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당할 뻔한 충격 이후 의사의 길 접고 의료 IT 벤처 창업

이재용 인포마이닝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하티하티 시스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인포마이닝 제공)
이재용 인포마이닝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하티하티 시스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사진=인포마이닝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덮친 지난 2년 동안 한국의 방역 시스템 전반을 가리켜 ‘K-방역’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도시 봉쇄나 외출 금지령 등 과격한 조치까지 불사했던 해외 사례와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확진자를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했던 방역 성과가 주목받은 결과다. 

IT 벤처기업 인포마이닝은 K-방역의 한 축이었던 스마트 검·방역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이다. QR코드로 받은 데이터를 분석해 위치 정보를 파악하고 확진자 동선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 솔루션 전반을 이들이 구축했다. 

올해로 업력 4년차를 맞은 인포마이닝은 이제 다음 단계로 인공지능(AI)이 전국의 환자들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케어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가천대 의대를 중퇴하고 회사를 세운 이재용 인포마이닝 대표(32)는 환자의 몸 상태를 매 순간 파악해 환자와 의료진에게 알리는 의료서비스 통합지원솔루션(CDSS)인 ‘하티하티’를 전국 병원에 공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자체 개발한 스마트 워치와 AI로 체온, 맥박,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 바이탈 사인(vital sign)을 측정하고 이를 분석해 위급 상황에 대응하거나 병원 진료에 활용하는 스마트 케어 기술이다. 

 전도유망한 의사의 길을 접고 창업을 선택한 이 대표의 이력은 안랩을 설립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오버랩 됐다. 이 같은 선택에는 눈앞에서 가족이 사경을 헤매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아픔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인포마이닝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의대를 중퇴하고 IT회사를 세운 이력이 독특하다.

이재용 인포마이닝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인포마이닝 사옥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이재형 기자)
이재용 인포마이닝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인포마이닝 사옥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이재형 기자)

“중학생 때부터 취미 삼아 프로그램을 개발할 정도로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가정의 위기였다. 생계 때문에 의대를 그만두고 백혈병으로 입원한 어머니가 첫 항암치료를 받은 시점이었다. 내가 화장실을 간 사이 컨디션을 회복해 TV 드라마를 보던 어머니가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졌다. 부정맥이 발현해 평소 60~90회 뛰던 맥박이 갑자기 400회까지 뛰었다. 곧장 어머니를 처치실로 옮겼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당시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다 보니 병동에 다른 전공의 의사만 있었고, 해당 증상에 대해 잘 아는 심장내과 의사와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던 탓이다.”

-가족이 사경을 헤매는 상황에서 충격이 컸을 것 같다.

“어머니는 ‘아들, 괜찮아. 신경 쓰지 마’라며 나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모니터에는 맥박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당직의사가 ‘아무래도 가족들을 모두 부르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맥박이 가라앉지를 않으니 제세동기를 쳐야겠다’고 했다. 심장이 뛰고 있는데 제세동기를 친다니. 의사를 붙들고 ‘다른 방법은 없냐’고 물었다. 그는 ‘지금 다른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울며불며 의사와 씨름하고 있는데 자정을 넘긴 시점에 돌연 처치실에 전화벨이 울렸다. 레지던트가 전화를 받더니 어머니께 아데노신 주사를 놓았고, 상태는 급 호전됐다. 당직의는 ‘내가 이쪽 전공이 아니라 잘 몰랐는데, 방금 심장내과 교수님과 겨우 연락이 닿아 해결했다’며 ‘이번 사건은 차트에 잘 표기해놓고 다음부터 이런 일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사과했다.”

-의료사고로 번질 뻔한 상황이 눈앞에 벌어졌다.

간호사가 실제 병원에서 인포마이닝의 하티하티 솔루션을 활용해 환자 상태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인포마이닝 제공)
간호사가 실제 병원에서 인포마이닝의 하티하티 솔루션을 활용해 환자 상태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인포마이닝 제공)

“이런 사달이 난 건 내가 어머니 곁에서 잠깐 벗어난 불과 10여분만의 일이었다. 전국 병원에서는 이런 일이 수시로 일어날 텐데, 의사의 꿈은 접었지만 이런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특히 항암치료의 경우 체내 백혈구를 전부 죽였다가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환자가 수시로 실신한다. 그럴 때 보호자가 없다면 환자는 그대로 중태에 빠지는 거다. 이런 한계를 AI로 해결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게 인포마이닝의 시작이었다.”

-지난 2년 동안 QR코드를 활용한 코로나19 대응 관리 시스템도 인포마이닝에서 만들었다고 들었다.

“‘스마트 검·방역 시스템’은 우리 기업이 ‘인공지능 컴퍼니’로서 대외적으로 히트한 첫 번째 AI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입국자의 건강정보 등이 보건복지부 데이터베이스로 전송되는 시스템 전반을 우리가 개발했다. 앞서 치매노인이나 환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던 경험을 십분 활용했다. 검·방역 솔루션은 보건복지부에서 인정을 받아 전 세계 특허 공동 출원하고 국가유공표창을 받았다.” 

-인포마이닝의 다음 미션은 무엇인가?

인포마이닝 심전도 앱 디자인 이미지. (사진=인포마이닝 제공)
인포마이닝 심전도 앱 디자인 이미지. (사진=인포마이닝 제공)
인포마이닝 워치 광고 디자인 이미지. (사진=인포마이닝 제공)
인포마이닝 워치 광고 디자인 이미지. (사진=인포마이닝 제공)

“대학병원부터 개원의까지 전국 병원이 환자의 바이탈 사인, 병력, 진료기록을 연동해 치료에 활용하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사실 개원의의 문제는 환자 진료 기록이 없다 보니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건데, 환자의 정보를 병원끼리 연동하면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임상을 통과하면 기기로 바이탈 사인을 실시간 측정하고, AI가 해당 정보를 분석해 의료진이 진찰할 때 정보를 제공하는 임상의사결정 지원 시스템(CDSS)을 병원에 판매할 수 있다. 어느 병원을 가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지역 격차를 극복하는 게 우리의 미션이다.”

 

 

-스마트 헬스케어 기업들이 태동하고 있다. 인포마이닝의 차별화 전략은.

“적어도 AI 기술은 글로벌 업계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환자가 증상을 말하면 AI가 이를 듣고 적합한 진료과를 추천하는 문진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년 동안 임상에서 수억 건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자체 AI를 개발해 대외적으로 실적을 인정받았다."

인포마이닝 연구원이 1저자로 참여하고 해외 연구자들과 공동 집필한 논문은 지난해 9월 LDK 국제 학술지와 올해 3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열린 AAAI 심포지엄에 개재됐다. 해당 논문은 우리가 개발한 AI가 자연어를 처리해 추론하는 분야에서 구글의 AI인 버트(BERT) 보다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우리 AI가 심전도 분석에서 IBM이나 임페리얼 대학에서 개발한 AI를 제치고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이 조만간 국제학술지에 개재될 예정이다.“

 AAAI 논문발표사진. (사진=인포마이닝 제공)
심장질병분석인공지능대회 수상식 사진

-의료기기로 허가 받기 위한 임상은 어디까지 진행됐고 그 외 실적이 있는가.

“현재 한국과 미국에서 유명 대학병원들과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선 식품의약부안전처에서 단일 단계 임상을 현재 진행 중으로, 올해 말 통과가 목표다. 미국은 의료기기의 경우 임상 2상을 통과하면 출시가 가능한데, 이제 식품의약국(FDA) 2상을 준비 중으로 스폰서 병원을 결정한 상태다. 또한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 하티하티 도입 및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스마트 병원 공동 연구 및 실행 프로젝트를 위해 하티하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