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수석 “중국 통한 수출 호황 끝” 이어 한덕수 총리 “보복 없을 것” 단언

스페인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스페인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윤석열 정부가 최초로 참석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중국을 사실상 ‘도전’으로 처음 적시해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NATO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2022 전략 개념’에서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은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며 “우리는 동맹으로 중국이 유럽과 대서양 안보에 초래하는 ‘구조적인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책임 있게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NATO의 전략개념 문서는 10년마다 나오는데 이번 신전략개념은 2032년까지 10년간 추진할 전략 방향을 제시하는 최상위 군사안보 문서라 할 수 있다.

NATO는 전략 개념에서 러시아를 “가장 크고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사실상 ‘주적’으로 지목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파트너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는 옛 소련의 확장 정책에 맞서 창설한 NATO가 본격적으로 활동 범위를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 넓혀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이 아태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인 동맹국들의 공조 체제를 갖춰 진행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NATO의 아태지역 파트너 4개국 정상을 초청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중국 관영매체 앞세워 “한일 대가 치러야 할 것” 엄포

이에 앞서 중국은 한일 정상이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관영매체를 통해서는 한국과 일본을 직접 겨냥해 반발의 강도를 높였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근년 들어 NATO가 지역과 영역을 넘어 집단 대결을 고취한 데 대해 국제사회는 경계하고 결연히 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8일 “어떤 이유에서든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특히 한국과 일본은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며 “NATO를 아·태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늑대를 끌어들이는 것만큼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중국과의 전략적 상호신뢰를 상하게 할 것이고, 불가피하게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이처럼 이번 NATO 정상회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오히려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내수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수석은 중국 대안으로 유럽을 제시했다.

당연히 교역 비중이 높은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 총리는 지난달 28일 세종 총리 공관에서 진행한 취임 1개월 기념 기자단 만찬에서 중국의 보복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왜냐면 중국과 저희 분업체계는 상당히 원숙한 정도로 왔다"며 "수출 25%를 의존하지만, 그 품목들이 중국의 불만으로부터 임팩트를 적극적으로 받으리라는 것에 대한 확신을 안 갖고 있다. 더 중요한 가치와 국익이 뭐냐의 우선순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때와 같은 보복이 있더라도 우리가 갖고 있는 외교원칙을 그대로 지키겠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물론이죠"라고 단언했다. 또한 “(우리가) 안보에 필요하다고 하면 가는 것이지, 중국이 하라 마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상호 존중에 안 맞는다”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강경한 원칙을 강조했다. 한 총리는 "중국이 불만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불리한 행동을 하겠다고 하면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얘기해야 한다"며 "그것(불이익)을 회복시키기 위해 더 중요한 원칙을 깨부수면 안 된다"고 했다.

한 총리와 최 수석의 발언은 중국의 보복을 개의치 않고 교역 비중의 ’손절‘을 감수할 때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칫 한중 관계가 사드 보복 때처럼 불편한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탈(脫) 중국’ 외치자 화장품, 면세점 등 중국 관련주 급락

문제는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대중 무역 비중이 아직도 높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 수출액은 6444억달러, 총수입액은 6150억달러로 각각 25.7%, 31.5%가 증가해 294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대중 수출액은 1629억달러로 전체의 25.3%, 수입액은 1386억달러로 22.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국가별 수출입 규모에서도 중국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최 수석은 중국의 대안으로 유럽을 꼽았지만, 단시간 내에 유럽과의 교역 규모가 중국을 대체할 정도로 발전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최 수석은 ’왜 지금 유럽인가‘라는 화두를 제시하면서 중국의 대안 시장 필요성과 함께 반도체·철강 등 전통적 수출 주력 산업 외에 새로운 주력 산업의 발굴 및 육성, 경제 안보 협력의 외연 확장 필요성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우리 수출 경쟁력이 도전을 받고 있다”며 “이 세가지 요구를 모두 충족하는 지역이 바로 유럽”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2021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883억 달러로 전년(759억 달러)보다 늘어났다.

특히 중국에 대한 경상수지는 236억 1000만달러로 전년의 172억 5000만달러보다 63억 6000만달러 증가했다. 대중 경상흑자가 전년 대비 늘어난 것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반면 유럽연합(EU)에 대한 경상수지는 12억 7000만달러로 전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지만, 규모 자체가 큰 차이를 보였다.

한편 최 수석의 ‘탈(脫) 중국’ 발언이 나오자 중국 관련주들이 급락했다. 화장품 관련 대표 종목인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면세점, 호텔 등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신세계 인터내셔널, 호텔신라 등이 코스피 하락폭보다 두세 배 더 많이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