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김·파래 등 해조류, 석유화학제품 대체재로 부각…‘재생 에너지’로도 주목

해조류 기반 바이오 연료 제조 공장. (사진=신테틱 지노믹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해조류는 바다에서 자라는 김, 파래 등의 조류를 통칭하는 말이다. 한국, 일본 등에서는 다채로운 해조류 요리가 발달해 음식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다른 대부분 국가들에서는 해조류를 어류의 먹이나 바다의 잡초 정도로 취급해왔다. 하지만 해조류가 최근에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원료와 친환경 플라스틱 재료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친환경 재생에너지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태양광에너지, 수소에너지, 풍력에너지 등이 떠오르지만 최근 해조류를 이용한 재생에너지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바이오 연료의 에너지원이 되는 ‘바이오매스’(생물자원)의 원료로 해조류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네덜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해조류의 잠재력에 세계 각국 관심 급증

석유화학제품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에너지를 생산할 때 유해물질을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것은 물론 석유화학제품의 대표격인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생분해가 되지 않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플라스틱 제품을 획기적으로 저감하기 위한 대체품은 아직까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는 석유화학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관련한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해조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코트라(KOTRA)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샌디에고에 위치한 바이오기업 신테틱 지노믹스는 글로벌 석유화학기업 엑손 모빌과의 협력으로 해조류를 최적화했다. 이를 통해 디젤 및 제트 연료의 전구체인 지방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이오 연료를 제조하고 있다.

또 해조류 바이오매스에 포함된 단백질 및 탄수화물 부산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지속가능성도 도모하고 있다. 신테틱 지노믹스는 2025년까지 하루 1만 배럴의 해조류 기반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5년에 설립된 스타트업 롤리웨어는 해조류를 이용한 일회용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롤리웨어가 만들고 있는 해조류 플라스틱은 음식물 쓰레기와 같은 수준의 높은 생분해성을 갖고 있다. 기존 옥수수 기반 바이오 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이고 바다에 들어가면 완전히 용해돼 해양 생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지현 코트라 미국 실리콘밸리무역관은 “미국의 많은 기업이 해조류의 잠재력에 주목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 수 있다”며 “해조류를 재배하면 환경 개선에 이바지할 수 있고 해조류 자체가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식품원이 될 뿐만 아니라 가공해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월등한 생산 효율성 입증…가격 경쟁력이 관건

미국 외에도 네덜란드는 현재 1헥타르당 800톤의 해조류를 생산할 수 있는 해상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또 국내에서도 해조류바이오메탄올 연구센터를 설립해 홍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을 추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주목을 받고 있는 시점에 해조류가 바이오 연료부터 생분해 플라스틱까지 미래 원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한화솔루션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는 해조류가 에너지 자원으로 각광을 받는 이유가 잘 설명돼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매스의 주원료인 팜유는 1헥타르당 생산 가능량이 연간 6000리터, 유채씨유는 1000~1500리터인데 비해 해조류는 2만리터를 생산할 수 있어 생산 효율성이 매우 높다. 또 해조류는 빠른 속도로 햇빛을 생명에너지로 변화시킬 수 있는데 생성된 에너지 대부분이 정제과정을 통해 바이오 연료로 만들어진다.

국내 대기업들은 아직 해조류에 주력하고 있지는 않지만 바이오 연료 시장에 일찍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 GS칼텍스는 2010년 100% 자회사인 GS바이오를 설립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GS칼텍스가 주력하던 바이오부탄올은 차세대 바이오 연료로 불리는 액체연료로, 해조류 등에서 추출한 포도당과 박테리아를 이용해 만들고 있다.

LG화학은 해조류, 옥수수 등의 원료로 만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 개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바이오 원료 기반의 폴리올레핀(PO), 고흡수성수지(SAP), 고부가합성수지(ABS) 등을 올해 하반기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 블루수소, 화이트바이오, 친환경화학·소재 사업을 3대 친환경 미래먹거리로 선정한 바 있다. 화이트바이오 사업은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조류, 미생물, 효소 등을 활용해 기존 화학산업의 소재와 연료를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30일 대한항공과 손잡고 친환경 바이오항공유 시장 개척에 나섰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이오항공유는 해조류, 동물성 지방, 식물성 오일 등으로 제조되고 원료 수급부터 생산, 소비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80%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라며 “가격이 기존 항공유보다 세 배 이상 비싸고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보급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환경 소셜벤처 마린이노베이션의 경우 해조류 부산물을 활용해 일회용품 및 생분해 비닐 등을 만들고 있다. 이 기업은 다양한 제품 중 가장 강한 파급력을 가진 제품 순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마린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초기 집중 판매 제품인 과일 트레이와 계란판, 커피 난좌 등의 트레이류는 약 10조4000억 원 정도의 시장규모가, 일반 종이컵과 모종컵 등의 종이컵류는 약 5000억 원의 시장규모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마린이노베이션이 해조류 부산물로 생산하는 친환경 종이류 제품은 종이컵과 부직포, 포장용기, 골판지, 식판, 마스크팩, 기저귀 등으로 상당히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이 제품들 모두 해양오염은 물론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알려지면서 국내외 식품업계와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업체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