적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지난 23일에는 문 대통령 내외가, 27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AZ 백신을 접종받았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이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할지는 불확실하다.

AZ는 22일 자사 백신의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능이 79%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는 AZ의 시험 결과에 의혹을 제기했다. NIAID는 AZ가 최신 데이터가 아닌 오래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험 결과를 도출해 냈다고 했다. AZ는 NIAID의 주장을 받아들여 최신 데이터를 반영했고 그 결과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능은 76%인 것으로 수정해서 발표했다. AZ는 처음 발표 당시 결과가 지난 2월 17일까지 진행한 시험 결과였다면서 48시간 안에 최신 결과 분석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신뢰성을 어느 정도 회복할지가 관건이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