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과 수도권 이어 서울 저가 주택에도 깡통전세 확산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왼쪽)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전세 사기 관련 대응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옆은 박성민 선임연구관(가운데)와 임일수 형사1과장. ⓒ연합뉴스
황병주 대검찰청 형사부장(왼쪽)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전세 사기 관련 대응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옆은 박성민 선임연구관(가운데)와 임일수 형사1과장. ⓒ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뚜렷해지는 집값 하락세 속에 ‘깡통 전세’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사례가 지방은 물론 수도권 외곽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에 깡통전세를 이용한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자 정부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KB부동산 월간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타지방(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5.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7월(75.5%) 이래 약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부동산R114가 올해 1~6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된 전국 아파트 매매·전월세 가격을 분석한 결과, 해당 주택의 평균 전셋값이 평균 매매가격을 추월한 사례는 2243건(7.7%)으로 조사됐다.

지방이 1714건(76.4%)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수도권도 529건으로 23.6%에 달했다. 서울에서도 비교적 저가인 도시형생활주택이나 초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하는 거래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보증보험 가입해도 전세금 반환 못 받기도

통상적으로 전세가격이 시세의 80%를 넘어서면 깡통전세의 위험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집값이나 전셋값이 떨어지면 세입자는 전세 계약이 끝난 뒤 전세보증금을 떼이거나 제때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지방에서는 빌라는 물론 아파트도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한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주택 매매가가 하락하면서 이러한 깡통전세 위험 경고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모녀 전세 사기’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깡통전세 수법으로 임차인 136명으로부터 약 298억원 상당을 편취한 것으로 조사된 무자본 갭 투자자를 구속하고 두 딸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같은 사기를 우려해 임차인들은 전세금을 떼일까 우려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만 제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은행 전세 대출을 갚아야 하는 날까지 전세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보증보험은 전세계약 종료 이후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는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반환해 주는 상품이다. 이를 위해 가입자는 일정 금액을 보증기관에 납부한다.

그러나 1년 미만 전세계약이나 수도권 7억원·지방 5억원을 넘는 전세물건은 보증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다. 또 은행의 대출 상품상 상환일과 보증보험의 전세금 반환일 규정이 차이가 세입자를 곤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보증보험 반환이 늦어질 경우 금융권의 전세 대출을 먼저 갚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전세보증금 피해액 지난 2년간 1조 6000억원 육박

문제는 깡통 전세 증가에 이어 최근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건수가 나날이 늘어 난다는 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6개월간 발생한 전세금 반환보증 사고건수는 총 1595건으로 사고금액은 3407억원이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사고건수 및 피해금액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서울보증보험(SGI)과 HUG에 접수된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8130건이고, 이로 인한 피해 액수는 1조 6000억원에 육박했다. 이 중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 건수는 89%로 나타났다. 즉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의 주 피해자가 사회 초년생인 20~30대들이나 서민층으로 추정되고 있다.

검찰 “전세보증금 사기 범죄 구속수사 원칙”  

대검찰청은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세보증금 사기 범죄의 심각성을 감안해 지난 11일부터 전국 검찰청에 원칙적 구속 수사를 지시하는 등 엄정 대응 방침을 세웠다.

전세보증금 사기의 대표적 유형은 ▲건물 취득가보다 큰 금액으로 임대차보증금을 책정하는 소위 깡통전세 ▲등기부상 거래가액을 부풀려 실거래 가격 보다 높은 임대차보증금을 책정하는 사례 ▲전월세 계약 현황 등 권리관계를 기망한 사례 ▲보증금 돌려막기 사례 등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검찰사건처리기준에 따라 기망수법이 계획적·적극적인 전세사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진행한다. 또 전세 사기를 저지른 자가 엄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공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전세금을 마련한 경위나 전세금이 피해자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피해 회복 여부 등 양형사유를 구체적으로 수집해 제출하도록 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