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칼럼

ESG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투자자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투자수익률과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ESG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투자자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투자수익률과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ESG가 미래다’ 컬럼 기고를 마치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정말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우리의 미래일까? ESG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를 알고 동의하는 걸까? 

필자는 오랫동안 지속가능경영과 사회책임경영(CSR) 연구를 하면서 인류의 행복과 지속가능한 미래, 그리고 우리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 방법을 탐색해 왔다. 그 과정에서 최근 1~2년 동안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ESG 열풍을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 왔다. 

ESG를 논하면서 무작정 달려온 한국 사회가 이제 잠시 쉬면서 자신과 주위를 돌아볼 때다.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점화한 이 열풍에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ESG로 전 세계 기업을 몰아붙이던 자산운용사들이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블랙록을 포함해 영향력 있는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이 재무 성과가 부진한 최고경영자(CEO)를 사임하게 한 다농(Danone)의 사례에서 보듯이 ESG 성과를 추궁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주가수익률을 원한다. 올해 CEO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래리 핑크 블랙록 CEO는 자신이 ESG를 투자 의사결정에 고려하는 것은 환경주의자라서가 아니라 자본가이며 고객의 자산을 관리하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2009년부터 10년간 유니레버의 성장을 이끈 폴 폴맨 CEO는 벤앤제리스(Ben & Jerry’s) 아이스크림, 생활용품 회사 세븐스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 등 유사한 목적과 가치를 가진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는 성장 전략에 성공했다. 

올해 유니레버는 제약회사 GSK(Glaxo-Smith-Klein)의 소비자 건강용품 사업부를 인수하려 했지만 680억달러의 가격에 반대한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실패했다. 중장기 성장 전망이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았던 이 사업부 인수 시도는 단순히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고 투자자들은 판단했다. 

유니레버 13대 주주인 기관투자자 펀드스미스(Fundsmith)의 테리 스미스(Terry Smith)는 앤런 조프(Alan Jope) CEO가 재무적 성과를 희생해 기업의 지속가능성만 높이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유니레버가 더 이상 지속가능성 모험을 멈추고 영업이익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례들 외에도 투자자들이 ESG 성과가 아니라 주가 상승을 바라며 주가 하락 위험 방지를 위한 수단으로서만 ESG 투자에 진지하게 고려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ESG 펀드 상품에 투자하는 개인 또는 기관투자자 중에는 사회적 행동주의 일환으로 대상 기업의 업종과 영업활동의 ESG 측면을 고려해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면, 양성평등 펀드나 기후변화 펀드처럼 사회적 가치를 지향한다거나 술, 도박, 마약, 무기 등의 생산이나 유통에 관여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사회책임투자 펀드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ESG 투자를 공언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의 대부분은 투자 대상 기업의 사회 및 환경 성과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슈들이 가져올 투자 위험에 집중한다. 

ESG 투자 열풍의 불안한 미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실히 그 민낯을 드러내었다. ESG 펀드가 내세우는 압도적인 사회적 가치는 기후변화 대응이었다. 그러면서도 많은 ESG 펀드들은 높은 석유 및 가스 주식 비중으로 그린워싱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예를 들면, 229억 달러에 달하는 ESG 지수펀드(ETF)인 iShare ESG Aware MSCI USA ETF는 자산의 3.1%를 석유 및 가스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대부분의 ESG 펀드가 자신들의 돈이 사회적으로 선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석탄이나 무기 관련 업체에 투자하지 않는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는 유가는 지난해 말 기후변화당사국회의(COP26)에서 합의한 석유 및 가스 산업에 대한 정부보조금 폐지 계획이 무색하게 각국 정부는 망설임 없이 그에 배치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은 가계 에너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연료에 대한 감세를 단행했으며 영국과 미국은 산유국과 자국의 에너지 기업에 석유와 가스 증산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또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언급되고 무력 침공에 속수무책인 우크라이나 현실은 원자력 에너지와 무기 증산에 대한 ESG 투자의 빗장을 풀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S&P 지수는 2배 성장했고 그 기간 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ESG 펀드가 급격히 성장했다. ESG 펀드를 포함한 지속가능 펀드는 2014년 이후 3배로 성장해 현재 40조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전쟁의 영향으로 전반적 경제 침체와 함께 ESG 투자는 올해 급격히 감소되고 있다. 

블룸버그 자료에 의하면 올해 현재까지 ETS EFT에 유입된 자금이 118억달러였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70억달러에 비해 현저히 감소한 금액이다. 이것이 전반적 경제 침체에 더해 ESG 투자 시장의 전반적 위축인지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근 일련의 글로벌 상황이 ESG 투자를 다시 되돌아보도록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ESG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투자자 관점에서 궁극적으로 투자수익률과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명백하다. 최근 국제지속가능기준위원회(ISSB)가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을 만드는 것은 환영할 만하나 투자자를 위한 보고 기준을 만든다고 공언하고 있다. 

투자자와 기준제정기관은 사회 및 환경적 가치와 투자수익율이 상호배타적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양자의 관계가 경우에 따라서는 상충하기도 하고 사회 및 환경적 가치가 투자의사결정에서는 단순한 위험관리 수단으로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지속가능성, CSR 등이 20세기 말부터 활발하게 논의되고 UN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를 만들어 추진하는 배경과 이유를 이해한다면 투자자 관점에 경도되고 수익률 극대화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지배적 ESG 사고가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는 인류의 노력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자본주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어느 한 그룹의 이해관계자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 간의 상호작용에서 길을 찾는다. 노동자가 유일한 압도적인 이해관계자라고 봤던 마르크스주의(Marxism)가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없었듯이 투자자(또는 주주)를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간주하는 투자자자본주의의 관점으로 회귀하는 듯한 ESG 사고는 지나치게 편향된 사고일 수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단순히 환경 및 사회적 성과를 중요시하는 사고가 아니라 경제 발전, 즉 경제적 지속가능성도 핵심 조건으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속가능경영 또는 전략적 CSR은 사회 및 환경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하는 윈윈(win-win)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위험관리에 초점을 두는 ESG 사고를 경영자가 마치 궁극적 전략 목표로 착각하게 되면 ESG 점수 관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이제 다시 모든 이해관계자가 중요한 행위자(player)가 되는 지속가능경영을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지속가능경영연구소 ESG 센터장)

●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프로필

현재 인하대 지속가능경영연구소의 ESG 센터장. 국내 최초로 대학원 지속가능경영·녹색금융 전공을 개설해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속가능경영 관련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다. 한국환경경영학회 창립인으로서 회장을 역임했고, 국민연금기금 사회책임전문위원과 인천시 녹색성장위원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대표 저서로는 <책임지고 돈 버는 기업들> 등이 있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