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ESG 펀드 1조 달러 돌파, 투자자산 규모는 40.5조 달러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박병우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과 자산운용사들도 기업의 친환경 사회적 책임 활동을 강조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사회(S)·지배구조(G)의 첫 글자를 조합한 것이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과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ESG 등의 비재무적 요소를 충분히 반영해 평가하는 것이다.

지난 1월 14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했다. 오는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금융투자협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ESG 투자자산 규모는 40조5000억 달러( 약 4경6453조원)로 2012년의 13조3000억 달러 대비 8년 새 3배로 증가했다. 이중 ESG 펀드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최초로 1조 달러( 약 1147조원)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말 기준 녹색채권 글로벌 누적 발행 총액도 1조 달러를 웃돌았다. 녹색채권은 환경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된 채권이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의 ESG 금융상품·서비스 유형은 크게 채권 발행주관·인수, 자산관리, 프로젝트 금융 부문이다. 운용사들은 ESG 우수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하거나 ESG 전용 상장지수펀드(ETF), 민관인프라 펀드, 기후·친환경 펀드, 그린본드 등 다양한 상품을 설립하고 운용한다.

블랙록 운용사, ESG 미비 기업 명단 공개 등 주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경우 지난해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최우선 순위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을 지목하는 등 ESG를 업무 전반에 적용했다. 특히 펀드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운용전략을 짜는 액티브 펀드에 ESG 요소를 반영하도록 했다. 지속 가능 회계기준위원회와 기후 재무 정보공개 권고사항에 따른 보고서를 제공하지 않는 경영진에 대해서는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로 했다. 또한 포트폴리오 중 사업모델에 기후 위험 미반영 기업 244개 명단을 공개했다. 대표적으로 ‘볼보’에 대해 ESG 공시 미비를 이유로 이사회 의장 연임을 반대했다.

블랙록은 ESG 업무와 관련하여 △ 투자과정 △ ESG 요소 탑재 △ 펀드 공시 내 ESG 내용 포함의 세 가지 원칙을 설정했다. 첫 번째, 투자과정에 있어 블랙록 직원들은 액티브 펀드 및 자문 관련 전략에 따라 각 전략에 대한 ESG 편입 업무 설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주요 ESG 위험에 대해 책임지도록 했다. 투자 관련 팀들은 각 투자 포트폴리오에 ESG 관련 고려 사항이 어떻게 반영됐는지 근거 자료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내 위험관리팀은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 관련 ESG 위험을 검토해야 한다.

두 번째, 블랙록은 자체 위험관리·투자 기술 플랫폼인 ‘알라딘’에 ESG 데이터를 탑재했다. 이에 따라 탄소 영향에 대한 스트레스 시험이 가능한 ‘탄소 베타’ 플랫폼을 만들었다. 투자자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주요 ESG 관련 사항을 조회할 수 있다. 블랙록 투자자들은 또 알라딘을 통해 실질적인 기후 위험에 대한 ESG 관련 점수·순위, 회사 평판 등을 조회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카본 베타를 통해 포트폴리오 운영자들의 탄소 가격 설정 시나리오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받아 볼 수 있다.

블랙록은 ESG 위험을 줄이기 위해 펀드 공시 내용에 ESG 내용을 포함시켰다. 블랙록의 대표 펀드 아이셰어(iShares) 펀드 등의 ESG 점수와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데이터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밖에 사내 국제이사회의 분과 위원회에서 지속 가능 투자팀과 합동으로 ESG 업무 관련 기준 및 방안을 개선하기로 했다. 지난해 5600여개 액티브 펀드 및 자문 전략 펀드에 ESG 통합운용을 적용했다. 해당 펀드들의 총 자산규모는 2조7000억 달러이다.(약 3066조원)

세계 3대 운용사 뱅가드도 적극적 ESG 투자로 선회

블랙록은 모든 액티브 포트폴리오 중 매출의 25% 이상이 발전용 석탄 생산에서 발생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완전히 회수했다. 또한 51억 달러( 약 5조7900억원)의 사모펀드를 설립, 신재생 에너지·천연가스등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 3대 운용사 중 하나인 뱅가드는 블랙록 대비 다소 소극적이었던 ESG 경영에서 최근 적극적으로 돌아섰다. 최근 ESG펀드 인력을 확충하고 ESG펀드 설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시장에 ESG 상품팀을 구성했으며, 유럽 법인에서도 ESG 상품 개발 혹은 기존 상품에 ESG를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뱅가드의 ESG의 ETF는 5개로 아직 초기 상태다. ESG 상품 개발에 앞서 관련 평가를 위한 데이터 수준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편 유럽계 운용사 UBS는 전 세계 고객에게 1순위로 ESG 투자를 권유하고 있으며, 유럽 금융투자회사답게 ESG 관련 업무를 일찍 시작했다.유럽은 지난 3월부터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속 가능 금융공시제도(SFDR)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금융기관은 금융상품이 지속가능성 위험을 고려하고 있는지를 공시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UBS는 약 38개의 ESG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지속 가능, 녹색채권 발행, 지속 가능 연계대출, 탄소배출 관련 선물, 대체에너지 관련 중소상공인(SME) 지원 사업 등 방대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웨이커 UBS 크레딧 리서치 대표는 ESG 채권을‘방어 기회’로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ESG 관련 채권은 기준 채권 대비 금리차가 다른 일반채권보다 적다. 변동이 큰 시장에서 다소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병우 기자 pbw@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