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분석한 지방선거 판세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변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삼산동 거리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등 6·1 지방선거 나서는 울산지역 후보들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울산시 남구 삼산동 거리에서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 등 6·1 지방선거 나서는 울산지역 후보들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전국 제 8회 동시 지방선거는 단순히 선거 한 번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대선에서 결정짓진 못했던 대선 승부가 결판나는 정치적 이벤트가 될 예정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역대 가장 치열한 대선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과 경기지사 출신의 맞대결이라는 유례없는 대진표가 만들어진 승부였다. 출발부터가 역대 대통령 선거와 달랐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등 검찰 요직을 거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개혁과 관련해 충돌한 뒤 총장직을 사퇴해 대선 후보로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선부터 후보들 사이에 치열한 충돌 양상이 전개되면서 노골적인 네거티브 선거 운동이 불을 뿜었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및 당 대표가 아니라 당 내의 비주류 취급을 받아왔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후보로 선출됐다. 

본선 선거 전쟁은 치열했고 결국 윤석열 후보가 0.73%포인트 차이의 역대 최소 득표율 차이로 당선되었다. 문제는 바로 그 이후부터다. 대선이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현상이 지속됐다. 대선 결과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바로 지방선거가 실시되는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로 단 하루도 들어가지 않고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발표하면서 신구 정치세력 사이의 갈등은 깊을 대로 깊어졌다. 정치 사안마다 출동했고 문재인 정권과 새 정부 인사들 사이의 갈등은 더 격렬해졌다. 

이른바 ‘유지태 현상’이다. 영화 ‘올드보이’에 출연했던 유명 배우의 이름을 빌려 현상을 설명해 본다. 첫째로 대선이 끝났지만 대선 결과의 여파와 여진이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다 역대 대통령 취임식 이후로 가장 빨리 선거가 실시되는데 이번 지방선거가 된다.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대선 결과에 대한 승리와 패배의 개념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탓이다. 마지막으로 유지태의 ‘태’에 해당되는데 바로 곳곳에서 대결하고 충돌하는 태도다. 

대선 이후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여기저기서 협치나 협력보다는 충돌하고 대결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뿐만 아니라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그리고 추가경정예산과 새 정부 인사까지 충돌에 충돌을 거듭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협력하거나 협치하는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국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까지 대결 국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0~12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선전화 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3%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일을 잘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하고 있는지’ 여부를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52%로 나타났고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37%로 나왔다. 50%가 넘는 지지율이고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얻었던 득표율보다 높은 수치다. 그럼에도 역대 대통령의 임기 초반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 70~80%가 넘는 고공행진 지지율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만18세 이상)와 여성 그리고 중도층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20대에서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는 각각 45%와 41%로 나왔다(그림1).

그림1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직까지 윤 대통령이 20대 국민들의 호감을 크게 높이지 못했다는 뜻이다. 2030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여성, 중도층의 평가를 본다면 결국 대통령 선거 때 확보하지 못한 지지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일반적으로 3가지 변수로 분석한다. 첫째는 이념 또는 철학(Philosophy)이고 둘째는 정책(Policy)이며 세 번째는 사람(People)이다. 3P로 분석을 하는데 임기 초반이므로 이념이나 정책과 관계될 사안은 많지 않다. 

결국 윤 대통령 지지율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변수는 사람이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대체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논란, 내각 인선 논란 등으로 모아진다. 대통령 집무실이야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이고 대통령도 취임식 날부터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 업무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변수는 사람이다. 바로 내각 인선 관련해서 지지율에 영향을 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때 낮은 지지율이라고 하더라도 50%가 넘는 지지율이고 지방선거가 대통령 취임직후 실시되는 정치 이벤트라 대통령 지지율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지지율만큼이나 선거에 영향을 주는 지표는 정당 지지율이다. 정당 지지율은 선거에 나서는 후보의 기초 체력이다. 자신이 소속된 정당의 지지율이 다른 정당보다 높은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라면 신바람이 난다. 적어도 자신의 인지도나 경쟁력과 상관없이 정당 지지율만으로 적지 않은 지지층 기반이 만들어지고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까지 높아지는 이유다. 

그렇지만 정반대의 상황인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라면 이른바 ‘험지’라고 불리는 곳에 출마한 상태라 당선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이판사판 사력을 다해야 한다. 일반적인 국면이라면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여당과 제 1야당의 정당 지지율은 비슷해 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운동회 효과 때문이다. 지지율이 다소 차이가 날지라도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고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서로 ‘영차영차’하는 운동회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벌어졌던 지지율이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렇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지지율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과 관련된 악재가 부지불식간에 많아진 까닭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0~12일 실시한 조사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민주당 31%, 국민의힘 45%로 나타났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14%포인트 더 높았다. 

20대에서는 민주당이 35%로 국민의힘 지지율 30%보다 더 높았고 여성과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다(그림2).

그림2 정당 지지율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보자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높은 추세다. 특히 지역적으로 볼 때 호남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고 있다. 

민주당 후보자들은 위기 국면이다. 4년 전 2018년 지방선거 때와 비교할 때 역전 상태다. 4년 전 당시는 남북관계가 순풍을 타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70%이상 고공행진을 했고 민주당은 50%내외의 ‘지지율 대흥행의 시대’를 누렸다. 

지방선거는 평균적으로 7장의 투표 용지에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 표기를 하는데 거의 광역단체장 투표에 따라가는 일관 투표 성격이 강하다. 정당 지지율만 놓고 볼 때 국민의힘은 달아나고 민주당은 쫓아가는 선거가 되어 버렸다. 10여일 밖에 남지 않는 대통령 선거를 좌지우지할 결정적인 ‘핵변수’는 무엇이 될까.

지방선거를 결정짓는 첫 번째 핵변수는 ‘국정안정론에 힘이 실린 선거구도’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분석한다면 그것은 바로 구도다. 선거 구도는 선거 전체 판을 결정하는 가장 중차대한 변수다. 선거의 성격을 묻는 것인데 선거 구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기본적으로 선거의 방향과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당선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선거 프레임은 정권 교체에 대한 갈망이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시작된 이후부터 정권 교체에 대한 여망은 보수 정당과 정치 세력을 중심으로 매우 강해졌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기점으로 보수가 혼연일체 하는 단결감이 부각됐고 그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 윤 대통령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후 오산 미 공군기지의 항공우주작전본부(KAOC)를 방문,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대선 본선 후보가 되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작동했던 힘 역시 ‘정권 교체 열망’이었다. 당시 홍준표 후보가 경쟁력이 있고 보수 정당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던 인물이었지만 당원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은 이유는 정권 교체 열망이 더 강력했고 정권 교체 의지가 선택한 인물이 윤 대통령이었다. 

대선 때는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 교체 의지가 더 강력하게 나타났었다면 임기 초반에 나타나는 선거 성격은 ‘국정 안정론’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보인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8~1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3.3%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이에서 확인 가능)에서 ‘지방선거에 대해 어떤 의견에 공감하는지’ 물어본 결과 ‘국정 안정을 위해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48.2%로 나타났고 ‘정권 견제를 위해 민주당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응답은 38.6%로 나왔다. 국정 안정론이 정권 견제론보다 약 10%포인트 가량 더 높다. 

여야 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경기와 인천지역에서 국정 안정이 정권 견제보다 더 높다. 국정 안정이 47.5%였고 정권 견제가 40.2%였다. 20대와 여성 응답자층도 정권 견제보다 국정 안정론이 더 탄력을 받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림3).

그림3 지방선거 성격

이번 지방선거를 결정할 첫 번째 핵변수가 되는 선거 구도에서 국정 안정론이 정권 견제론보다 더 탄력을 받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시되는 선거이므로 ‘국정 안정론’ 성격이 더 두드러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거 결과를 결정짓게 할 두 번째 핵변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따른미국과의 안보강화’다. 미국 변수는 한국 선거에서 간접적으로 때로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왔다. 특별히 지난 지방선거는 미국의 자세와 태도가 결정적이었다, 2018년 6월에 있었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우여곡절 끝에 성사됏다. 북·미회담의 중재자 역할을 문재인 정부가 시도했지만 북한과 미국의 온도차는 분명했다. 

북한은 같은 해 4월 판문점 회담이후 한반도 평화 기운이 조성되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자 6월 정상회담 만남을 시도했다. 그러나 트럼트 대통령은 협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면서 선뜻 회담 성사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회담 일정이 가까워지고 미국 국내 정치 등의 사유로 정치적 이벤트가 필요했던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미정상회담을 받아들였다. 

그해 6월 12일 실시된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전 세계의 시선을 주목시켰고 결국 지방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야당은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다시 조율해야 한다며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선거라고 다르지 않다. 5월 20일 방한하고 21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존재감은 집중적으로 부각된다. 덩달아 윤 대통령 역시 내외신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된다. 더군다나 이번 방한은 일본보다 먼저 방문하는 것이라 극적인 효과는 더욱 크다. 2018년 지방선거가 ‘트럼프 효과’였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바이든 효과’가 나타나는 선거로 봐야 한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와 실시한 조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우리 외교 방향에 대한 질문인데 ‘미국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10명 중 7명이 넘는 75%로 압도적이었다. ‘중국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2.9%에 불과했다. 20대, 여성 그리고 중도층에서도 미국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70%이상으로 압도적인 결과로 나타났다(그림4).

그림4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향방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은 지방선거에 결정적인 핵변수로 작동한다. 보수 성향이 강한 유권자층과 지지층이 결집하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경쟁력에 대체적으로 더 많은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선거 구도에서 부담을 안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방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핵변수 세 번째는 사람이다. ‘약화된 이재명의 경쟁력’이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지역구 보궐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 계양을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고 이재명 위원장이 원내 입성을 위해 뛰어든 곳이다. 

많은 비판이 있었다. 대선에 패배한 후보가 대선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선거에 출마했다는 사실과 인천 계양을은 당선이 거의 보장된 쉬운 선거구가 아니냐는 지적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와 함께 대장동 의혹과 성남시장 시절 성남FC관련 의혹 그리고 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 등에 대한 방탄 수단이 필요해 국회의원이 되고자 시도하는 것이라는 맹비난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불리한 선거 환경과 미래 대선 도전을 위한 기반으로 출마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불가피한 명분까지 제시되고 있다. 이왕 출마한 결정을 되돌릴 수 없으므로 남아있는 평가 기준은 지방선거 성적표다. 이 위원장은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 국회의원 당선되는 것뿐만 아니라 전체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은 더 중요하다. 불리한 선거 구도에서 수도권 결과는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 기반을 위해 더욱 중요한데다 경기도는 이 위원장의 정치 기반이고 인천은 지역구에 나왔으므로 광역단체장 결과까지 책임져야 할 판이다. 

그런데 이 위원장의 존재감은 매우 제한적인 상태다. 한국갤럽에서 자체조사로 지난 10~12일 실시한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의 인천 계양을 출마에 대해 좋게 보는지 아니면 좋지 않게 보는지’ 물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37%로 나타났고 좋지 않다는 부정적인 평가는 48%로 10%포인트 이상 더 높았다.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뿐만 아니라 이 위원장에게 중요한 경기인천은 출마를 잘했다는 긍정 평가 39%, 부정 평가 46%로 부정적인 시선이 더 강하게 작동되고 있다(그림5).

그림5 이재명 출마에 대한 평가

선거는 무엇보다 사람간의 치열한 전쟁이다. 전체 선거판을 이끌어 가야 할 중심이 되는 인물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면 민주당의 구심점은 대선이 끝난 이후 재충전할 시간마저 충분치 않았던 이 위원장이다. 지방선거 위기감이 컸기 때문에 선택한 이재명 카드지만 그 화력은 활활 타오르지 않는 수준이다.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 5년 정치 권력의 향배를 결정하는 이정표가 된다. 민주당은 선거에 미치는 핵변수의 면면을 보더라도 불리한 환경 속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선거는 구도, 이슈,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윤석열 정부가 이제 시작한 정부인지라 정권 견제보다는 국정 안정 쪽에 더 힘이 실린다. 그래서 새 정부의 선거는 여당의 선거라고 불리게 된다. 대통령의 영향력에다 여당 프리미엄까지 작동하기 때문에 여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는 어깨의 짐이 한결 가벼워진다. 

여기에 이슈로 작동할 만한 대형 현안이 없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유권자의 주목도나 한미 정상회담이 가져오는 진영 결집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민주당에 매우 부담이 된다. 애초에 추진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이 무산됨으로써 한미 정상회담의 파생 효과는 고스란히 윤 대통령이 가져간다. 한미동맹강화에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게 되는 국면을 통해 주목도는 더욱 올라간다. 

선거는 어떤 이슈에 유권자들의 시선이 가 있느냐에 따라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여기에다 선거에 중심이 되는 인물 구심점이 중요한데 민주당 후보와 지지층을 견인하는 이 위원장의 존재감은 대선 때와 비교해보면 약화된 상태다. 윤 대통령과 이 위원장의 대결 구도 그리고 대리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인데 힘의 차이가 대등하기 보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셈이다. 

민주당의 반전은 얼마나 내려놓느냐에 달려있다. 지난 대선의 패인 분석에서 의미심장한 내용은 문 전 대통령이나 이재명 당시 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보다 민주당과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실망감이 투표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평가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혁신하고 개혁되지 않는다면 정치적인 미래는 없다. 불안한 선거 국면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놓는 가장 큰 무기는 ‘깊은 반성과 넓은 책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