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갖춘 우주산업 위해 ‘우주청’ 설립 요구 거세

누리호가 지난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실제 기능을 지닌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실어서 쏘는 첫 사례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가 지난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이번 2차 발사는 한국이 독자 개발한 발사체에 실제 기능을 지닌 독자 개발 인공위성을 실어서 쏘는 첫 사례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발사 성공으로 우주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중장기적 산업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10년 후에는 우주 비즈니스 시대를 연다는 목표로 우주개발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7일 ‘우주개발진흥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우주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된 상황이다.

이제 국내 우주산업의 생태계를 바꿔야 할 시기다. 현재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우주사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우주 전담 정부조직은 없는 상태다. 

실제로 우주항공업계에서도 정부가 민간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협업을 추진하기 위해 기술 이전 등의 프로젝트를 제어할 수 있는 우주 전담 컨트롤타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한 국내 우주산업 구축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선 6개국 비해 한국 우주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

항우연은 1차 발사에서 확인된 3단 로켓의 문제점을 면밀히 조사한 뒤 2차 발사에서는 기술적 개선조치를 취했고 이번 발사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다만 국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국내 우주산업이 향후 민간 주도로 전환돼 우주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일단 이번 발사 성공을 계기로 항우연이 2027년까지 총 6874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누리호를 향후 4차례 더 발사해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한 후 발사체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국내 민간 우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한국이 세계 7번째로 1톤 이상의 실용적 인공위성을 발사체에 실어 우주에 쏘아올린 나라가 됐지만 여전히 ‘우주 지각생’인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안보 환경 때문이었지만 한·미 미사일 지침이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해제되면서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어졌다. 

실제로 누리호 3차 발사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고 누리호 후속 사업으로 추진하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은 내년부터 2031년까지 9년 동안 1조9330억원(국고 1만9190억원, 민자 14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통해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우주탐사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설계 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하는 첫 발사체 개발 사업으로 민간의 발사체 개발 역량을 제고하는데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30년 첫 발사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발사체는 그 개발 단계부터 우주기업 육성을 통한 우주 강국 진입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우선 설계부터 최종 발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추후 선정될 체계종합기업(발사체 기술 이전받는 기업)이 항우연과 공동 수행한다. 체계종합기업은 사업 종료 후 독자적 발사체 개발 역량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우주 기술개발 분야 부품기업 육성을 위해 일부 해외 도입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국내 생산 부품을 활용해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향후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비해 추진하는 민간 주도 선행기술 연구개발에서는 산업체를 중심으로 선제적인 핵심 기술 확보에 나서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한국형 NASA 설립 가시화…민간 기업 컨트롤타워 역할

국내에도 우주 전담 정부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실 우주 강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별도의 신설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이미 정치권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난해 한·미 미사일 지침이 42년 만에 완전히 종료되고 달 탐사계획을 위한 아르테미스 약정에 합의하면서 우주산업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특히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은 한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주 전담 정부조직, 이른바 ‘우주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가장 빠르게 관련 조직을 꾸릴 방법은 과기정통부 내 우주 관련 부서의 규모를 키워 지금보다 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개발정책실 소속 거대공공연구정책과와 우주기술과 등 2개 부서를 통해 우주 정책 업무를 수행 중이다. 하지만 우주항공 분야 관계자들은 정부 특정 부처 내 또는 부처 산하 조직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입장이다. 

우주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주산업은 고도의 기술 집약 산업인 자동차·항공·선박 이상으로 복잡한 공급망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담 정부조직이 필요하다”면서 “민간 주도로 우주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방식의 정부 정책도 필요하지만, 우주 정책은 외교, 국방, 환경 등 다양한 이슈와 결합하기 때문에 범부처 형태로 설립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우주산업 시장이 1조 1000억 달러(약 12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우주산업이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분야로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 우주개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국내에서도 NASA와 같은 우주 전담 정부조직이 기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잠잠해졌던 우주 전담 정부조직 설립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상태다. 누리호 발사 성공 후 윤석열 대통령은 우주청 설치와 우주항공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우주 강국 도약’과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은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게다가 우주청 설치에 대한 정책적인 목표를 두고 여야간 이견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주청 설립은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공약으로 나온 상태지만 새 조직을 만드는 일인 만큼 국회와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이 기본적인 국정 운영에서 민간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 우주청이 설립된다면 역시 민간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