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레스의 안정적 양산 체계 확보와 후속 차량 개발이 관건

쌍용자동차가 토레스의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공장에서 진행한 양산 1호차 기념행사 후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왼쪽)과 선목래 쌍용차 노동조합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쌍용자동차가 토레스의 본격적인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30일 경기도 평택공장에서 진행한 양산 1호차 기념행사 후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왼쪽)과 선목래 쌍용차 노동조합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KG그룹의 KG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서울회생법원 회생1부가 지난달 28일 매각공고 전 인수예정자였던 KG 컨소시엄을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한 것이다. 

쌍용차 관리인과 KG 컨소시엄 사이에 체결한 조건부 투자계약서에 따르면 KG 컨소시엄의 인수 내용보다 더 유리한 인수 내용을 제시하는 입찰자가 없는 경우 KG 컨소시엄을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키로 했다. 이후 입찰에 참여한 광림 컨소시엄의 조건이 KG 컨소시엄을 앞서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제 KG그룹이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어떠한 방식으로 이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침 쌍용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토레스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지난주 기준 사전계약 2만5000대를 돌파하면서 성공적인 출발에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쌍용차의 평택공장에서 양산 1호차 기념 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KG그룹이 쌍용차의 불안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인기몰이 중인 토레스의 안정적인 양산 체계 확보를 이뤄낸다면 자동차 시장에 연착륙하는 것이 수월할 수 있다. 아직 진행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연초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 해지 이후 청산 위기까지 갔던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동의 얻으면 10월 15일 이전에 매각 완료

쌍용차는 지난해 6월 매각 작업에 돌입한 이후 1년 만에 새 주인을 확정했다. 쌍용차와 KG컨소시엄은 투자 본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달까지 관계인 집회를 열어 회생계획안에 대한 채권단 동의를 얻을 계획이다. 채권단 동의를 얻게 되면 매각 시한인 오는 10월 15일 이전에 매각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와 투자계약을 해제한 이후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재차 매각을 진행해왔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예정자와 조건부 투자계약을 맺고 공개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본입찰에서 광림 컨소시엄의 투자확약서를 제출받았지만 인수대금의 규모, 인수대금 조달의 확실성, 운영자금 확보계획, 인수자의 재무건전성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광림 컨소시엄의 인수내용이 기존 KG 컨소시엄의 인수내용보다 불리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KG컨소시엄을 최종 인수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광림 컨소시엄은 KG 컨소시엄보다 높은 금액을 써냈지만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이번 재매각에서 제안 금액의 규모나 크기만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금액 조달의 확실성과 회사로 유입되는 형태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전문위원은 “완성차기업은 아무나 쉽게 단기간에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수를 한다 쳐도 오래 끌고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국내 자동차산업 측면에서 쌍용차를 청산하기보다는 이렇게 국내 자본에 의해 인수하고 경영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A로 성장한 KG그룹, 자동차 기업 경쟁력 갖출까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의 쌍용차 인수가 불발된 이후 쌍방울그룹, KG그룹이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했을 때부터 아무래도 자금력에서 우위에 있는 KG그룹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던 것이 사실이다. 일단 인수·합병(M&A)를 통해 성장한 KG그룹은 부동산을 통해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KG케미칼을 인수했을 당시 부동산 가치로 인해 빠른 경영 정상화가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KG케미칼 부천공장 부지를 보금자리주택 부지로 지정하면서 KG케미칼에 1000억원대 현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다. 

동부제철(현 KG스틸)을 인수할 때도 자회사인 동부인천스틸의 인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31만5595㎡(약 9만5000평)의 부지 활용이나 매각 여부가 관심을 끌었다. 당시에도 실제 거래가격이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KG그룹의 지주사 격인 KG케미칼은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이 3700억원 정도에 달한다. 게다가 최근 폐기물 처리기업인 KG ETS를 매각한 자금 5000억원도 유입될 전망이다. 또 동부제철 인수 당시 손을 잡았던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가적인 자금 조달도 계획하고 있다. 자금력 부분에서 후보 기업들 중 가장 앞선 경쟁력을 가졌던 것이다.

KG 컨소시엄은 인수대금 3500억원과 운영자금 6000억원을 포함해 9500여억원으로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실탄은 부족하지 않지만 자동차 기업으로서 경쟁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장 국내 최대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전 세계 완성차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전기차 개발과 생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문제는 자동차산업의 난이도와 미래차로의 전환 등 풀어야 할 난제를 극복할 미래 청사진”이라며 “KG그룹이 KG스틸과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도, 실제로 인수 초반 KG스틸의 시너지로 작용할 수 있을 뿐 그것이 곧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체화된 기사회생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KG그룹의 KG 컨소시엄이 선정된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 모습. (사진 연합뉴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KG그룹의 KG 컨소시엄이 선정된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KG타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토레스,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 견인할 핵심 모델

매각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면서 쌍용차의 신차 개발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쌍용차는 토레스가 사전계약 신기록을 세우자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일단 갈등 없는 노사 관계를 구축해 초반 기세가 좋은 토레스의 안정적인 양산 체계 확보가 중요해 보인다.

쌍용차에 따르면 사전계약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2교대 전환을 두고 노조와 협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쌍용차 직원의 절반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는데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토레스의 안정적인 양산이 가능하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앞선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에 견줘 인수금액이 늘어나는 등 회생채권에 대한 실질 변제율을 높일 수 있어 채권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M&A 이후 토레스의 성공을 토대로 향후 전기차 추가 모델 개발 등을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토레스의 흥행 비결 중 하나로 가성비가 꼽힌다. 토레스 사전계약은 트림에 따라 ▲T5 2690만~2740만원 ▲T7 2990만~3040만원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정확한 판매 가격은 오는 5일 공식 출시와 함께 공개된다. 쌍용차는 토레스 공식 출시일 전까지 3만대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레스는 쌍용차만의 고유한 디자인 유산에 정통 SUV 스타일을 가미한 모델이다. 토레스는 굵은 선과 군더더기 없는 면을 사용해 코란도와 무쏘에서 느낄 수 있었던 마초적인 분위기가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중형 SUV를 뛰어넘는 대용량 적재 공간을 갖췄고 첨단 차량제어기술, 무릎 에어백 등 엔트리 모델부터 첨단 안전사양을 기본 옵션으로 적용했다.

이강 쌍용차 디자인담당 상무는 지난달 29일 평택공장에서 열린 디자인 비전 설명회에서 “쌍용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UV 제조사”라며 “우리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 코란도·무쏘에서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정립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 상무는 이어 “새로운 디자인 철학은 ‘구조적 강인함’, ‘뜻밖의 기쁨’, ‘강렬한 대비’, ‘자연과의 교감’ 등 네 가지 조형적 요소로 이뤄진다”며 “이 네 요소를 모두 품은 첫 차가 바로 토레스로, 쌍용차의 경영 정상화를 견인할 핵심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전동화 전환·친환경차 개발 투자 의지와 능력이 관건

쌍용차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신차 개발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인기 모델이었던 티볼리 등 기존 차량의 모델 변경을 활용할 수도 있다. 토레스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일단 토레스의 디자인 스케치와 함께 발표한 한국형 오프로더 코드명 ‘KR10’이 예고된 상황이다. 

쌍용차는 토레스를 개발하며 아쉬웠던 부분은 이르면 내년 말 공개할 KR10에서 보완할 계획이다. ‘차세대 코란도’로 통하는 KR10 시제품은 이미 완성한 상태고 지난해 7월 공개된 디자인 스케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쌍용차의 설명이다. 

티볼리·렉스턴스포츠의 디자인 부분 변경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상무는 “주 소비층이 여성인 티볼리는 이전보다 세련된 방향으로,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는 견고한 느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바꾸고 있다”며 “두 차 모두 내년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KR10의 경우 아직 개발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 방향이 정해진 만큼 인수 이후 본격 개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쌍용차 플래그십 모델, 미니밴 등의 신차 개발이 자금사정으로 취소된 경우가 많아 KG그룹의 의지에 따라 내년부터는 쌍용차의 신차가 다수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쌍용차의 전기차 라인업 확충도 시급하다. 쌍용차는 내년 하반기 전기차 모델 ‘U100’을 출시할 계획이다. 토레스의 전기차 모델인 U100은 내년 중 중국 전기차 기업 BYD와 협력 개발한 배터리를 탑재해 출시된다. 쌍용차는 BYD와의 제휴로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등 친환경차 양산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KG그룹은 KG스틸과 쌍용차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KG그룹이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 외에 쌍용차를 완성차기업으로서 전동화 전환, 친환경차 개발 등의 미래차 패러다임에 제대로 진입시킬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쌍용차가 경영 정상화를 달성한다는 것은 미래차 패러다임에 적응해 글로벌 무대로 다시 나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KG그룹이 쌍용차 인수 이후에도 이런 비용을 감당하려 할지, 또는 그런 능력이 될지 신중하게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