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네해장국, 20년 공들인 상표·레시피 계약 잘못해 헌납
프랜차이즈로 수십억원 벌어도 창업주 몫은 月 ‘100만원’뿐

제주도 제주시 일도2동에 위치한 은희네해장국 본점. (사진=이재형 기자)

뚝배기에 소고기와 선지, 콩나물, 우거지, 당면을 넣고 푹 곤 육수를 끼얹은 은희네해장국은 양념장과 다진 마늘을 푼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이제는 제주 본점의 상표와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온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수도권 등지에 수십 곳 생겨 육지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메뉴가 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은희네해장국은 제주 본점과 육지의 프랜차이즈가 쌍방으로 고소를 불사하며 수년째 사업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은희네’의 자산을 바탕으로 연 매출 수십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정작 창업주인 이은희 씨(64세)는 레시피 사용료(로열티)로 한 달에 100만원을 받을 뿐, 자기가 만든 상표를 쓰지도 육지에 가게를 열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결국 이은희 씨를 비롯한 본점 측이 불공정 계약을 호소하며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다.

재주는 ‘제주’가, 돈은 ‘프랜차이즈’가?

제주 은희네해장국 본점(이하 ‘본점’)은 과거 주식회사 하솔FnB와 맺었던 프랜차이즈 사업 계약의 효력을 끝내 달라는 취지의 민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해당 계약은 본점이 2017년 10월부터 제주도 밖에서 은희네해장국 사업을 할 수 없게 금지하는 조건 등을 담고 있다. 본점은 계약상 오는 11월부로 자신들이 프랜차이즈로부터 받던 로열티가 끝나므로 이런 제약에서 풀려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희네해장국은 이은희 씨가 2002년 제주도 제주시 일도2동에서 첫 점포를 열면서 시작했다. 20년째 사업을 운영 중인 ‘원조’ 본점이다. 프랜차이즈는 여기서 상표와 레시피를 가져와 2016년에 육지에서 론칭한 다른 업체다. 제주 지역에선 본점 소유 가게만 있고, 육지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있다. 둘은 상호와 메뉴가 일치해 종종 같은 업체로 오해받지만 서로 별개의 사업 주체다. 

분쟁의 본질은 기술을 빌려 사업을 시작한 프랜차이즈가 육지 사업권을 독점하고 전국에 문어발식으로 가맹점을 세우면서도 원조인 본점은 사업 확장을 하지 못하게 막아놓은 데 있다. 하솔FnB는 론칭 5년 만에 가맹점 75곳을 열면서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렸다. 그 결과 연 매출은 2018년 35억원에서 2021년 66억원으로 3년 만에 30억원 넘게 성장하게 된다.

이 같은 성장에는 제주 본점의 명성과 레시피 등 유무형의 가치가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 대가는 하솔FnB의 월 로열티 100만원 지급에 불과했다. 프랜차이즈가 본사를 견제하는 송사도 이어졌다. 본점이 또 다른 육지의 사업자에게 은희네해장국을 공급하려 하자 하솔FnB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걸었다. 박탈감을 느낀 본점이 점포 외벽에 “본점과 육지의 프랜차이즈는 관련 없다”는 항의성 플래카드를 게재하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제주도에 위치한 은희네해장국 지점에 "서울에 있는 제주 은희네해장국과 저희 은희네해장국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이은희해장국'으로 상호를 변경할 예정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모습. (사진=은희네해장국 제공) 

 

‘대박’ 꿈꾸던 두 제주도민, 원수가 되다

이 사업이 처음부터 분쟁에 휘말렸던 건 아니다. 초기 사업은 같은 동네 이웃이었던 제주도민 두 사람이 고향의 맛을 전국에 알리자는 취지로 의기투합한 게 발단이었다.

6년 전인 2016년, 이은희 씨의 차남인 고 모씨는 프랜차이즈 기업을 설립하고 부모님이 시작한 사업을 육지로 확장하는 구상을 했고 그와 같은 아파트에 살던 강 모씨(현 하솔FnB 대표)가 동조했다. 두 사람은 자본금을 모아 보성코리아(하솔FnB의 전신)를 설립했다. 자식이 출자한 기업이다 보니 이은희 씨도 흔쾌히 레시피와 ‘제주은희네해장국’ 상표를 넘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 씨와 강 씨가 프랜차이즈 법인의 지분과 수익을 5대5로 나눠 가지기로 했던 터라, 지금처럼 프랜차이즈가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도 아니었다. 

육지의 제주은희네해장국 프랜차이즈 지점. (사진=하솔FnB 홈페이지 제공)
육지의 제주은희네해장국 프랜차이즈 지점. (사진=하솔FnB 홈페이지 제공)

하지만 가맹점을 일정 개수 이하로 제한해 품질을 관리하길 원했던 이은희 씨와 강 씨가 경영상의 견해차를 보이면서 동업 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10월 본점 측은 하솔FnB에 대한 모든 지분을 강 씨에게 넘기고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모든 권한을 포기하는 계약을 맺게 된다. 보성코리아에 대한 본점 보유 지분(30%)을 강 씨에게 모두 넘기고, 본점은 향후 제주도 외에 모든 지역에서 은희네해장국 점포를 내거나 레시피 등을 다른 사업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는 조건이 약정에 추가됐다.

강 씨는 그 대가로 본점 측에 1억5000만원을 송금하고 2022년 10월까지 5년 동안 매달 로열티로 100만원을 지급하지만, 본점이 약정상 조건을 어기면 이것 또한 돌려받고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조건도 부가했다. 고 씨는 결국 강 씨 요구를 수용해 이은희 씨 대신 약정을 체결하게 된다. 불리한 조건이 포함됐다고 생각했지만, 해당 약정 체결 당시 본점 측이 자본금 일부를 납입하지 못하는 등 귀책 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제주은희네해장국’ 상표가 하솔FnB로 넘어가면서 본점은 자신들이 원조임에도 이 상표로 영업할 수 없게 된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은희 씨가 계약을 뒤집으려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해당 약정에 번번이 발목이 잡혀 패소하게 된다. 상표권과 관련해 본점이 자기가 주인임을 밝힐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제주은희네해장국 대표 이은희’를 출원하기도 했지만, 등록이 거부됐다. 하솔FnB 측은 일련의 조치가 합법적으로 양자 동의하에 체결된 계약이므로, 이를 통해 주어진 상표권 등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라는 입장이다.

‘은희 없는 은희네해장국’의 아이러니
여전한 프랜차이즈 상표권 분쟁

제주 본점의 은희네해장국 (사진=이재형 기자)

초창기 한 그릇에 4500원으로 시작한 은희네해장국은 이은희 씨가 조리, 남편이 서빙, 동생이 배달을 맡아 온 가족이 밤낮으로 일했다고 한다. 아침 식사차 들린 개인택시 기사와 직장인의 입소문을 탄 후 한라산 등산객들의 인기를 끌어 3대 해장국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계약 실수로 육지 사업이 어그러지면서 가족들은 울화증에 빠졌다. 특히 가장인 이은희 씨의 남편은 육지 성업 소식에 치미는 분노를 매일같이 술로 달래다가 위암 4기를 진단받고 암 투병 끝에 간신히 회복했다고 한다. 이은희 씨는 인터뷰에서 “동향 출신에게 속아 남편이 암 투병까지 할 정도로 일가족이 고통받고 있다. 돈이 아무리 좋아도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 보도] <"기업을 돌려달라"…'제주 3대 해장국' 노포의 한 맺힌 절규> 관련

본보는 지난 2022년 7월 18일 자 경제 기업면에 <"기업을 돌려달라"…'제주 3대 해장국' 노포의 한 맺힌 절규>의 기사에서 제주 은희네해장국 프랜차이즈업체와 가맹점을 일정 개수 이하로 제한하길 원했던 창업주와의 경영상 견해차로 갈등이 발생했고, 창업주 측이 지분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불공정계약이 이뤄져 가족이 암투병을 하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업체인 주식회사 하솔 FnB 측은 "창업주 측의 요청으로 1억 5000만원의 지분 양도 대가, 5년간 월 100만원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고, 소송 전까지 창업주로부터 가맹점 수 제한에 대하여 들은 바 없으며, 창업주 가족의 위암 판정은 프랜차이즈 동업 이전에 있었던 일로 알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