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함( 출처=연합뉴스 )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대만의 위기는 일본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어, 일본이 대만해협 문제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국제관계 전문가가 주장했다.

가네하라 노부카쓰 일본 전 외교관은 최근 닛폰닷컴 칼럼을 통해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좌파적 정부 성향으로 대만 지역에서 문제가 발발하면 대만 지원에 서둘러 나서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가네하라는 또 중국을 광신적인 국수주의(Chauvinism)로 묘사하고 대만해협의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으로 지목했다.

가네하라에 따르면 지난 4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공동 성명서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이 50년만에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지난 1969년 11월 리처드 닉슨과 사토 에이사쿠의 성명서 언급이후 대만해협 이슈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가네하라의 분석에 따르면, 당시 마오쩌둥 중국 주석은 평소 멘토로 삼던 니키타 후루시쵸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친서방정책에 배신감을 느꼈다.

마오쩌둥의 공개적 반발속에 양국 영토의 경계선인 전바오섬(러시아명 다만스키섬)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는 등 중소 분열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중국은 아이훈조약(1858년)으로 빼앗겼던 청제국 시절 영토 전바오섬을 되찾고 싶어 습격을 감행했다.

또한 경제건설운동로 내걸었던 <대약진정책>이 소련 건설자들의 철수 등으로 실패로 끝난 정치적 요인도 영토 분쟁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군사력에서 뒤진 마오쩌둥은 소련 위협에만 집착, 미국과 일본에 손을 내밀며 대만 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이후 베이징은 워싱턴·도쿄와 관계 정상화에 성공했다. 대만은 중국의 합법적 정부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 외교에서 대만은 더 이상 이슈로 간주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리덩후이 대만 총통이 “나는 대만인이다”라는 정체성을 주장하면서 등장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미사일을 발사하는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만해협의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이같은 3차 대만해협 위기에 대해, 미국은 니미츠 항공모함을 투입해 중국의 무력시위를 견제했다.

이 사건은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분열주의의 약점을 건드린 것이다. 중국의 최후 통일 왕조인 청제국은 지배층 만주족외 한족, 위구르, 티베트, 몽골 등의 다민족 국가체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공산당원’이라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묶어두고 싶어한다.

중국은 대만을 1차 중일전쟁후 일본이 가졌던 영토를 되찾야 하는 지역으로 평가한다. 당연한 권리라는 주장이다. 또한 장제스의 대만 국민당을 분열로 판단, 공산당의 일당 체제 편입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전체주의가 무너진후 민족 단위인 소비에트와 유고슬라비아로 쪼개진 것처럼 다민국 중국을 하나의 영적인 단일 정체성으로 끌고 가는 것은 쉽지 않다고 가네하라는 지적했다.

그는 “대만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일본과 지역 안보 전체를 위협할 것이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오키나와현 요나구니섬과 대만간 거리는 100km에 불과하다. 더구나 중국은 센카쿠 열도를 대만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가네하라는 “중국은 대만해협 전쟁 즉시 해저통신 케이블을 모두 끊고, 해양 봉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광범위한 배타적 구역을 설정하고 상선, 여객기, 군함, 군용 항공기의 진입을 거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센카쿠 열도는 물론 일본 최남단 사키시마섬까지 수륙양용 공격 전략을 펼칠 것이다.

지난 4·16 미일 정상회담과 4자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외교·방위 공동 참석시스템인 미일 안보협의위원회(2+2) 등 외교적 협상은 한 단계 기어를 올리고 있다고 가네하라는 진단했다.

반면 군사력 동원과 관련해 미국의 내부적 이견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강력한 기구체가 없다는 것을 동북아의 약점으로 지적했다.

호주는 지구 남반구에 있다. 제 1미군과 해병 원정대도 태평양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의 적극적 개입 여부도 불확실 할 수 있다고 가네하라는 덧붙였다.

중국은 미군을 ‘제1열도선’밖으로 밀어내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시스템 유지 계획을 갖고 있다. 제1열도선은 미국과 중국의 태평양 대치점으로 대만-오키나와-필리핀을 잇는 가상의 연결선이다.

또한 중국이 초음속 중거리 대함 미사일을 배치해 놓고 있다는 보도는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만약 중국군이 미군의 지원 이전에 대만을 신속하게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대만해협의 비상 사태는 언제든 발발할 수 있다고 가네하라는 경고했다.

그는 “동북아에서 미국이 신뢰하는 유일한 안보 파트너는 일본이다”며“일본은 충돌 방어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만을 방어할 뿐 아니라, 일본의 영토를 방어하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