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호 공약 정부 출범 전부터 된서리…소상공연합회 “공약 약속대로 시행하라”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인수위가 준비한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 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인수위가 준비한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정무를 시작하기도 앞서서 ‘공약 파기’ 혹은 ‘공약 후퇴’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막상 나라 살림을 관리할 입장이 되니 재원 부족 등 현실에 부딪혀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등 윤 대통령 당선인이 집권 즉시 실천하겠다며 부각했던 공약을 미루거나 포기해서다. 

그중에서도 ‘소상공인 지원금 600만원 추가’ ‘손실보상급 소급적용’ 등 민생 공약마저 파기할 지경에 이른 점은 새 정부에 대한 국민 여론에 크게 실망감을 안겼다. 

지난달 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소상공인·소기업 551만곳을 대상으로 과학적 추계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입은 손실을 추산하고 그에 따라 방역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방역지원금은 과거 두 차례 집행 당시 손실보상금과 달리 모든 대상자에게 같은 금액을 일괄지급해왔다. 게다가 윤 당선인이 ‘600만원’을 공언했던 만큼 1인당 600만원씩 일괄 증액되는 줄 알았던 소상공인들은 방역에 따른 피해액수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새 정부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섰다. 

청와대·인수위원회 누리집에 보상 요청 봇물

9일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윤석열 당선인 사퇴촉구 및 탄핵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 화면캡처)

문재인 정부 임기를 끝으로 문을 닫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최근 인수위 측이 발표한 소상공인 손실보상안과 윤 당선인을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당선인 사퇴촉구 및 탄핵을 청원합니다(소상공인 농락)’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해당 청원은 지난 6일 새벽 1시 기준 1만1691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월세 100만원 커피전문점부터 월세 1000만원짜리 음식점까지 모든 소상공인은 영업시간 10시 제한, 인원 제한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었고, 국가의 지원은 한참 늦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새 정부가 과학적, 피해적, 체계적 운운하여 100만원에서 최대 600만원까지 차등으로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우리는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최대 1000만원을 당선공약으로 내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했다. 그러나 (인수위가) 실제로는 100만원 지원 받기도 어려워 보이는 차등 지급 조건을 내세운 건 생존 문제가 달린 소상공인과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자진사퇴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국회 172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일념과 신념으로 윤 당선인을 탄핵하는 안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JTBC 뉴스 화면캡처

인수위 누리집 역시 소상공인들이 손실보상금 일괄 지급을 촉구하는 내용의 짧은 글을 잇따라 올리면서 성토하는 목소리로 게시판을 채웠다. 지난 6일 인수위 누리꾼이 의견을 자유롭게 게시하는 ‘국민이 당선인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당선 즉시 소상공인 지원금 600만원 추가’라고 적힌 현수막 사진이나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유세장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저와 국민의힘이 실질적인 손해를 보상해 드리고 기본 지원금은 최소 600만원을 얹어서 1000만원씩 해 드릴 생각입니다”라고 밝힌 방송 장면 캡처 화면 사진이 올라왔다.

이들은 이 같은 발언을 가리키며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그것 때문에 제가 믿고 있는 당선인 욕하는 소리 듣기 힘듭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대통령님을 신뢰하고 싶습니다”, “대통령이란 사람이 약속 공약을 어기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몇 년 전 약속도 아니고요. 본인 입으로 한말은 지키시죠”, “대통령이 거짓말할꺼라 생각도 못했거든요. (문재인 정부 시절 거론된 보상금액인) 300만원은 ‘그깟’ 이라더니 600만원은 못 주겠다고요?”, “소상공인 지원금 600 공약 지키는지 두고 보겠습니다. 처음부터 거짓말 하는 정부가 되는지 지켜봅니다. 6월 1일 지방 선거 때 두고 봅시다“ 등 공약을 지키라는 내용의 아우성이 쏟아졌다.

“진짜 못 버티겠습니다. 죽기 직전이에요. 애가 셋이고 너무 힘듭니다. 그 돈으로 발 디딛고 일어나고 싶어요”라거나 “하루가 급한데 차등하면 도대체 언제인가요. 쓸데없는 과학적 접근 그만하고 취임 즉시 지급하시죠”라며 코로나19 당시 경영난으로 형편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글들도 보였다. 

윤 ‘공약 파기’에 총공세 펼치는 민주당, 대국민 사과 요구 

비판 여론이 강력한 가운데 인수위 측은 손실에 따른 지원 금액 범위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얼마만큼 방역지원금이 주어지는지 구체적인 지출 계획이 알려지지 않다보니 소상공인들은 이전 집행됐던 방역지원금보다 금액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드러내는 등 혼선은 인수위 발표 이후로 가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방역지원금 차등 지급 방침을 곧 ‘공약 파기’라고 규정하고 윤 당선인과 인수위를 거세게 비판했다. 박지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수위가 방역지원금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인 29일 비대위 회의에서 “인수위가 발표한 손실보상 지원대책을 보고 많이 실망했다”며 “누구에게 얼마를 주겠다는 건지, 어디서 재원을 조달할 건지도 없는 발표를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도 "윤 당선인이 취임도 전에 스스로 공약을 파기하고 있어 명백한 대국민 기만이고 사기극"이라며 "1호 공약인 온전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약속 이것도 파기했고, 이제는 부동산 공약들도 줄줄이 걷어차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취임도 전에 대선 공약부터 폐기할 거였으면 대통령에는 왜 출마했는지 의문"이라며 "대선 공약은 국민과의 계약이다. 개인 관계에서도 계약 파기는 계약 해지사유가 된다. 후보자가 선거에서 국민께 드린 약속을 아무 설명 없이 마구잡이로 뒤집으면 마땅히 심판 받아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이처럼 공세가 집중되자 지난 3일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국정과제 발표 브리핑을 갖고 소상공인 손실보상 차등지급과 관련해 추가 설명을 내놓았다. 

안 위원장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분들의 손실보상에 대해 기사를 보면 몇 가지 오해들이 있는 것 같다”며 “제가 맡은 코로나 특위에서는 5개 부처의 공식적인 자료를 갖고 정확하게 지난 2년 동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이 어느정도 손실을 보셨는가 추산하는 역할이고 저희가 53조원이라는 숫자를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제대로 그 숫자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위원장은 “저희 역할은 거기까지”라며 "전체 손실 액수를 발표하고 구체적으로 구제하는 방법은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다"고 밝혔다. 개별 소상공인들이 차등지급 원칙에 따라 방역지원금이 얼마만큼 주어질지는 정부 출범 후 기재부에서 결정한다는 얘기다. 

소상공인들 “우리는 거지가 아냐…국가 방역 도운 공로 인정해달라”

지난달 28일 오후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추가 해명 차등 지급에 대한 구체적 해명이 없어 소상공인들의 반발과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피해를 국가가 보상해주는 ‘시혜’적 성격의 손실보상금과 달리 방역지원금은 소상공인들이 방역에 협조한 반대급부로 정부가 마땅히 지급해야 하는 ‘대가’의 성격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100만명이 가입한 소상공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방역지원금은 정부의 선심성 지원금이 아닌, 방역에 협조한 소상공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대가”라며 울분을 토하는 내용을 담은 ‘우리들 그렇게 낮춰 볼만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 아닙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방역지원금은 국가가 방역지침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 소상공인들이 일선에서 방역지침을 대국민에게 홍보하고 유지되도록 힘을 보탠 수당이다”라며 “내 가게에 돈 쓰러 찾아 온 손님한테 ‘마스크 착용했냐’, ‘출입 명부는 적었냐’, ‘체온 체크는 했냐’, ‘QR코드는 찍었냐’, ‘백신 접종했냐’, ‘일행은 몇 명이냐’ 묻고 실랑이하고, 욕먹고, 안 되면 손님 쫓아내면서 국가 지침이 운영되도록 도운 결과 받는 지원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논란이 된 방역지원금은 (지급 방식이) 손실보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혼란이 있지만 사실 둘은 엄연히 다르다”라며 “방역지원금은 (우리가 방역에 협조한 대가로 받는 돈인 만큼) 각 사업자가 받은 손실과 무관하며, 따라서 손실에 따라 차등지급해야 하는 성격의 보상금도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임대인, 손님, 알바한테 치이고 이젠 하다하다 공생관계인 배달업체한테도 치이고 있는데, 정치인들까지 우리를 가지고 놀려고 한다”며 “우리는 거지처럼 가만히 앉아서 돈 내놓으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손실보상금의 소급적용 역시 인수위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데다 행정 부담도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낸 점도 해소되지 않은 문제다. 

서울시 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연합회)는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손실보상 소급적용 공약을 파기하려는 것 같아 배신감이 크다”며 “"소급적용이 포함된 온전한 손실보상이 하루빨리 이뤄져 도탄에 빠진 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고 규탄했다.

연합회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현 정부와는 다르게 온전한 손실보상을 하겠다고 공약했고, 이를 믿었기에 많은 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지지를 표명했다”며 “그러나 윤 당선인은 공약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를 파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이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속담을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정과 상식을 주장하는 윤 당선인이 첫 단추를 이런 식으로 끼우는 데 대해 551만 소기업·소상공인은 분노한다"고 밝혔다.

추경 필요한 공약 한두 개 아닌데... 나라 곳간 여유 있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재원으로 하는 방역지원금은 결국 새 정부의 기재부로 공이 넘어갈 전망이다. 다만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추경을 통해 수차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거듭 집행하면서 국가 재정이 악화된 점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올해 1075조7000억원(1차 추경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5년 만에 400조원 넘게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 역시 2018년 1.6%에서 2019년 -0.6%, 2020년 ­3.7%로 꾸준히 악화했다. 

이런 가운데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현재 불거진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당초 윤 당선인 공약에 맞게 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보완하겠다는 뜻을 일단 내비쳤다.

추경호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주 인수위가 윤석열 당선인의 소상공인 50조 원 지원 공약을 파기하며 소상공인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고용진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국민께 드린 약속을 충실히 지키도록 (추가경정예산을)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이어 “지금 온전한 손실보상을 검토하고 있다”며 “보상 방안이 확정되면 당초 당선인이 공약한 부분에 상응하는 내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손실보상안이) 확정되면 보고 평가하길 바란다”며 “당선인이 국민에 약속한 부분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작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