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근래 보기 드물었던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면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랫동안 낮은 물가상승률과 저금리에 익숙하다 보니 경제 주체들은 아직 그 영향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1970년대에도 그러한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자산가격이 높은 수준에 올라 있고 어마어마한 부채가 쌓여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은 단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킴으로써 경기불황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자산가격의 추락과 부채의 미상환을 불러와 충격을 가중시킬 위험이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취했고, 이는 1994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다음 달 비슷한 속도의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한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가오는 태풍에 대비해 약한 부위를 점검하고 대응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충격에 가장 취약한 계층은 자영업자일 것이다. 그들은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가운데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막대한 부채를 일으키게 됐는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가계대출비율(LTI)은 평균 386.7%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전체 가계대출자의 LTI가 평균 238.4%였다는 것과 비교하면 자영업자의 부채 부담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하위 1분위 자영업자의 LTI는 669.3%로 부채가 소득의 7배 가까이 되는데 금리 인상 환경에서 과연 이들이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빚을 갚기 어려운 한계 자영업자의 부채 중 제2금융권 비중이 높다는 것도 문제이다. 자영업자의 가구당 금융부채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9728만원으로, 은행 대출이 70%,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이 23%, 개인·직장 대출이 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계 자영업자의 경우 은행 비중은 2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제2금융권 부채에 속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기준으로 한계 자영업자 비중은 23.3%에 이르는데 만약 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그 비중은 28.1%로 올라간다고 한다. 자영업자 3분의 1은 빚을 갚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4차례에 걸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를 실시한 바 있으나 그 종료 시점이 오는 9월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대출 잔액은 133조 4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다시 한번 그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으나 정부는 이번을 계기로 마무리할 기세다. 뒤로 미룬다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오는 10월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대환대출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다. 

최대 7% 금리에 차주당 3000만원 한도로 갈아타기를 허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예산 규모는 8조5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보다는 ‘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이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자영업자 부채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가칭 ‘새출발기금’이라는 배드뱅크를 만든 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이를 이용해 부실채권을 매입하도록 할 예정이다. 정부가 3조 6000억원을 출자해 총 30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연체율이 낮게 나타나고 있지만 만기연장 및 원리금 상환유예가 종료되면 부실채권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므로 이조차도 충분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자의 부채를 탕감하고 만기를 조정함으로써 재기를 돕는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리함으로써 금융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도 있다. 무엇을 중시하는가에 따라 그 내용은 크게 달라지며 은행과 자영업자의 이해가 엇갈릴 수 있다. 

배드뱅크는 부실채권을 싸게 사들여 비싸게 팔아서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 과정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추심도 이뤄지게 되는데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자금회수는 오히려 자영업자를 더욱 궁지에 몰 수 있다.

배드뱅크에는 은행도 주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은 어차피 돌려받기 어려운 채권을 부분적으로 회수하는데다,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지우고 덤으로 배드뱅크를 통해 얻은 이윤을 주주의 자격으로 공유할 수 있다. 

실제로 이는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에서 일어난 일로, 당시 여기에 참여했던 21개 금융기관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국민행복기금은 은행의 채권추심을 대신 수행하는 기구라는 오명을 얻었고 채무자들은 가혹한 추심에 시달렸다. 배드뱅크 운영은 자영업자의 구제에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이며 은행 자금 회수와 수익성 증대에 방점을 찍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배드뱅크가 자영업자의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과 관련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사람에게 과도한 혜택을 줌으로써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을 차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괴멸적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의 상당수에게 빚을 갚을 능력이 남아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자영업은 지나치게 과밀하며 업황도 비관적이다. 이들에게 부채를 탕감해 퇴로를 열어 줌으로써 일종의 사회적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할 것이다.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에서 은행도 자유롭기는 어렵다. 금융기관은 상환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구분해 그들에게 신용을 공급함으로써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그 기능이다. 그러한 임무를 소홀히 하고 무분별하게 신용을 제공함으로써 문제를 일으켰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구나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14조 5429억원으로 전년 대비 34.48%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부동산 투기에 따른 대출의 성장과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이익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3조 7505억원으로 2020년보다 64% 증가했다. 이들은 올해 들어 중간배당도 실시하고 있으며 20%대인 현재의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을 30%로 높인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재앙을 극복하는데 동참하는 것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책임이다. 가장 큰 피해자인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는데 가장 큰 수혜자인 은행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책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