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3년 후 3배 급증…전기차 충전 시장 선점 경쟁 치열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2025년까지 현재 대비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가 지난 1일 ‘2022년 전기차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말 660만대에서 2025년까지 2060만대로 급증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이 전망에 따르면 약 3년 안에 세계 자동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도달하게 된다. 문제는 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도 그만큼 확보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전기차 구매 희망자 중 상당수가 충전 인프라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확대되는 전기차 충전 시장을 놓고 관련 대기업들도 이에 대비한 채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韓 충전 인프라 세계적 수준…고속 충전기는 부족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은 그동안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이었다. 정부가 주도하고 공공시설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전기차 충전 시설이 들어서는 형태가 많았다. 최근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전기차 사용자의 충전 인프라 개선 요구가 여전히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글로벌 EV 아웃룩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충전기 1대당 차량 대수는 2.6대로 나타났다. 2.6대는 이번 조사 대상 30개국 가운데 가장 좋은 수치다. 유럽이 15.5대고 전 세계 평균은 9.5대에 불과하다. 최근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도 7.2대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의 기대치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사용자는 주행거리 등의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충전기 부족, 충전 시간 등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충전기 대수와 별개로 여전히 고속 충전기가 부족해 전기차 사용자 사이에서 주차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대기업이 전기차 충전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전기차 보급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물론 GS와 롯데, LS에 이어 한화, SK까지 전기차 충전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공동주택이나 업무용 빌딩, 공공시설 등에 충전소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충전사업자는 한국전력을 통해 전력을 조달받아 판매하면 돼 진출이 어렵지 않다.

에너지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전기차 보급 의지가 확고하고 한국 전기차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는 더 빠른 속도로 진행돼야 한다”며 “기존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대기업이 침범한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국내 소비자의 강한 요구와 여전히 부족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봤을 때 제조·서비스·관리 등에 장점이 있는 대기업의 이 시장 진출은 필연적”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그룹은 롯데그룹·KB자산운용과 손잡아

이미 지난해 3월 전기차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를 출범시키며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생태계 육성을 선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국 주요 도심에 초고속 충전기 총 5000기 설치를 목표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완속 충전 비중이 높은 국내 충전 시장에 초고속 충전 인프라를 대거 확충한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롯데그룹, KB자산운용과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국 현대차그룹의 영업 지점, 서비스 센터 및 부품 사업소 등 주요 도심 사업장을 전기차 초고속 충전기 설치 부지로 제공한다. 또 전기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검증된 초고속 충전기 품질 표준 사양을 제공하는 등 SPC의 안정적인 초고속 충전기 품질 확보를 지원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초고속 충전기 보급 확대를 위해 전국 도심 내 롯데그룹 주요 유통시설을 초고속 전기차 충전기 설치 부지로 제공한다. KB자산운용은 인프라 펀드를 조성해 재무적 출자자로서 투자하고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등 다각적인 협업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 KB자산운용과 함께 사업 모델 및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검토 후 연내 본격적인 SPC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라며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고전압 배터리 충전 시스템 적용 전기차의 보급 확대에 발맞춰 초고속 충전 인프라 조성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한화·LS·GS 등 속속 전기차 충전소 시장 진출

전기차 충전소를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핵심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새로운 대기업들이 이 전기차 충전 시장에 속속 올라타고 있는 이유다. 

한화큐셀의 경우 ‘한화모티브’라는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며 전기차 충전 사업을 시작했다. 한화모티브는 지난달부터 한화 계열사 건물 주차장 및 상업용 빌딩 주차장을 시작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 고객층을 다각화하고 있다.

한화모티브는 충전 사업자로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시공은 물론 초기 컨설팅, 투자, 사업 운영, 유지·보수를 아우르는 토털 서비스를 충전소 설치 희망자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 사업을 시작하는 올해는 급속 충전기를 포함해 충전기 2000~3000대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충전소 이용자는 한화모티브를 통해 차별화된 가격 경쟁력과 혜택을 누릴 수 있다. 

LS그룹은 ‘투트랙 전략’으로 이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전기 버스나 택시, 화물차 등 다량의 전기가 필요한 사업체를 대상으로 고용량 충전소를 신규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일반 승용 전기차는 가스 충전 사업 계열사인 E1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집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LS그룹은 전기·전력 분야의 고도 기술력을 보유한 LS전선과 LS일렉트릭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어 고용량·고전압 충전 사업 경쟁력 확보에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GS그룹은 GS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급속 충전 사업과 지엔텔의 완속 충전 인프라를 합쳐 충전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그룹도 SK·SK에너지, SK E&S, SK렌터카 등 여러 계열사가 전기차 충전 사업에 진출했다. SK E&S의 경우 최근 미국 전기차 충전기업 ‘에버차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