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차기 정부로의 전환을 앞두고 에너지, 환경 분야에 전운이 감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논란의 중심이었던 탈원전 정책은 ‘원전 최강국’ 정책으로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업계는 겨울이 예상된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국민 모두가 고통 분담을 해야 하는 지난한 길인데, 감정은 앞서고 불편한 진실은 뒤로 감춘다.

대선 선거 운동 기간 동안은 논란이 있었지만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는 유지될 전망이다. NDC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인 만큼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함부로 바꿀 수 없다. 다만 세부적인 정책 목표는 변화가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낮추고 원전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2030년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목표는 화석연료 41.3%, 신재생에너지 30.2%, 원자력 23.9%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은 약 10%포인트 낮추고, 원전 비중은 10%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캠프의 에너지분과 위원을 맡았던 서울대 주한규 교수는 “현재 24% 정도로 돼 있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35%까지 올리고, 늘린 만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에서 20%대로 줄여 실현 가능한 방법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원전만 늘리면 문제가 해결 될 것 같은 뉘앙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20년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중은 화석연료(석탄+가스)는 62%로 가장 높고 원자력은 29%로 두 번째다. 신재생에너지는 6.6%에 불과하다. 주한규 교수가 제시한 2030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자력은 현재보다 6%포인트를 높이고 재생에너지는 13.4%포인트를 높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6%였다. 3년간 고작 1%포인트를 높였는데, 앞으로 8년 동안 13.4%포인트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계획과 차이가 있지만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확충은 필연적이다.

원전 비중 확대 자체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차세대 원전 개발 지원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신규 원전을 짓는데 약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는 부지런히 지어야 2030년 탄소감축 40%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백지화된 천지 1·2호기, 대진 1·2호는 다시 검토를 하더라도 2030년 이전에 가동이 쉽지 않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소형원자료(SMR) 역시 2030년 이전에 상업가동 할 가능성은 없다.

그에 더해 원전이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 받으려면 저장시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유럽연합(EU)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 초안에 따르면 원전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 자금, 부지가 있는 경우에만 무탄소로 인정 된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임시 저장시설은 2031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될 예정인데, 이를 감안하면 2025년까지는 임시저장 시설 건립을 위한 공론화를 완료해야 한다. 임시 보관을 넘어 중간저장 시설 건립에 대해서는 논의를 시작조차 못한 것이 현실이다.

재생에너지, 원전 확충과 함께 전력 공급의 뼈대가 되는 전력망(그리드) 설치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수도권은 서해안, 충남에 위치한 화력 발전소에서 전력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원자력 발전 대부분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가 된다. 남부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려면 송배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고압 송전탑을 세우고 송배전망을 재구축하는 것도 10년 가까이 소요된다. 밀양 송전탑 사건에서 보듯 주민과 갈등을 빚으면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예상하기 힘들다. 전력망이 구축되지 않으면 힘들게 생산한 녹색 전기를 수요처로 전달할 수 없다.

전력요금 역시 차기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챙겨야 할 과제다.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낮추면 전력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전력요금 인상은 국민적 저항이 큰 주제라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 본격적인 전력의 녹색 전환은 시작도 안 했는데 올해 한국전력의 예상 적자는 20조원에 달한다. 전력 생산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탄, 가스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원전이 확대되면 요금 인상 요인은 더 커진다.

그럼에도 한국전력은 2분기 전력요금을 사실상 동결하기로 했다. 한국전력이 산정한 실질 연료비 조정단가는 33.8원/kWh이다. 33원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3원을 인상하려 했는데 정부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당선인의 전기요금 동결 공약이 영향을 미쳤음을 누구나 추측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며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 후보 시절에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내세웠을지 몰라도, 집권 이후에는 불가피한 전력요금 인상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여태껏 탄소중립을 녹색산업 육성의 시각으로만 바라봤다. 누가 에너지 정책의 중심이 되냐에 따라 업계의 흥망이 엇갈렸고, 그 결과 원자력, 재생에너지 업계는 새로운 변곡점에서 생존을 건 감정 싸움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의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대통령은 국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며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달성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저서 ‘격변과 균형’에서 “지금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행동하지 않으면 평온한 일상이 지속되지 못한다는 절박감을 모두가 공유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에 탄소중립을 두는 총괄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며 “이 이슈는 대통령이 직접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프로필

서강대 신문방송/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경제 기자로서 경제금융계를 10년간 취재하다 지금은 전자, 자동차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을 담당하고 있다. 유튜브 <발칙한경제>를 진행하고 있고 KBS1 라디오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와 유튜브 <삼프로TV>에 고정 출연하고 있다. ESG에 관심이 많고 저서로는 <수소전기차시대가 온다>, <발칙한경제>가 있다. ESG라는 추상적인 가치가 경영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취재하고 있고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