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대출 받아 산 집값 떨어지고 이자비용 크게 늘어 ‘진퇴양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p) 올리면서 작년 8월 이후 최근 약 9개월 기준금리가 0.5%에서 1.75%로 1.25%포인트나 뛰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다시 0.25%포인트(p) 올리면서 작년 8월 이후 최근 약 9개월 기준금리가 0.5%에서 1.75%로 1.25%포인트나 뛰었다. ⓒ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 30대 후반 맞벌이 부부인 A씨와 B씨는 요즘 ‘돈을 벌어도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상황에 고민이 많다. 부부 월 소득 합산 세후 750만원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수입인데도 매달 근근이 버티는 상황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대출금리의 영향이 가장 크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5억원과 부부합산 신용대출 1억5000만원을 받은 이 부부가 한 달에 내는 이자는 260만원이 넘는다. 3년 전만 해도 아파트 구입 당시 주담대는 3%대 초반, 신용대출 금리는 4.8%였다. 하지만 6월 현재 주담대는 4.5%, 신용대출금리는 6%로 각각 1%포인트 이상 금리가 올랐다. 이에 한 달에 총 180만원대였던 대출 이자는 262만5000원까지 올라 한 달에 내는 이자만 80만원 가량 늘어났다. 맞벌이 부부로 아이 한 명이 있는 이 부부는 고정적인 육아 도우미 비용만 150만원이다. 여기에 각종 보험료과 관리비 100만원, 학원 등 아이 교육비로 나가는 80만원을 제하면 생활비로 남는 금액은 160여만원 남짓이 전부다. 그나마 물가도 최근 크게 올라 “매달 사는 게 빠듯하다”는 이 부부는 매월 50만원씩 붓던 적금도 올 초에 결국 해지했다.

5차례 기준금리 올린 한은1인 연평균 이자부담도 81만원 늘어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빚투’(빚내서 투자)족들의 이자 부담도 더욱 커지고 있다. 별다른 소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내 집 장만을 위해 받은 주담대나 신용대출 이자가 늘면서 실제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1.75%까지 상향 조정했다. 한은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해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다섯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늘어난 가계 이자 규모는 연간 16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0.25%씩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기준금리가 한번 올라갈 때마다 늘어나는 가계대출 이자 규모는 약 3조3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가계 부채 규모는 지난해 8월 61조원에서 77조 3000억 원으로 16조 3000억원이 늘었다. 대출자 1인당 연평균 이자 부담도 지난해 8월과 비교해 81만 9000원이 늘었다.

주담대 금리 연 8%시대 오나…금리의 역습에 서민들 시름 커져

여기에 대출자들의 실제 이자 부담액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되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이미 변동형이 연 6%, 고정형은 연 7%대를 육박하고 있다. 한은이 시사한 대로 올해 말까지 금리가 추가 인상될 경우 주담대 금리는 8%에 근접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시름이 깊어지는 금리의 역습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 3월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향후 대출금리 상승, 금융지원·완화 조치의 정상화 등으로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경우, 소득여건 개선이 더딘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그동안 누적된 부실위험이 현재화 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8년 만에 처음으로 4%대를 돌파했다. 이중 주담대 금리는 3.90%로 9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2년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4월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월(3.98%)대비 0.07%포인트 오른 연 4.05%를 기록해 4%를 돌파했다. 가계대출 금리가 4%를 돌파한 것은 2014년 5월(4.02%) 이후 7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금리 인상에 대한 여파로 집값은 하락세를 보이자 대출을 받아 집 장만을 한 영끌족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은 조사에서 20~30대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475조 8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5조 2000억원 늘었다.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산 집값은 하락하고 대출이자는 늘어나면서 진퇴양난에 빠질 영끌족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3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1% 내려, 9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매수심리가 위축된 것이 집값 하락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높은 경쟁률을 보이던 서울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최근 한 달 사이 미분양 주택 물량이 2배 가량 늘었다”며 “이를 집값 하락의 신호탄으로도 해석하고 있는데 그동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던 영끌족에게 더욱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