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도시 전경 (사진=픽사베이 제공)
시카고 도시 전경 (사진=픽사베이 제공)

미국은 전역에서 8764개 저소득층 지역을 선정해 민간자본으로 주택과 일자리를 공급하는 기회 특구 ‘OZ’(Opportunity Zon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를 대신해 이곳에서 저렴한 주택과 일자리 공급 등 모든 종류의 사업을 10년간 영위하면 양도소득세가 면제된다. 10년 동안 OZ 펀드에 투자를 유지하면, 세금감면 수익률이 최소 23%나 된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세금감면 및 고용법에 기반해 2017~2026년 기간 중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OZ 펀드는 많이 모집되고 있다. 회계법인 노보그라닥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에만 8조4000억원의 신규 기금이 조성됐다. 

주식 부동산 등 다양하게 투자해 돈을 번 투자자들은 기회 특구를 OZ 프로그램이 공식 종료될 때까지 세금을 유예했다가, 현금화하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OZ 프로그램으로 세금을 면제받으려면 OZ 펀드 가입 후 6개월 이내에 지정된 프로젝트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부분 OZ 자금은 적절한 가격의 공동주택에 투자된다. OZ 투자에서 투자자들은 공동주택을 만일에 대비하는 대체 자산으로 보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모든 곳에서 상승하고 있기에, 공동주택은 관심의 초점이다. 공동주택은 대개 임대 기간이 1년이라 10년간 보유하면서 임대사업 하기가 적합한 상품이다. 도시에서의 OZ 주택사업은 대개 빈 땅 사업에 치중된다. 

장기 임대 오피스와 리테일 부동산은 OZ 투자에서 꺼리는 대상이다. 사무실은 대개 임대 시점의 가치가 최고에 도달해있다. 하지만, 5~10년 후 임대 만료가 가까워질수록 실제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리테일 부동산도 온라인 쇼핑이 커지면서 유행에서 벗어나 있다. 

하지만 장기 임대에 의존하는 사무실, 리테일 자산도 약간의 이익을 희생한다면 OZ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착수 3년 만에 리테일 사업을 매각한다면 10년간 유지하는 것보다 나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10년 장기 프로젝트로 가게 되면 예상되는 내부 수익률(보통 20%)에서 2~3% 손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손실은 최종 세금 혜택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미국은 OZ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부동산과 관련해, ‘1031 교환 프로그램’(1031 Tax Differed Program)과 저소득층 주택 세금감면 제도인 ‘LIHTC’(Low Income Housing Tax Credi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0년 된 1031 프로그램은 투자용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가 판매한 후 다른 부동산을 구입하는 경우 부과되는 양도세를 100% 유보 시켜 주는 제도다. LIHTC 프로그램은 저소득층에게 적절한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국세청이 임대주택 개발업체에게 연방소득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다. 개발업체는 주정부 주택금융기관을 통해 세금감면분을 유동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에 의한 부동산들은 OZ 수익률보다 낮아 인기가 덜하다. 

OZ 투자 프로젝트도 투자 수익성과 10년 동안의 가치 상승 여부가 중요하다. 투자자들은 우선적으로 수익률을 중시한다. 세금 혜택은 케이크 위에 올려놓은 장식 정도로 보고 있다. OZ 프로그램에 의한 부동산의 평균적인 수익률은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보다 양호하다. 

OZ 투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지리적으로 분산하거나, 혹은 특정 지역에 집중하기도 한다. 수년 동안 실리콘 밸리에서 OZ 사업을 하고 있는 어반 카탈리스트는 이 지역의 대출 기관, 시 공무원, 계약자들과 친분이 있어서 이 지역 사업만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회사인 ULI에 따르면 올해까지 OZ 사업에 투자되는 펀드 총액은 누계로 약 9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만 30% 성장이 기대된다. 

작년에 주식 시장은 사상 최고치에 인수 합병도 기록적이어서 투자자들은 돈을 많이 벌었다. 하지만 재투자 옵션은 그리 많지 않아 세금을 피하는 OZ 펀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OZ 펀드 모집을 가장 많이 한 주는 캘리포니아주이고, 애리조나, 텍사스, 뉴욕, 플로리다 순이다. 도시로는 워싱턴 D.C., 로스앤젤레스, 내슈빌, 오스틴 순이다. 

일자리 창출에 치중하는 OZ 사업도 있다. 인티그리스 리얼에스테이트 인베스트먼트는 라스베이거스 해리 리드 국제공항 옆 6400평 부지에 526개 객실과 카지노를 갖춘 드림 라스베가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호텔과 카지노를 짓는 4000개의 단기 건설 일자리와 800개의 영구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다. 

인구 이동에 따라 OZ 사업 투자대상이 확대되기도 한다. 캘리버 웰스 디벨롭먼트는 애리조나주를 넘어서 텍사스, 콜로라도, 유타, 아이다호까지 인구 이동에 따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보이시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로 사람들이 시애틀과 포틀랜드 지역에서 이곳으로 이사하고 있다.

OZ 프로그램이 연장되거나 영구적으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와 다른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투자 촉진이 계속해서 필요하다는 배경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OZ의 확대로 투자 경제가 확장될 수 있다. 

OZ 프로그램에 비판의견도 있다. 이미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지역에서 더 많은 확장을 위해 이 제도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일부 기회 특구는 처음부터 OZ 자격대상이 아니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 의회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젠트리피케이션(내몰림 현상) 폐해가 발생하고 있는 OZ 지역을 재편하자는 요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경우 OZ 펀드는 당초 의도한 취지를 달성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은 저소득층 지역의 주택과 일자리를 개선하기 위해 부동산을 활용하는 OZ, 1031 교환, LIHTC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 수단은 민간자본에 세금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그중에서도 OZ 프로그램은 주택 공급, 경제 활성화, 투자 수익성 등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방식이다. 우리도 정부 예산 투자 없이 민간 자금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