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칼럼

저스트캐피털(Just Capital)이 올해 미국 상장기업 중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가 뛰어난 100대 기업을 선정했다. 특이한 점은 메타(페이스북의 새 명칭)가 전년도 26위에서 추락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미국 비영리 평가기관인 저스트캐피털(Just Capital)이 올해 미국 상장기업 중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가 뛰어난 100대 기업을 선정했다. 흥미롭게도 10위 이내에 든 기업은 금융회사인 BoA(Bank of America)를 제외하고 알파벳,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세일즈포스, 패이팰, 애플 등 모두 대형 기술주였다. 이들 기업이 재활용, 재생에너지 사용 등에 있어 점수가 나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탄소 배출이 큰 기업들이다.

특이한 점은 메타(페이스북의 새 명칭)가 전년도 26위에서 추락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심지어 엑슨 모빌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종업원, 기후변화, 물 등의 평가 항목에서 탁월한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보 확산, 증오, 차별적이며 선동적인 내용 등의 이슈 때문이었다.

한편 엑슨 모빌은 종업원 급여와 복지,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종업원 경력 개발 등의 항목에서 점수를 잘 받아 기후변화 원죄 기업임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결과는 각 평가 항목 간 가중치에 크게 결과가 좌우되는 등 ESG 평가 방법의 신뢰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ESG 점수를 잘 받는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우수 기업일까? ESG는 이해관계자 그룹 중 하나인 투자자들이 투자 대상 기업 평가에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평가시스템이다. 따라서 장기적 투자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목표함수가 된다. 앞에서 소개한 저스트캐피털의 ESG 평가 결과에서 대부분의 상위 업체들이 기술주이며 대기업인 이유가 현재 미국의 주식시장에서 대형 IT 기술주가 가장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즉, ESG 평가시스템이 성장성이 높은 대형주가 점수를 잘 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진정한 의미에서 지속가능성, 특히 환경 및 사회적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아닐 수 있다. 또 ESG 성과가 좋아서 경제적 성과가 좋은 것인지, 경제적 성과가 좋은 기업이 여유가 있어 ESG 개선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기도 하다.

지속가능성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지속가능 우수기업은 ESG 평가 결과와 다를 수 있다. 캐나다 경영컨설팅회사 글로브스캔(GlobeScan)과 영국의 지속가능경영 컨설팅사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가 매년 전 세계 지속가능경영 전문가를 대상으로 중요한 지속가능성 이슈, 지속가능성을 선도하는 기업, 비정부단체(NGO) 및 국가(정부)의 역할 등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조사한 결과를 보고한다. 전반적으로 지속가능성 리더십에 대한 조사라 할 수 있다.

가장 최근 보고서인 2021년 보고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속가능성 진화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고 답한 전문가가 2020년 49%에서 지난해 24%로 감소했다. 팬데믹으로 오히려 기후변화와 같은 환경 이슈와 불평등과 빈곤 등의 사회적 이슈가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둘째, 기후변화가 2년 연속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혔지만 거의 모든 지속가능성 이슈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DEI 이슈는 최근 중요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셋째, 응답자의 60%가 산업계나 정부보다 NGO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하며 그 중에서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이 대표적이다. 산업계와 기관투자자들보다 NGO와 학계가 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와 특히 투자자들의 ESG 압력이 기업들로 하여금 빠른 속도로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리더십 역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민간 영역의 힘이 상대적으로 정부에 비해 커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고 정치적 갈등 구조와 이해관계로 비롯된 무책임 때문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별로는 북유럽 국가가 가장 큰 지속가능성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는 역사적, 문화적 전통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결과일 수 있으나 기업의 지속가능성 리더십 평가 요소 중 목적이나 가치보다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 국가의 지속가능성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성 리더십 평가에서는 역시 목적지향기업(purpose-oriented enterprise)이라 할 수 있는 유니레버와 파타고니아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브라질의 개인 미용 및 위생용품 회사인 내추라가 이케아와 인터페이스를 밀어내고 3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다농, 마이크로소프트, 네슬레, 테슬라, 오스테드, 구글, 케링 등이 지속가능 선도기업으로 꼽혔다. 상위 15개 회사 중에서 미국의 대형 IT 기술주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만 포함됐다.

지속가능경영 선도 기업의 선정에 있어서 중요한 고려 항목 또는 특징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전에는 지속가능성 목표나 지속가능 가치 또는 목적 설정이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면 최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지속가능성 논의가 시장자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지속가능성은 의미가 없다. 따라서 경제적 지속가능성, 즉 정상적이며 지속적인 이익 창출과 성장을 제약조건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우리의 목표함수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환경 및 사회 성과를 강조하는 기업의 목적과 가치 정의만큼이나 지속가능한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논의는 당위론이나 윤리적 규범을 얘기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또 시장의 자율적 기능이 환경과 사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다고 믿거나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시장의 실패, 즉 환경파괴와 자원고갈 및 소득 불평등, 그리고 그와 연계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최소한의 정부 개입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위정자는 국가의 미래를 위험에 빠트릴 것이다.

또한 환경과 사회적 이슈의 해결은 바람직하지만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익극대화를 위해 환경 및 사회 이슈를 최소한의 위험관리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고로는 기업 간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다.

이제 우리 국가 경제나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 지속가능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다. 남아 있는 21세기에 우리 국가와 사회의 운명을 좌우할 기후변화나 DEI와 같은 심각한 이슈를 성장과 분배의 상충(trade-off)이나 또는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갈등에서 선택해야 하는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리더의 무능, 무지, 무책임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파괴한다. 여기 저기 널려 있는 전략적 윈-윈(win-win)의 기회를 찾아 경제와 사회 발전으로 전환할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진정한 지속가능성 리더는 상충과 갈등의 사고와 구조를 깰 줄 아는 사람이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지속가능경영연구소 ESG 센터장)

●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프로필

현재 인하대 지속가능경영연구소의 ESG 센터장. 국내 최초로 대학원 지속가능경영·녹색금융 전공을 개설해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속가능경영 관련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환경경영학회 창립인으로서 회장을 역임했고, 국민연금기금 사회책임전문위원과 인천시 녹색성장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대표 저서로는 <책임지고 돈 버는 기업들> 등이 있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