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여행사들 몸 풀자 뒤늦게 뛰어든 플랫폼 업체도 차별화로 맞대응

20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3층 국내선청사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3층 국내선청사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본격적인 해외 여행 수요 증가세가 뚜렷해지면서 여행업계에는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년간 얼어 붙었던 여행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켜면서 하나투어,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노랑풍선 등 전통의 강자들과 새롭게 뛰어들기 시작한 플랫폼 업체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열린 여행 수요에 맞춰 소비자 공략을 위한 마케팅도 본격화되고 있다. 여행업계는 올해 해외 여행수요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40%~60%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나투어·참좋은여행 등 ‘전통의 강자’들 패키지 여행 강화

하나투어는 기존 오프라인과 온라인 플랫폼을 동시 공략하며 여행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하나투어는 엔데믹 이후 여행 소비패턴 변화를 고려해 ‘패키지2.0’을 선보였다.

패키지2.0은 쇼핑센터 방문 일정을 빼는 대신 자유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를 방문하고 선택 관광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유여행객을 위해 기획된 개별 패키지 여행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소규모 단독 여행이나 에어텔을 확장하고 고도화시킨 에어카텔, 카텔, 티켓텔 등의 결합상품을 내놨다.

하나투어는 오는 6월 134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실시할 예정이다. 기관투자형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가 대주주인 하나투어는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1년 1000여명의 정리해고 과정을 거치면서 몸집을 줄였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략을 위해 IT 기반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여행업계 3,4위를 다투고 있는 참좋은여행은 기존 전통 여행업의 강점을 살리고 내실을 기한다는 전략이다. 외형적인 큰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기존 여행업의 노하우를 살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고급화와 특화된 패키지 여행 상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참좋은여행은 올해 3월 14년 만에 신임 이종혁·조현문 공동 대표 이사를 선임하면서 더욱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한항공 대만·시카고 지점장을 거쳤고 조 대표는 참좋은여행의 가족회사인 삼천리자전거 출신의 관리형 최고경영자로 두 사람 모두 여행업계 베테랑이다.

참좋은 여행 이상필 홍보부장은 “통계를 보면 최근 유럽 또는 미주쪽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가는 패키지 여행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잘 팔린다”라며 “아마도 코로나19 시기 여행경비를 모아두셨던 분들이 맘먹고 가시는 것 같은데, 이제 ‘싼 맛에 해외여행 간다’는 수요는 많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다”라고 전했다. 이왕 가는 여행이라면 제대로 다녀오겠다는 수요가 많아져 편안하고 고급화된 여행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특히 참좋은 여행은 코로나19 시기에도 다양한 기획을 쏟아내며 고객들의 달라진 패턴을 예측해왔기 때문에 높은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참좋은여행은 지난 4월 예약현황(4월에 예약한 고객들)이 국내 여행을 제외하면 총 2만3842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32% 수준의 회복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회복률이 높은 곳은 북미 하와이 지역인데 올해 4월 예약자는 3019명으로 2019년의 3425명에 비해 88.1%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와이 지역으로 뒤늦은 신혼여행을 떠나는 고객들이 크게 늘면서 북미하와이 지역 증가율의 주된 원인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에 비해 유럽 지역은 4434%, 동남아 지역 3800%, 북미하와이 지역 2580.3%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노랑풍선은 지난 3월 경쟁업체인 하나투어 대표였던 김진국 신임 대표를 영입해 업계에 큰 화제가 됐다. 김 대표는 하나투어의 전략기획실장 등과 함께 이직해 노랑풍선을 이끌게 됐다. 했다. 노랑풍선은 코로나19 이후 재편된 여행시장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구조 전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이사 선임 당시 노랑풍선은 “여행업계에서 오랜 기간 다양한 경험과 비즈니스 노하우를 겸비한 김진국 대표와 함께 ‘제2의 도약’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랑풍선은 지난해 노랑풍선 자유여행 플랫폼을 오픈하고 여행 콘텐츠가 강점인 여행정보 공유서비스 전문기업 위시빈을 인수했다.

올해는 달라진 여행 트렌드에 맞춰 조직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오픈한 온라인 여행 에이전시(OTA) 플랫폼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온라인사업본부와 IT본부를 신설했다. 온라인사업본부 산하에는 상품기획과 전략수립, 판매채널 다변화를 위해 온라인판매부를 신설했으며 기존 마케팅, CS지원팀 외 CRM(고객관계관리)팀을 새롭게 추가해 마케팅부로 확대 개편했다. 항공 기획, 발권, 영업, 호텔, 액티비티 등 개별여행 수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외항공·호텔영업 전담 부서도 구축 및 운영하기로 했다.

인터파크 품은 야놀자, 제주 서비스 특화 위해 지사 설립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제주 특화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9일 제주지사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야놀자는 국내 숨은 여행지를 발굴하고 디지털 콘텐츠화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글로벌 여행 수요를 유치하고자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제주도의 여행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제주패스를 운영 중인 국내 1위 렌터카 모빌리티 플랫폼 ‘캐플릭스’에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신규 제주지사 역시 고객 유치의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증가하는 제주 여행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소했다. 상품기획,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직군의 전문가들이 상주해 신규 상품을 개발한다. 향후에는 항공부터 숙소, 렌터카, 레저·액티비티, 맛집까지 제주여행을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제주 특화 서비스로 플랫폼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앞서 야놀자는 지난해 10월 인터파크의 일부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여가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을 세웠다. 야놀자는 해외 플랫폼 기업들이 잠식하고 있는 해외 여행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치열해질 해외 여행 시장 변화에 대해 선제 대응하고,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여행 기업을 대상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기술 중심의 해외 진출을 꾀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인터파크 주요 사업들을 통해 B2C에서 티켓, 숙박, 패키지, 공연 등의 분야와도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카카오, 동남아 7개국에서 카카오T  앞세워 모빌리티 서비스

현대카드 여행사업부였던 타이드스퀘어를 인수한 카카오의 행보도 지켜볼 만하다. 카카오는 지난 2018년 여행사 타이드스퀘어의 지분 28.9%를 인수하며 여행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타이드스퀘어는 지난 2009년 설립된 여행사로 2010년 현대카드와 서비스 제휴를 맺으며 성장했다.

당시 카카오는 “타이드스퀘어는 다양한 여행서비스를 진행해 우수한 인프라를 갖고 있다”며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제휴, 협업을 진행 중으로 시너지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카카오의 모빌리티 서비스다. 카카오T는 동남아시아 7개국에서 현지 모빌리티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지에서 우버 서비스 등 해외 택시 플랫폼을 쓰기 어려워하는 한국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해외 현지에서 사용이 가능한 카카오T 서비스를 통해 고객 확보와 유입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