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아닌 실효성 있는 다양한 요금제 출시가 관건

KT가 이용자 선택권을 다양화한 '5G 초이스' 요금제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및 지니의 혜택을 더한 '티빙/지니 초이스'를 선보인다고 1일 밝혔다. 통신 3사는 7월중 5G 중간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은 '티빙/지니 초이스'를 홍보하는 모델들.사진=KT 제공.
KT가 이용자 선택권을 다양화한 '5G 초이스' 요금제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및 지니의 혜택을 더한 '티빙/지니 초이스'를 선보인다고 1일 밝혔다. 통신 3사는 7월중 5G 중간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은 '티빙/지니 초이스'를 홍보하는 모델들.사진=KT 제공.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5세대 이동통신(5G) 중간요금제’ 출시가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소비자단체는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통신 3사가 정부 압력에 따른 구색 맞추기가 아닌 효과적인 5G 요금제를 출시할 것인지가 앞으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저가 5G 중간요금제, 이르면 7월 중 출시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제시한 국정과제인 5G 중간요금제가 이르면 7월 중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5G 중간요금제는 통신 3사의 주력 5G 요금제인 110~150GB 데이터 제공 상품과 기본 요금제인 10~12GB 상품 사이에 신설되는 새로운 요금제다.

5G 요금제는 그동안 서비스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반면 요금제 선택폭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통신사들이 데이터 사용량을 지나치게 높거나 낮게 설정한 요금제를 운용해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5G 요금제 사용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5.8GB였다.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는 1인당 평균 44GB, 일반 요금제 가입자는 14GB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재 5G 요금제는 2~4만원대의 9~12GB 또는 7만~10만원대의 100GB 이상 요금제만 존재한다. 정작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20GB부터 100GB까지 구간의 요금제가 없는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면서도 데이터를 전부 이용하지 못해왔다. 따라서 이용자들의 수요를 반영해 20~40GB 데이터 사용량의 중저가 요금제를 추가하고 선택지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비판이 일어왔다.

통신 3사, 평균 데이터 채우고 가격 낮추는 방안으로 기획

통신 3사는 최근 월 6만 원 안팎에 20~3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수준을 담은 새로운 중간요금제 출시 방안을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중간요금제는 5G 이용자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채워주고 가격을 낮추는 방안으로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단체는 일단은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5G 중간요금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는 “5G 요금제에 대한 지적이 계속 이어지면서 지난해 통신사들이 3~4만원대 요금제를 출시했으나 제공 데이터량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어서 사실상 소비자들의 반향은 없었다”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며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중저가 요금제를 냈다’는 생색내기용 조치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처럼 지난 3년 간 소비자들의 불만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해 왔던 통신3사가 과연 정부의 발표에 호응해 20~100GB 중저가 요금제를 도입할지 의문”이라며 “소비자들의 지적을 진지하게 고려해 이용자들의 수요에 맞는 요금제를 즉시 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호 과기부 장관, 통신 3 대표와 11 간담회

5G 중간요금제와 관련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퉁신부 장관과 통신 3사 CEO 간의 간담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이번 간담회는 장관 취임 후 통신사들과 처음 만나는 상견례이기도 하다.

이 장관은 이날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한다. 당초 7일로 예정됐던 이번 간담회는 일정 등을 이유로 11일로 미뤄졌다. 간담회에서는 중간요금제를 비롯해 주파수 정책 등이 주요 안건이 될 전망이다.

통신사들은 중간요금제 출시에 겉으로는 적극적인 뜻을 표하면서도 속으로는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는 민생 안정을 위한 생계비 부담 경감 정책에 통신비를 포함시켰다. 구체적으로 노인·청년 특성에 맞는 5G 요금제 등의 출시를 유도하겠다고 밝혀 통신요금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 중인 통신 3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을느낄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통신업계는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중저가 요금제를 신설하는 것은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항변했지만 정부와 소비자 양쪽에서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 중간요금제 신설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미 국정감사에서도 통신 3사가 데이터 사용량을 기준으로 맞춤형 요금제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다.

여기에 개통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완전해 곳곳에서 5G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통신 3사가 기존 요금제를 고수하겠다고 강경하게 나설 수 없는 이유다. 때문에 통신 업계는 “올 것이 왔다”며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