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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창] 아프간 사태의 불똥으로 혼란스러워지는 동북아 정세

바이든 “한국·대만·NATO 침략땐 조치 취할 것”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군 철수로 인한 아프가니스탄 정부 붕괴가 미국을 바라보는 동맹들의 시선을 흔들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을 통해 북한의 공격 시 미국이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는 확실한 결론이 났지만 대만 문제가 부상하며 동북아 지역의 방위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과) 대만, 한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 국가들에 대해 “악당들이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노력하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누구라도 이들을 침략한다면 우리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이 없는 곳에서 희생하지 않겠다'라는 발언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자신을 지키지 못한 부패한 나라’라고 말한 것과 대비된다. 미국의 이익이 있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국가를 지원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후 논란이 확산하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국, 유럽, 대만은 아프가니스탄과 다르다면서 미군 철수나 축소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 이후 불거진 동맹의 불안 심리를 차단하려 한 것으로 여겨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도 한반도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UN)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하면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당시에 비하면 한국에 대한 더욱 강력한 방어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한국과의 동맹이 미국의 이익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동맹들)을 심오한 힘의 원천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 “미국 국민들과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위협과 기회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며 이런 이유로 전 세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파트너와 동맹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동맹국을 통해 얻는 미국의 이익’에 대해 언급하며 “미국의 초점은 한반도 비핵화가 될 것이며,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의 이익을 증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 대통령과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은 연이어 주한미군 철군이나 감축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군의 자동 개입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이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방어의지가 확고함을 보여준 것인 만큼 한미 동맹의 위상을 재확인한 계기라고 볼 수 있다.

일련의 발언을 감안하면 미국이 생각하는 한미동맹에 대한 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지만 이면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 대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단방위를 뜻하는 ‘5조’(Article Five)를 언급하면서 한국, 유럽,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방어를 재확인했다. 이는 NATO, 일본 등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국가가 공격받으면 미국이 자동 개입한다는 조항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도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을 집단방위해야 할 의무가 없다. 미·중 수교로 인해 대만과 미국 사이에는 집단 방위를 뜻하는 5조가 사라졌다. 대만은 한국, 유럽, 일본과 달리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도 않다. 대사관도 없고 정식 국교 관계를 수립하지도 않았지만 미국의 방어 대상임을 미국 대통령이 새삼 확인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중 간에 전쟁이 벌어질 것임을 경고하는 ‘복심’을 드러낸 의도된 발언일 수 있다. 마침 이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이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등 자체 방어 의지를 강조했다.

보수 매체인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중국 관영 언론들이 아프가니스탄 정부 붕괴에 대한 책임이 미국에 있으며 대만도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역공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즉각 대응에 나선다는 전략은 전통적인 미국의 정책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과의 국교 수립 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국가 간 조약이 아닌 국내 법인 대만 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방어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방어에 직접 나설지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 정책을 유지해 왔다.

논란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의 대만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기존 정책인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싱크탱크 마셜 펀드의 대만 전문가 보니 글레이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실수 같다”고 표현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미·중 갈등이 확산하고 대만에 소재한 반도체 업체 TSMC의 전략적 의미가 커지면서 미국은 대만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이 과정에서 최근 미 외교협회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방어에 나서는 방침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방어 방침은 중국의 반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입장이 달라지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대만해협 평화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자 중국은 즉각 내정간섭이라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도 중요하지만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 사이에서 우리의 국익을 확보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백종민 아시아경제 뉴욕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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