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을 것 같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이번에는 어디까지 떨어질 지 알 수 없는 하락 전망이 상당수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끝없을 것 같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이번에는 어디까지 떨어질 지 알 수 없는 하락 전망이 상당수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잇따른 금리 인상과 정부의 억제 정책 때문인지 부동산 시장의 위세가 과거와 사뭇 다르다. 

KB부동산에서 조사하는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달 전국 기준으로 40.1로 나타나, 지난 3월 이후 석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매수우위지수가 100 밑으로 떨어지면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적다는 뜻이다.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산출하는 전국 KB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 또한 81.5로 나타났는데, 이 지수가 100 이하이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달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3% 하락해 지난주(-0.02%)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모든 지표가 가격 하락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거래량 역시 축소일로다.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날까지의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72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5414건의 28.6%에 불과하다. 거래량 축소는 가격 하락의 전조이므로 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지표다. 

지난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경기불황에 대한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금융자산 가격이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으나 워낙 덩치가 커서 움직임이 느린 부동산은 이제야 서서히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모든 자산 가격의 하락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 중에서도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미치는 충격은 비교할 수 없다. 개인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고가인데다, 생활필수품이며 막대한 은행 대출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끝없을 것 같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이번에는 어디까지 떨어질지 알 수 없는 하락 전망이 상당수에게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냉정을 유지하면서 다가오는 태풍의 진로와 영향을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의 마련이 시급하다.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도대체 왜 부동산 가격은 그렇게 오래 그리고 그토록 많이 올랐던 것일까. 그것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더해 아파트와 같은 표준화된 주택이 투자 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일단 상승 기조가 시작되자 부동산 투기로 한몫 보려는 세력과 불안감에 사로잡혀 뒤늦게 구매 행렬에 동참한 이들이 주택에 대한 과잉수요를 일으킨 것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 가격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에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공급이 사라진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여기서 공급은 정부가 말하는 재건축·재개발 등 신규 공급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속되리라는 기대감과 누적되는 세금 및 금융부담 사이에 끼어 있는 다주택자들이 움켜쥐고 시장에 내놓지 않는 물량을 의미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고 세금 및 금융 부담이 가중되면 매물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 그 출발은 2030 세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와 5060 세대의 수익형 부동산 투자 등 약한 고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제2금융권에 대한 의존도가 크고 원리금분할상환 비중이 낮은데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 더구나 아파트보다는 다세대주택, 상가, 토지 등 거래가 잘 되지 않는 대상에 몰려 있어 매각이 쉽지 않고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이번에는 시장에서 수요가 사라진다. 거래량이 미미한 상태가 오래도록 지속되다가 투매가 일어나고 최종적으로는 가격이 폭락한다. 이렇게 되면 비관적인 전망이 자리 잡고 수요는 더욱 위축된다. 자산효과에 기대어 이뤄지던 소비마저 타격을 입고 경제는 불황에 깊숙이 빠지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는 거래량 유지가 중요하다. 이것은 수도꼭지에서 일정량의 물이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매물이 조금씩 나와 거래가 되면 가격이 급락하지 않으며 시장에서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 또한 매물을 팔지 못해 대출상환이 연체됨으로써 금융기관으로 불이 옮겨 붙는 사태도 방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도세를 조금씩 감면함으로써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유지함으로써 이들에게 부동산을 매각하라는 신호를 확실하게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거래량은 더욱 줄어들 것이며 불가피한 구조조정이 지연됨으로써 충격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부동산 시장과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이 은행 등 금융시스템이다. 부동산 거래는 통상 대출을 끼고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업황과 금리의 변동은 은행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은행 자금중개 기능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은행들이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위축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부동산 관련 대출이 너무 많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가계대출 규모는 1752조원에 이르는데 여기에는 개인사업자대출이나 법인대출이 빠져 있다. 

가계대출에 이들 법인성 대출을 포함하면 35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80%에 이른다. 이것은 국제결제은행(BIS)의 권고 수준인 80%를 훌쩍 넘는 것으로 그 상당 부분이 부동산 투자로 이어졌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은행은 대출 용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동산 대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확실치 않다.

대부분의 대출이 이자만 갚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는 구조라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는 유리한 방식이지만 만약 하락하면 원금상환에 문제가 생긴다. 현재 은행 연체율은 0.2%로 낮게 나타나지만 이는 잠재적인 상환불능의 가능성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다. 

변동금리 비중도 너무 높다. 지난 4월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77.3%에 달하는데 만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다고 가정하면 대출이자 부담은 6조7487억원 늘어난다. 

무엇보다도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충분한지가 확실하지 않다. 대손충당금은 대출의 일부가 상환되지 못할 것에 대비해 미리 축적하는 준비금이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의 대출채권 대비 충당금적립률은 지난해 말 기준 0.41%다. 이는 미국 JP모건은행(1.5%), 뱅크오브아메리카(1.3%), 웰스파고(1.4%)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낮은 이유는 우리나라 은행의 충당금 적립기준이 연체율, 회수율 등 과거의 통계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이러한 과거의 경험손실률이 아니라 대출을 받은 사람의 상환능력이 중요해진다. 

따라서 방향은 명확하다.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대출용도 확인을 철저히 하도록 감독이 필요하다. 또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높임으로써 원리금균등상환대출을 유도하고,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높이며, 은행의 충당금 적립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다. 

한쪽으로 비틀렸던 부동산 시장이 풀리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한 과정이 천천히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는 정부의 노력이 중요한 순간이다. 올바르고 적절한 정책으로 이 위기를 잘 넘기기를 기원한다.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정책연구담당(상무보) ▲KT그룹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정책 전문가


정인호 객원기자 yourin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