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몰리는 지방 분양시장 ‘활기’…서울은 침체 ‘여전’

유보라 천안 두정역 조감도 (사진=반도건설 제공)
유보라 천안 두정역 조감도 (사진=반도건설 제공)

정부가 부동산 규제의 고삐를 풀자 지방은 주택 공급이 회복된 반면 서울은 체감 효과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수혜를 받는 지방 부동산은 규제 완화에 즉각 반응해 그동안 미뤄왔던 신규 분양이 잇따랐다. 반면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는 서울은 다수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를 중심으로 분양 시기를 타진하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거시적으로는 고금리와 경기 악화 악재까지 겹치면서 서울의 공급 가뭄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방 중심으로 신규 분양 ‘활기’ 

포레나 인천구월 조감도. (사진=한화건설 제공)
포레나 인천구월 조감도. (사진=한화건설 제공)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7~8월에 분양 예정인 주택 물량은 임대와 오피스텔을 제외하고 총 8만 2359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반분양은 4만 8755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간의 일반분양 물량(4만4가구) 보다 8590가구 더 많다. 

일반분양 가운데 지방에서 총 3만 6543가구(지방중소도시 2만 2127가구, 지방광역시 1만 2212가구)로 75%를 차지했고, 수도권은 1만 4416가구였다. 특히 지방에서는 주택 정비사업으로 조성되는 다수 단지가 줄줄이 분양에 돌입한다. 

반도건설은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의 공장 부지를 개발해 공급하는 ‘유보라 천안 두정역’을 7월 분양할 예정이다. 556가구가 분양되며 모든 세대는 전용면적 84㎡ 단일평형이 적용된다. 한화건설은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다복마을을 재개발해 조성하는 ‘한화 포레나 인천구월’의 본격적인 청약일정에 돌입했다. 지난 15일 견본주택을 개관한 데 이어 오는 19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대 35층, 11개동, 1115가구 규모이며 이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434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신세계건설은 대구광역시 북구 칠성동에 조성되는 ‘빌리브 루센트’의 견본주택을 이달 중 열고 분양에 나선다. 지하 4층~지상 47층, 2개동, 전용면적 84~113㎡ 총 258가구(일반분양 23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로, 대구1호선 대구역이 도보권에 자리한 역세권 단지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오는 8월 ‘인덕원자이 SK VIEW’ 아파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 의왕시 내손동의 내손다구역 재개발로 공급되는 해당 단지는 총 2633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이중 전용면적 39~112㎡ 899가구를 분양한다. 같은 달 롯데건설은 경기 구리시 인창동 일대에서 ‘인창C구역 주택재개발’을 통해 1180가구(일반분양 686가구)를 공급한다. 

물가 리스크로 묶였던 분양 
정부 규제 완화로 숨통 트여

올해의 경우 분양 물량이 몰리는 상반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대외적 공급 악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전쟁으로 건축과 토목 자재 비용이 큰 폭으로 뛰었고, 전국 건설현장에서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다수 조합원이 사업비를 부담해야 하는 정비사업은 공사비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지상과제가 됐다. 분양 수익을 극대화하는 청약 시점을 놓고 이견이 난립하면서 사업비를 대납하던 시공사와 갈등하기도 했다.    

분양 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정부는 6월 말 즈음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들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이왕이면 정책 수혜를 볼 수 있는 하반기로 분양을 미루는 현장이 늘어났다. 

국토교통부는 6·21 대책 발표에서 조합원 이주비 등을 반영해 분양가를 올릴 수 있도록 분양가상한제를 개편하고 고분양가 심사제도도 산정 기준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조정(안)’을 심의·의결하며 추가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대구는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완화됐고, 나머지 6개 구와 1개 군이 조정대상지역에서 비규제지역으로 풀렸다. 

대전, 경남 창원의 투기과열지구도 해제됐으며 경북 경산, 전남 여수·순천·광양 등은 규제지역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수도권(일부 도서지역 제외)과 세종은 현행 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비규제지역은 유주택자나 세대원도 청약이 가능하고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6개월 이상이면 1순위 청약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분양가 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편으로 그동안 미뤄졌던 분양 물량이 순차적으로 풀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부동산 경기 하락 전망과 금리 인상 여파로 청약시장이 한풀 꺾이고 있어 ‘똘똘한 한 채’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은 하반기도 공급 가뭄 장기화 조짐

그러나 7월 단 한 가구도 분양하지 않았던 서울 지역은 여전히 공급 전망이 어두운 상태다. 

현재 서울에서는 휘경3구역 재개발, 센트레빌파크프레스티지, 둔촌더샵(가칭) 등 사업지에서 8~9월 분양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그동안 수 차례 분양이 미뤄졌던 터라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분양과 1차 계약까지 마친 9개 아파트 중 6개 단지가 최초 청약에서 미계약분이 발생했다. 공급 즉시 완판이 됐던 작년과 달리 올 들어 아파트 분양 인기가 시들해 조합들이 청약을 주저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발맞춰 주택 시장에 풀려있던 돈이 흡수되면서 고가의 시세를 감수하고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7월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70.4를 기록, 전달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이 가운데 서울은 7.6포인트(93.0→85.4)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 낙폭이 전국 평균을 한참 웃돌았다.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분양시장 전망을 조사해 집계한 지표인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기준선이 100이며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거시경제 리스크에 따라 분양 물량 감소가 지속되고 미분양 물량이 지난달 대비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인 경기침체 우려와 기준금리 인상 등의 요인이 아파트 분양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