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코스에서 펼쳐진 나흘 간의 지구촌 골프제전 ‘제88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한바탕의 만화경(萬華鏡)을 펼치고 막을 내렸다.다시 굴러떨어지고야 말 바위를 산 정상에 밀어 올리는 절망의 노역을 짊어진 ‘시지프스의 후예’들은 신들이나 노닐 비밀의 정원에서 잠시 절망을 잊었다. 마스터스로 향하는 ‘좁은 문’ 티켓을 거머쥔 지구촌의 별 89명 모두 산 정상에 바위를 올려놓겠다는 희망을 품고 회심의 샷들을 휘둘렀다.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가 바위를 아크로 코린토스
“골퍼의 스타일은 좋건 나쁘건 골프를 시작한 처음 1주일 안에 만들어진다.”영국의 전설적인 프로골퍼 해리 바든(1879~1937)이 남긴 명언이다. 오늘날 골퍼 90% 이상이 사용하는 오버래핑 그립(일명 바든 그립)의 창시자로, 시화(詩化)한 스윙으로 골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꾸준히 연습하는데도 골프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골퍼가 의외로 많다. 구력이 20년, 30년이 넘었는데도 만년 보기플레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골퍼들도 흔하다. 이들은 간혹 싱글을 치기도 하지만 실력이 향상돼서라기보다는 그날의 컨디션이 특별히 좋았거나 운이 좋아
골프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오랜 세월을 함께 하는 ‘인생 운동’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년을 맞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신체 상태도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라운드를 나가면 뭔가 스윙이 예전 같지 않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과 한 번쯤은 마주했을 수 있다.나이가 들면 자신의 골프 스윙도 변화한다. 스윙 변화와 함께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이 비거리 감소다. 그러나 많은 골퍼들이 이러한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오히려 과거 좋았던 상황에 집착,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스윙에 점차 더 힘이 들어가며
산사에 가보면 대웅전 벽에 동자가 소를 타거나 끌고 숲에서 돌아오는 모습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진리를 찾는 구도자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심우도(尋牛圖)다.현대의 고승인 혜암(慧庵, 1920~2001) 선사는 13세에 출가해 충남 예산의 덕숭산 수덕사에서 많은 수행승을 지도했다. 한번은 어떤 젊은 수좌가 혜암보다 나이 많은 혜월(慧月, 1861~1936) 선사를 찾아 물었다.“소를 타고 찾는다는데 이게 무슨 도리입니까?”혜월 선사가 “그따위 소리하며 다니지 마라”고 잘라 말했다.이 말을 전해 들은 혜암 선사가 수덕사의 최고
골프 지도자가 스윙을 연구하고 선수가 부단한 연습을 하는 목적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떻게 하면 '공을 보다 똑바로 멀리 보낼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하지만 정지해 있는 공을 보다 멀리 치고 똑바로 보낼 수 있는 스윙의 기술을 가다듬는 일은 투어 선수나 아마추어 골퍼 모두에게 클럽을 내려놓기 전까지 평생 함께 가야 하는 화두다.많은 골프 교습가들은 “골프 스윙에 정답이 없다”는 화두에 대해 이야기한다. 골퍼의 체형이나 신체적 발달상황 등에 따라 효과적인 스윙을 찾는데 있어 제각기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럼 공을 멀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공중화장실에서 자주 마주하는 표어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라는 완곡한 어법이 와닿는다. 사용한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 할 곳은 공중화장실만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가 야외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흔적 남기지 않기는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야외활동에 대한 사려 깊고 지속 가능한 접근방식을 장려하는 철학으로 인식되고 있다.미국 산림청은 1991년 아웃도어 리더십 스쿨과 함께 흔적 남기지 않기를 실천하기 위한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 곳곳에서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것을 강조했다. 노자는 ‘세상에 물보다 약한 것이 없으나 굳은 것을 이기는 데는 물보다 나은 것이 없다’며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설파했다. 또한 ‘혀는 부드러워 보존할 수 있고 이는 단단해 부러진다’는 비유 역시 부드럽고 약한 것이 단단하고 강한 것을 이긴다는 상선약수의 철학을 담고 있다.노자를 모르더라도 물의 위력 앞에는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물은 아기의 손가락에도 부서지고 흔들리지만 단단한 얼음이 되기도 하고, 수증기
정통적인 골프 스윙을 정착시키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골프 교습서나 레슨 프로의 도움으로 올바른 스윙 방법을 배우는 것은 기본이고 배운 것을 내 몸의 일부로 육화하기 위해서는 각고면려(고생을 무릅쓰고 힘써 노력하다)의 노력이 필요하다.물론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할애해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서 배운 것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드디어 완전히 익혀 내 것이 됐다고 자신하는 순간, 골프 관련 기억들은 뒷문으로 달아나기 시작하고 변형되기 때문이다. 배운 것을 쉽게 재현하고 지속 가능한 기량으로 굳히는 데는 ‘이미지 만들어
대형 선박은 ‘선박 평형수’(Ballast Water)라는 것을 배 밑바닥에 담아 운행한다. 적재물이 적을 때 바닷물을 채워 균형을 잡고 짐을 많이 실었을 때 바닷물을 배출해 적절한 평형수 비율을 유지한다. 선박의 중간 좌우나 하부에 설치된 탱크에 채워지는 평형수는 선박의 무게중심을 잡아줘 심한 풍랑에도 침몰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보트같은 가볍고 작은 경선박 외에는 대부분 평형수를 싣는다. 고대 선박들은 바닷물 대신 돌을 바닥에 실어 평형수 역할을 하도록 했다.국제해사기구(IMO)는 이 평형수를 화물 적재량의 3
아름다운 샷은 빈 마음에서 나온다. 힘찬 샷이 힘빠진 상태에서의 부드러운 동작에서 나오듯, 아름다운 샷은 거의 투명에 가까울 정도의 빈 마음에서 태어난다. ‘오늘은 잘 해봐야지!’ ‘저 친구한테는 지지 말아야지!’ ‘지난번 참패를 설욕해야지!’ ‘오늘은 기어코 90대를 깨야지!’ 등의 각오로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어김없이 쓰디쓴 맛을 보게 되는 게 골프다.골프에서 욕심만이 만병의 근원은 아니다. 욕심 대신에 다른 생각이 차 있다면 역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스스로 감탄이 나올 정도의 멋지고 아름다운 샷은 우연히 나오기 마련
‘볼레로(Boléro)’는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1875-1937)이 1928년 중순 러시아 출신 안무가 이다 루빈스타인(Ida Rubinstein·1885-1960)에게 위촉받아 작곡한 발레 음악이다. 그러나 발레보다는 연주회의 인기 레퍼토리로 각광 받았다.곡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마지막 몇 마디를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네어 드럼(Snare Drum)'의 스페인 볼레로 리듬 위에 두 가지 선율이 악기를 바꿔가며 계속 반복되면서 작은 음량에서 큰 음량까지 온갖 악기들이 드나들며
앨라배마대학 2학년인 닉 던랩(Nick Dunlap·20)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 개최 2주 전 어느 날 PGA투어닷컴의 선임작가 폴 호도워닉(Paul Hodowanic)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골프전문 저널리스트인 호도워닉은 던랩에게 “혹시 다음 주 일요일 밤에 해야 할 숙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던랩은 “네”라고 대답했으나 곧 “그래도 아마 숙제를 하고 있진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다.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를 비롯해 2020 도쿄올림픽 우승자 잰더 쇼플리, 메이저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 등 PGA투어 강호들이 출전한 아
안병훈 프로(32)만큼 어릴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선수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의 부모인 안재형(59)과 자오즈민(60·焦志敏) 부부는 한중 수교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국적을 초월한 로맨스로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당시 안재형은 탁구 복식 동메달, 자오즈민은 단식 동메달과 복식 은메달을 땄다. 경기장에서 자주 마주친 두 사람이 나눈 호감은 곧 사랑으로 발전했고 이듬해 결혼으로 꽃을 피웠다.부모로부터 뛰어난 스포츠 DNA를 물려받은 안병훈은 어릴 때부터 뛰어난 스포츠 감각을 보여줬다.
무림의 고수들이 숨은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실력을 겨루는 것은 자신이 최고임을 입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고수를 찾아 무술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나가기 위함이라고 한다. 얼치기 고수는 자신이 최고임을 입증하기 위해 겨루지만 진정한 고수는 자신을 이길 자가 없다는 자만을 깨뜨리기 위해 고수를 찾는다고 한다.골프의 세계도 무림의 세계와 비슷하다. 어설픈 골프 고수는 자신이 싱글 골퍼임을 과장해서 떠벌리고 하수들을 만나면 얕보거나 가르치려 든다. 그러나 골프의 진수를 깨달아 가면서 골프에 대해 아는 체하는 것이 부끄러워지고 말수는 줄어
골프장에선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첫 홀 티 박스에 올라 드라이버를 들고 셋업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한마디 던진다. “왼쪽은 OB지역이야. 조심하라고.”OB는 염두에 두지도 않고 드라이버 샷을 부담 없이 날릴 참이던 이 사람은 동반자가 던진 한마디로 OB 걱정을 하게 된다. 머리는 ‘혹시 OB를 내면 어떻게 하나, 첫 홀부터 OB를 내지 말아야 할텐 데’하며 엉뚱한 조바심으로 혼란스러워지고 근육도 경직되고 만다. 결국 OB를 내고 말거나, 너무 OB를 의식하다 보증동작을 하는 바람에
지난 12월 17~18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턴GC(파72)에서 열린 PNC챔피언십에 출전한 타이거 우즈는 ‘살아있는 시지프스’였다.PGA투어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가족과 한 팀을 이뤄 경기를 펼치는 이 대회는 새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이벤트성 대회다. 그동안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 2020년부터 타이거 우즈가 아들 찰리 액셀 우즈(14)와 함께 출전하면서 골프 팬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찰리 우즈를 동반선수로, 딸 샘 알렉시스 우즈(16)를 캐디로 삼아 대회에 나선 우즈는 아직은 우승을 겨룰 준비가
봄, 여름 아름다운 꽃과 잎으로 자연을 아름답게 장식하던 나무들은 가을이 되면 단풍 들고 겨울이 되면 잎을 떨어뜨리고 겨우내 봄맞이 준비를 한다.여름 내내 빛나는 초록색을 유지하던 나뭇잎들이 가을에 펼치는 색의 향연은 마술 같다. 나무들이 이런 마술을 펼칠 수 있는 비밀은 나뭇잎에 숨어있는 여러 색소 때문이다.봄부터 여름까지 초록색 엽록소의 광합성이 활발할 때는 초록색 외의 다른 색소들은 감추어져 있다. 가을이 되어 햇살이 줄고 기온이 떨어지면 나무는 겨울을 날 준비를 해야 한다. 계속 광합성을 하다가는 뿌리에서 끌어올린 물이 얼어
타이거 우즈 재단이 특별 이벤트 대회로 개최하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가 열리기 전 PGA투어의 전문가들이 내놓은 파워랭킹(Power Ranking)에서 타이거 우즈는 맨 마지막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파워랭킹은 PGA투어의 전문가들이 우승 가능성을 놓고 매기는 순위로, 매번 일치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객관성은 인정받는 지표다.이 대회에서 두 번 우승한 노르웨이의 빅토르 호블란이 파워랭킹 1위에 올랐고 그 뒤를 콜린 모리카와, 맥스 호마, 스코티 셰플러, 저스틴 토마스, 맷 피츠패트릭, 키건 브래들리, 토니 피나아, 리키 파울러가 이었
12월 16~17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 칼튼GC에서 PNC챔피언십이 열린다. 유명 골프 스타 20명이 아들, 딸, 손자, 사위, 부모 등 가족과 팀을 이뤄 이틀간 스크램블 방식으로 경기를 벌이는 이벤트 대회다. 한 팀의 선수 두 명이 각자 티 샷을 하고 두 개의 티 샷 중 유리한 쪽을 택해 두 명 모두 그 지점에서 다음 샷을 하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치러진다. 올해가 26회째다.그동안 ‘Father/Son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열리다 미국의 온라인 뱅킹기업인 PNC가 스폰서를 맡으면서 PNC 챔피언십으로 이름이
양희영(34·영어이름 에이미 양)을 보노라면 사무엘 베케트(1906~1989·아일랜드)의 난해한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Waiting for Godot)가 떠오른다. 196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에서도 책으로, 연극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나도 책을 읽고 연극을 보았지만 지금도 ‘고도’가 누구인지, 무엇을 상징하는지 뚜렷한 흔적이 없다. ‘고도’라는 인물을 기다리는 두 부랑자의 건조한 대화는 가혹할 정도로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한다는 기억이 날 뿐이다. 누구인지, 언제 올지도 모르는 ‘고도’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세상의 부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