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컨벤션 효과, 민주당 향한 표심, 이재명 당락 여부가 핵심 관전포인트”
“박지현발 쇄신론 둘러싼 민주당 내홍, 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막판 변수로 부상”
“대선 후에도 계속된 여야 대결 정치, 유권자가 심판 역할 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6.1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각 17명의 광역단체장 및 교육감,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779명, 기초의원 2602명이 선출된다. 거기에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7곳에서 실시돼 정치적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대선이 끝나고 세 달도 되지 않아 치러지기에 사실상 지난 대선의 연장전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허니문 기간’이라는 말이 사라질 정도로, 대선 이후에도 여야간 대치는 전례 없이 격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에서 패해 정권을 내놓기는 했지만, 대선불복 논란을 낳을 정도로 패배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물론 정권교체 직후에 치러지는 6.1 선거를 의식해 여야 대결구도의 각을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략적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국회의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었기에, 불과 0.73%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생각에 갇혀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마침 당선인 시절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당히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득표했던 48.56%보다도 낮은 지지율을 한동안 보이면서, 역대 대통령 당선인 지지율 중에 꼴찌라는 불명예를 낳기도 했다. 심지어 대통령 당선인 지지율이 조만간 퇴임할 대통령 지지율보다 낮은 초유의 상황까지 생겨났다. 

한국갤럽이 4월 19~21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윤 당선인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2%, ‘잘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45%로 역전되는 상황까지 있었다.(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취임도 하기 전에 윤 당선인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이렇게 많았던 데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이어 초대 내각 인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환경에서 여야가 서로 정권을 내주고 정권을 잡게 되니, 다시 한번 표심의 판단을 구하고 판을 정리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도 사실이다. 대선을 치렀지만 야당은 사실상 승복하지 않고, 새 정부는 제대로 힘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국정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로 표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여야 가운데 어느 쪽이 민심으로부터 심판받거나 지지받든 간에, 다시 한번 승자와 패자를 가리고 가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정권교체가 있고 곧 이어 이런 대규모 전국 선거를 치르게 된 정치 일정은 정국의 극심한 혼돈 상황을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를 갖게 된 셈이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정권안정론을, 야당인 민주당은 정권견제론을 주장하고 있다. 선거 결과는 양대 세력의 앞길에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에 실시되는 선거에서 만약 여당이 패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새 정부의 ‘컨벤션 효과’는 사실상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자칫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흔들리며 조기 레임덕 현상을 맞을 수도 있다. 

반대로 야당이 된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 이어 다시 한번 패배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자기 성찰 없이 강경으로만 치달았던 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재심판으로 해석될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선거마다 연전연패하는 상황을 맞는다면, 대선 패배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대선이라는 큰 고비를 넘었음에도, 여야 모두 다시 6.1 선거에 배수의 진을 치고 정치적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치는 이유다. 이번 6.1 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3대 관전 포인트를 다음과 같이 진단해 볼 수 있다.

1) 윤석열 정부 출범의 컨벤션 효과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에 따른 컨벤션 효과다. 이는 그동안의 경험을 놓고 보면, ‘변수’라기보다는 ‘상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권 출범 직후에 치러지는 선거는 기본적으로 집권여당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새로 시작한 집권세력에게 힘을 실어줘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주자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두 달 뒤에 치러진 총선, 2018년 문재인 정부 출범 한 달 뒤에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가 단적인 사례다. 두 선거 모두 집권여당의 승리로 귀결됐다. 국민의힘도 윤석열 정부 출범 효과를 크게 볼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고, 실제로 이제까지의 여론조사 지지율에서도 그 효과는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정식으로 취임하고 새 정부가 가동되면서 여당에게는 여러 가지로 선거를 치르는데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 개방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사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윤 당선인 지지율의 발목을 잡았던 최대 이슈였다. 

그런데 청와대 개방을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의 기류가 변화하는 분위기는 여권세력에게는 고무적인 일이다. 개방된 청와대에 들어가 본 시민들의 입에서는 ‘이래서 구중궁궐이라고 했구나’라는 소리가 나오며 ‘집무실 이전이 왜 필요했는지 알 것 같다’는 반응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용산으로의 집무실 이전이 막상 우려했던 것만큼의 국정공백이나 교통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자, 당초 우려가 너무 과장된 것 아니었냐는 생각들로 이어지면서 이제까지 비판적이었던 여론들이 많이 누그러지는 모습이다. 한번 청와대에 들어가면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었던 대통령이었지만, 이제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을 나누는 대통령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대한 여론의 반응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이뤄졌다. 이는 대선 후에도 강하게 남아 있던 ‘검사 윤석열’의 이미지를 ‘대통령 윤석열’의 이미지로 조기에 바꿔놓는데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정책 차원에서 보면,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원 방안이 담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 완화 같은 사안들은 여당이 표심을 얻는데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이 완화되고 있는 점도 6.1선거를 앞둔 여당에게는 유리해진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선 기간 동안 허위경력 문제 등의 각종 악재에 휘말려 제대로 모습조차 보이지 못했던 김 여사였지만, 취임 이후로는 ‘조용한 내조’를 표방하면서 퍼스트 레이디로서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는 대선 기간 동안에는 압도적으로 부정적인 뉴스의 대상이 됐지만, 이제는 조심스럽고 평범한 퍼스트 레이디의 모습을 보이면서 그동안 씌워졌던 여러 편견들에서 벗어나는 듯하다. 이는 윤 대통령 지지율의 발목을 잡아왔던 또 다른 요인이 완화됨을 의미한다.

물론 이렇게 유리한 환경들이 조성되는 가운데서도 인사 난맥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여전히 누르고 있던 부정적 요인이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특히 정 후보자의 경우는 ‘아빠 찬스’라는 여론의 비판 속에서도 사퇴까지 너무 시간을 끌어 윤석열 정부의 출범 효과를 스스로 반감시키는 상황을 낳았다. 

‘동성애 정신병’, ‘화대’ 등의 과거 발언으로 논란이 된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비서관,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된 전력이 있는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과거 지하철 성추행에 대해 부적절한 표현을 한 윤재순 총무비서관을 둘러싼 논란은 윤석열 정부 인사에 대한 점수를 떨어뜨린 일들이었다. 

또한 시작부터 드러난 과도한 남성 편중 인사도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나마 민주당이 선거를 의식해 인준 당론을 결정한 덕분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취임함으로써 인사 난맥 사태도 함께 수습되기는 했지만, 첫 인사에서 드러난 여러 난맥들은 6.1 선거에서의 컨벤션 효과를 제약하는 상황을 낳았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컨벤션 효과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1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배경일 것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5월 16~2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28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주 대비 2.0%포인트 오른 51.1%를 기록해 50%대로 올라섰다. 

민주당은 0.8%포인트 오른 38.6%였다. 양당 모두 지지율 상승을 보였지만, 국민의힘 상승폭이 워낙 커서 지지율 격차는 11.5%포인트나 벌어졌다.[그림1] 리얼미터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50%를 돌파한 것은 ‘미래통합당’으로 보수 진영을 통합한 시점이었던 2020년 3월 2주차 이후 2년 3개월 만의 일이다.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52.1%로 기록됐다. 부정평가는 40.6%였다. 국정수행 전망에서는 ‘잘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54.3%,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41.0%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기대치는 전주 조사 대비 3.1%포인트 상승했다.[그림2] 당선인 시절 한때 부정적 응답이 긍정적 응답보다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도 취임의 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이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표심

6.1 선거의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대선 이후 민주당이 보여 온 모습에 대해 표심이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패한 민주당은 그 결과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개는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은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자기 혁신에 초점을 맞추곤 하는데, 대선 이후 민주당이 보여 온 모습은 승리한 쪽을 향한 전례 없는 공격적 행보들이었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안 처리는, 달라지지 않은 ‘입법 폭주’라는 비판을 낳은 상징적 행위가 됐다.

사실상 대선에 불복하는 것 아니냐는 중도층의 시선은 이번 선거를 치르는 민주당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대선도 그랬지만 선거 승부를 좌우하는 중도층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대선 패배를 인정하며 성찰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는데, 민주당에게는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선 패배의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이재명-송영길’ 후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란히 이번 선거에 출마한 장면 자체도 그렇게 비쳐졌다. 

그런 모습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민주당은 대선 때보다도 한층 어려운 선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과의 당 지지율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고, 과거 우세 지역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거나 박빙 혼전을 벌이는 곳들이 늘어났다. 결국 대선 이후 민주당이 취해온 팬덤정치와 강경 일변도 행보가 중도층의 마음을 더욱 떠나게 만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민주당 인사들은 뒤늦게야 고개를 숙이며 사과 행렬에 나섰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 나가겠다”며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 반성하고 바꾸라는 국민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동연 후보도 “저희가 잘못했다. 김동연이 잘못했다”며 읍소했다. 돌아선 민심에 위기의식을 느낀 인사들은 이렇게 중도층을 겨냥한 사과와 읍소에 나섰지만, 정작 실권을 쥐고 있는 당내 주류 인사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박 위원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당과 논의한 적 없는 개인 입장”이라고 선을 긋는가 하면, 그가 거론한 ‘86 용퇴론’에 대해서도 “선거를 앞두고 몇 명이 논의해서 내놓을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도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그 밖의 확대 해석은 경계한다”며 의미 부여를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당내 강성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이수진 의원은 아예 “비대위는 ‘찰나’의 임시 조직”이라며 박 위원장을 정면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25일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는 박 위원장의 거듭되는 ‘86 용퇴론’을 놓고 고성이 오가는 내홍 사태로까지 번졌다. 

박 위원장이나 김동연 후보의 사과는 현재 민주당을 바라보는 중도층 표심에 대체로 부합되는 기조의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주류의 지배적 분위기는 그와는 동떨어져 있는지라 박지현의 외침은 민주당 내에서 ‘왕따’가 되고 마는 상황이다. 

오히려 민주당내 엇박자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용퇴를 거부하는 민주당 주류 86 그룹의 완고한 태도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결과만 낳은 셈이다. 대선 이후 보여 온 모습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는 민주당 주류세력의 모습에 과연 표심이 어떠한 평가를 내릴지, 이번 선거의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2030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흐름이 이어지기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사건이 터져 나오면서 민주당의 과거 성비위 사건들이 한꺼번에 재조명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으로 논란이 있었고, 그에 대한 징계를 둘러싸고도 박 위원장과 주류 측 간 갈등 조짐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가 하면 이재명 후보가 “세계사적 의의가 있다”고 격찬한 ‘개딸 현상’도 여론조사에서는 잡히지를 않고 있다. 오히려 민주당을 지지하는 ‘개딸’들이 ‘박지현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들을 보는 중도층의 시선은 팬덤정치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는 이 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한 개딸이 막상 이번 선거에서 중도층 표심을 얻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 민주당이 과연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4일 인천 계양구 선거 캠프에서 ‘계양 테크노밸리 마스터플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24일 인천 계양구 선거 캠프에서 ‘계양 테크노밸리 마스터플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3) 이재명 후보의 생환 여부

이번 6.1 선거는 중심이 지방선거지만,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이 후보가 출마한 인천 계양을 선거의 결과다. 한 지역에서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지만, 이 후보의 생환 여부가 향후 민주당 질서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곳의 선거가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당초 예상과 달리 이 후보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티아이가 5월 19~20일 실시한 인천 계양을의 보궐선거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45.8%, 윤 후보는 49.5%로 집계됐다. 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이 후보가 처음으로 뒤진 조사 결과로 받아들여졌다.(인천 계양을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8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3%포인트) 

또한 모노리서치가 경인일보 의뢰로 5월 20~21일 실시한 인천 계양을 조사 결과, 이 후보 46.6%, 윤 후보 46.9%의 초박빙 상황으로 나타났다.(인천 계양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이어 한국정치조사협회연구소가 기호일보 의뢰로 5월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각각 47.4%, 47.9%를 기록해 초박빙의 대혼전 결과가 나왔다.(인천 계양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글로벌리서치가 JTBC 의뢰로 5월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후보가 44.8%, 윤 후보가 42.2%를 기록해 2.6%포인트 차이인 오차 범위 내 접전 양상을 역시 보여주고 있다.(인천 계양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500명을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이상의 해당 여론조사들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현재 판세에서는 이 후보의 생환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후보는 자신의 계양을 출마를 ‘위험한 정면돌파’라고 했지만,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곧 바로 보궐선거에 나서는 모양새도 그렇고, 성남시장을 지낸 사람이 분당갑 선거가 아니라 민주당의 ‘텃밭’인 계양을까지 가서 출마하는 모습도 궁색해 보인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힘 측에서 ‘방탄용 출마’라고 공격해도 받아칠 명분이 취약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판세 앞에서 이 후보 측도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당락은 개인은 물론이고 민주당의 앞길에도 중대한 변수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돼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 됐을 때, 그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장동 특혜 의혹 등의 수사와 관련된 ‘방탄’이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 

향후 이 후보를 겨냥한 수사 과정에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제출되는 경우가 생겨난다 해도, 민주당은 이를 ‘이재명 죽이기’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부결시킬 국회 의석수를 갖고 있다. 더구나 이 후보가 당선돼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될 경우 그를 향한 수사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수사의 예봉을 피한 이 후보는 5년 후의 대권 재도전을 목표로 민주당을 ‘이재명당’으로 굳혀 나가게 될 것이다. 2024년 총선 결과라는 또 한번의 고비가 있지만, 민주당 ‘친문’ 진영에서 대선 주자가 마땅치 않은 현실에서 이재명 유일 대안론은 힘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후보가 ‘계양을에서 25년’이라고는 하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윤 후보에게 패하는 이변이 생겨날 경우, 이 후보는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돼 있다. 이 후보가 유세에서 “이번에 지면 정치생명이 끝장난다”며 지지를 호소한 것도 과장은 아니다. 아무리 민주당에 대한 불신의 탓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직전 대선에서의 민주당 후보가 민주당 텃밭 지역에서 패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후보가 낙선하는 이변이 생겨날 경우,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경쟁력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촉발시키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재명의 패배는 곧 민주당 내에서의 책임 공방전에 불을 붙여 민주당의 심각한 분열 상황으로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계양을의 승부에 민주당의 앞길이 달려 있다.

전쟁과도 같았던 대선이 끝나고 나면 정국의 혼돈도 어느 정도 정돈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3월 10일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국의 격렬한 대치와 혼돈 상황은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다.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은 달라진 것 없이 국회 의석수와 팬덤정치에만 기대며 정치를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민의 더 많은 지지를 얻지 못해, 그런 야당을 이끌고 갈 힘을 갖지 못하고 있다. 6.1 선거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 결판이 나야 정치가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그렇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유권자들이 바로 심판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