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이륜차 보급 확산 추세…보조금도 중국산이 싹쓸이

국내 업계 1위인 디앤에이모터스(옛 대림오토바이)의 전기이륜차 EM-1S. (사진=디앤에이모터스)
국내 업계 1위인 디앤에이모터스(옛 대림오토바이)의 전기이륜차 EM-1S. (사진=디앤에이모터스)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올해 환경부가 제시한 전기이륜차 전체 보급 목표는 2만대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국비 기준 180억원 예산을 확보했고 대당 보조금 지원 규모는 85만~300만원이다. 문제는 이 보조금이 대부분 중국산 전기이륜차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보조금 대상 제품은 80%가 중국산이며 나머지 20%를 차지하는 국산도 핵심 부품은 중국산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전기이륜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고 중국기업이 핵심 부품 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대부분이 중국 전기이륜차와 부품 기업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국내 전기이륜차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사례까지 발생

전 세계적으로 전기이륜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배달산업이 급성장했고 오토바이 등의 이륜차 증가와 함께 전기이륜차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이륜차 시장 규모는 7400억원 가량, 운영 대수는 1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컨설팅 업체인 비전 모빌리티의 제임스 카터 수석 컨설턴트도 최근 ‘빠르게 전동화하는 모빌리티의 트렌드’라는 주제의 보고서에서 “전기 운송 수단은 운행 중 배기가스 배출이 없고 매우 낮은 유지비 등으로 매우 매력적인 미래 운송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신규 배터리 기술 확산과 전력 밀도 향상, 그리고 비용 절감은 이러한 전기 운송수단의 새로운 기회를 지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역시 국내 배달 오토바이로 인한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2030년까지 100% 전기이륜차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도 2025년까지 추진할 전기차 보급 계획을 발표했는데, 그 중 전기이륜차는 6만200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중견기업들이 전기이륜차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거센 중국산에 대응키 위해 정부의 보조금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미 중국산 전기이륜차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어 보조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었다. 실제로 환경부가 전기이륜차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할 때 차량을 구매해서 등록하면 서류만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해당 제품이나 원산지 확인 등으로 불법을 적발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없는 것이다.

전기이륜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 전기이륜차의 주행거리가 평균 50㎞에 불과할 정도로 내연기관 이륜차 대비 성능도 부족한 편인데, 보조금을 받기 위해 중국산 저가 제품이 무차별적으로 수입되고 있어 품질은 더 떨어지고 있다”며 “지금처럼 걸러내는 장치 없이 저가 중국산 전기이륜차에 보조금이 계속 지원되면 국산 전기이륜차의 성장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부가 지난해부터 제작·수입사가 도산할 경우 사후관리가 가능하도록 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것은 희소식”이라며 “전기이륜차 역시 사후관리 능력이 중요한데, 그동안 중국산을 수입하는 전기이륜차 기업이 보조금을 받아 판매한 후 경영상 이유로 문을 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그 피해는 소비자가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중견기업 진출 시작…국산 전기이륜차 경쟁력 키울까

국내 전기이륜차 시장을 중국산이 장악하고 있는 이유에는 중국 특유의 저가 제품 공세 능력과 상품성이 떨어지는 제품을 전혀 걸러내지 못하는 정부의 보조금 제도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사실 국내 전기이륜차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전기이륜차의 핵심 부품 대부분이 중국산이라는 사실은 이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기이륜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국내 중견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대동그룹이 지난 3월 29일 라스트마일(상품이 소비자한테 전달되는 최종 구간) 배송에 특화된 배터리 교환형(Battery Swapping System, 이하 BSS) 전기이륜차 시장의 진출을 선언했다.

대동그룹의 전기이륜차는 낮은 품질의 기존 중국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품과 차별화한 순수 국내 모빌리티 기술과 생산 인프라를 기반으로 제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공하는 도심 내 배터리 교환소를 통해 충전·교환 서비스가 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다. 

특히 대동그룹은 배달 라이더 조사를 통해 기존 전기 이륜차의 문제점인 ▲충전 대기 시간 ▲관리 서비스의 번거로움 ▲운전 피로감 ▲잦은 시동 온·오프(on·off)의 불편함 ▲배달콜을 위한 휴대폰 거치대 등의 요구 사양을 반영해 라스트마일 배송에 특화된 BSS 방식의 전기이륜차를 개발했다. 

대동그룹 관계자는 “기존 내연 오토바이 시장과 차별화된 친환경 시대에 적합한 스마트한 서비스를 통해 전기이륜차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며 “모빌리티 선도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운영 경험과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업무 협력을 통해 라스트마일 시장에 대한 포괄적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동그룹 외에 업계 차원에서 대응력을 키우려는 협력도 진행되고 있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는 지난 22일 한국이륜자동차산업협회·한국오토바이정비협회와 한국 이륜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한국이륜자동차산업발전포럼’을 발족하고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협회는 상호 정기적인 협의체 활동을 통해 산업 시장 활성화, 업계 애로사항 해결, 법제도 인증체계 정비 등 이슈 사항을 공유하고 해결할 계획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