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해운 운임·선복량 부족에 시달리는 수출업계 긴장감 최고조

화물연대 파업 당시 부산항에 가득 쌓인 수출입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제공)
화물연대 파업 당시 부산항에 가득 쌓인 수출입 컨테이너. (사진=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찾아온 글로벌 항만 적체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중국 봉쇄 등의 영향으로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북유럽과 미국 내 주요 항만에서 파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수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미 높은 해운 운임과 선복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항만 파업까지 발생할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 함부르크, 브레멘 등의 항만에서 노동자 파업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항만노동조합은 지난달 글로벌 물가 상승 압박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주요 항만에서 경고 파업을 벌였다. 영국에서도 철도해운노조가 3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파업을 벌이며 물류 차질이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다.

해운 물류난, 늦으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져

전 세계 물류 공급망 문제를 야기했던 팬데믹, 전쟁 등의 이슈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항만 노동자의 파업까지 이어지면서 현재 북유럽 주요 항만은 하역 지연을 겪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의 항만 노동자 파업으로 인한 영향이 지속돼 일부 유럽 항만의 야드 장치율(적치장 총용량 대비 적치된 화물 비율)이 90% 이상인 곳도 있을 정도다.

유럽이나 미국 서안 항만에서 파업이 진행될 경우 국내 수출기업들의 물류난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7~13일 수출입 중소기업 50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하반기 중소기업 수출전망 및 수출입 중소기업 물류애로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출입 중소기업의 61.2%가 “물류난으로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 실태조사에서 기업들의 수출입 물류 관련 주요 애로사항은 ▲운임 상승(75.9%) ▲선적 지연(58.5%) ▲선복 부족(22.5%) ▲컨테이너 부족(20.9%) ▲화물 보관비용 증가(14.5%) ▲창고 등 보관시설 부족(8.7%) 등으로 나타났다. 이 중 운임 상승과 선적 지연은 글로벌 항만 적체로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수출 리스크로는 ‘선복·컨테이너 부족 등 물류애로’와 ‘중국 도시 봉쇄’ 등을 꼽은 기업이 각각 44.3%, 20.3%에 달했다. 이 외에 해운 물류 상황이 심각하다고 느껴지는 항로에 대해서는 ▲미주(서부)(27.6%) ▲유럽(24.6%) ▲동남아(23.8%) ▲미주(동부)(17.3%) ▲동북아·극동러시아(13.0%) 순으로 조사됐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 물류난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상반기, 늦으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물류난 극복을 위해 우선적으로 정부가 장기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내수 비중을 확대하거나 선적일자 연기 또는 바이어 납품기간을 조정하는 등의 단기적인 대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출입업계가 지난해에는 이 물류난이 올해 하반기 전에 끝날 것이라고 예측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긍정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며 “수출입 기업들 입장에서는 장기화되는 물류난으로 인해 물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물류 운임 지원과 환경 개선, 수출 마케팅 지원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항만·철도·항공 파업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전역

독일 항만 노동자들로 구성된 독일통합서비스노조(VTU)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파업을 진행했다. 수출입 물류 플랫폼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함부르크, 엠덴, 브레머하펜, 빌헬름스하펜 등 독일 주요 항만에서 근무하는 약 1만2000명의 부두 노동자들이 작업을 중단하면서 해당 항만의 하역작업은 24시간 동안 중단됐다.

이들은 현재 진행 중인 임금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경고 파업을 진행한 것이다. 사실 임금 협상에 대한 이러한 형태의 경고 파업은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이미 지난달 9일 1차 경고 파업을 진행했고 당시 파업 시간은 4시간 30분 정도 이어졌다. 이는 독일 항만에서 30년 만에 진행된 파업이다.

VTU가 파업을 선언하자 항만기업 연합체인 독일항만운영사중앙회(ZDS) 측은 서면 성명을 통해 “우리는 절대적으로 예외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며 “현재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하게 혼란에 빠졌고 철도 운송에도 병목현상으로 인한 운송 지연 및 비용 상승이 발생하고 있는데, 지금 경고 파업을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무책임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독일뿐만 아니라 주요 북유럽 항만들은 현재 야적장 혼잡으로 인한 하역 지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함부르크항은 90%의 장치율을 보이고 있고 벨기에 앤트워프,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 주요 항만이 85~95%의 장치율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물류 흐름이 둔화되고 북유럽 항만을 비롯한 물류 거점에서 적체 현상이 심각한데다 내륙 연계 운송에도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철도해운노조의 파업으로 물류 차질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영국 철도해운노조는 사측과 최종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2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해운노조는 물가 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 근로 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고 영국 정부는 노사간 문제라면서 개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 외에도 프랑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서도 파업으로 항공 운영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등 유럽 전역이 파업에 시달리고 있다.

트레드링스 관계자는 “미국 서안 항만 노사 협상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양측과 만나 공정한 단체교섭 합의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고 노사 역시 성명을 통해 계약 만료 이후에도 항만 화물 하역 작업이 유지될 것을 약속했지만 갈등이 완전하게 해소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롱비치항과 로스앤젤레스(LA)항 등 서부 항만에서 근무하는 2만2000여명의 항만 노동자 계약이 지난 1일 오후 5시를 기점으로 공식 만료됨에 따라 협상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 파업으로 한산한 영국 런던 워털루역. (사진 연합뉴스 제공)
철도 파업으로 한산한 영국 런던 워털루역. (사진=연합뉴스 제공)

물류난으로 증명된 중국 영향력…미·중 사이 균형 외교 절실

한국 정부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산업과 통상간 연계 협력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역별 맞춤형 통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글로벌 물류와 공급망 관리는 우리나라만의 과제는 아니다. 언제 어디서 항만 적체가 발생할지 모르고 이러한 적체는 세계 각지에 나비효과로 수출입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무역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원하는 미국의 압력을 적당히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며 “유럽 등 각국에서 항만 파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성수기가 도래하면서 항만 혼잡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제는 정부의 외교 능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지난 5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합류를 확정했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파트너 국가를 규합해 추진하는 경제 협의체다. IPEF의 주요 분야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 강화를 위한 ▲무역 ▲공급망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이다. 

정부는 역내 공급망 협력 증진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러한 미국과의 노골적인 협력이 중국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자체 홈페이지에 “IPEF가 미국의 지역 경제 패권을 지키는 정치적 도구가 돼 특정 국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다면 그 길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불편한 기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글로벌 물류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달 1일 두 달 넘게 지속된 상하이 봉쇄를 해제했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또다시 상하이 봉쇄에 나서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증명했다. 이날 상하이의 단 하루 봉쇄에도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미국 CNBC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상하이 봉쇄 해제 이후 트럭 운송 능력이 약 80%로 회복됐지만 지난달 11일 하루 봉쇄로 물류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상하이 외곽 고속도로가 차단됐고 트럭의 항구 내 진입이 불가능해지면서 전 세계 물류 흐름에 그대로 악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국내 선적사 관계자는 “중국이 공식적으로 상하이 봉쇄를 해제했지만 지난달 11일 하루 봉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여전히 추가 봉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중국의 봉쇄 조치는 국내 선적사를 비롯해 국내 수출입 기업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남기 때문에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면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연대 파업 여파 해결 위해 업계가 뭉쳤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인한 여파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하고 보름이 지났지만 후유증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물류 이동이 집중되며 화물차량 예약과 배차가 어려운 데다 기존에 쌓여 있던 적재량이 워낙 많아 출고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식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동을 치고 있는 유가 때문에 화물차량 운영 부담이 커졌고 일부 기업들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 배상을 주장하며 소송전에 나선 상황에서 물류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원래 장마철 빗길 운행을 꺼리는 화물차량 기사들이 많기 때문에 이 시기 화물차량 수급이 쉽지 않아 물류 정상화는 7월 말 정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해운협회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기간 동안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대해 한국해운협회 소속 15개 국적선사가 부과하는 ‘체화료’(터미널에서 무료 장치기간 내 컨테이너 화물을 인도해 가지 않은 수화인에게 부과하는 비용)와 ‘반환지연료’(일정한 허용기간을 초과한 경우에 벌금 일수에 따라 징수되는 지연료)를 감면키로 했다. 

양 기관은 심화되는 물류난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상생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향후 중소기업계와 국적선사가 포함된 선화주 실무 협의회를 구성해 민간 차원의 상생협력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태환 중소기업중앙회 국제통상부장은 “이번 국적 선사의 상생 동참은 최근 원자재 가격·물류비 인상 등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물류난 극복을 위해 해운업계와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