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버터플라이 등 새로운 형태의 UAM 기술 대거 공개

슈퍼널이 공개한 UAM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슈퍼널이 공개한 UAM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방산 전시회인 영국 ‘판버러 에어쇼’는 파리·싱가포르 에어쇼와 함께 ‘세계 3대 에어쇼’로 꼽히며 짝수 해 7월에 열리고 있다. 올해는 개최 기간인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국내외 1500개 글로벌 기업과 기관이 참여했고 관람객 8만명 이상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번 에어쇼에는 항공기뿐만 아니라 드론이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새로운 형태의 항공기들이 대거 공개됐다. 국내에서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의 항공 관련 기업들이 다수 참가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시스템이 이 에어쇼에 처음으로 참가해 이목이 집중됐다.

현대차그룹과 한화시스템은 최근 항공 모빌리티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에어쇼에서 현대차그룹은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 기체의 내장 콘셉트 모델을, 한화시스템은 ‘버터플라이’(Butterfly) 기체의 실물 크기 대형 회전날개(로터) 시제품을 최초로 공개했다. 

한화시스템이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 마련한 전시 부스 전경.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이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 마련한 전시 부스 전경.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현대차그룹, 국제 에어쇼 첫 데뷔로 주목 끌어

현대차그룹이 전 세계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제 에어쇼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항공 관련 기업이 아닌 자동차 기업이 에어쇼에 참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이번 현대차그룹의 참가는 전시 개최 전부터 큰 이슈가 됐다.

이번 에어쇼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UAM 독립 법인인 슈퍼널은 전시 부스를 마련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eVTOL 기체의 내장 콘셉트 모델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내장 콘셉트 모델은 슈퍼널과 현대차그룹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인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비롯한 그룹 디자이너들이 함께 개발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모델은 기존 항공기 디자인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자동차 내장 디자인 요소를 차용해 직관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한 것이 특징”이라며 “나비 생체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5인승 시트 디자인을 적용해 마치 승객이 누에고치 안에 들어온 것처럼 안락한 느낌을 제공하면서도 안전성과 경량화 측면에서 완성도 있는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이 모델에는 격벽을 최소화하는 등 제네시스의 럭셔리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해 넉넉한 실내 공간을 구현했다. 재활용 가능한 첨단 탄소 섬유, 내구성이 뛰어난 식물 추출 섬유, 재활용 플라스틱 섬유와 나무 소재 등 친환경 소재를 대폭 적용한 것도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에어쇼에서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와 함께 그룹 미래 먹거리의 한 축으로 UAM을 지목하고, 한발 더 나아가 AAM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슈퍼널은 전시된 콘셉트 모델 주위에 증강현실(AR) 패널과 디지털 스크린을 설치해 콘셉트 모델에 탑승한 관람객이 실제 UAM을 타고 비행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UAM 이착륙장(버티포트) 등 AAM 인프라에 대한 콘텐츠도 함께 전시했다. 

신재원 현대자동차·기아 AAM 본부장 겸 슈퍼널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에어쇼에서 “첨단 항공 모빌리티가 대중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승객 경험부터 규제·인프라까지 모든 조건들이 처음부터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슈퍼널은 현대차그룹 등 자동차기업뿐만 아니라 부품, 건설, 로봇 및 모빌리티 솔루션 등 50개 이상의 계열사는 물론, 외부 파트너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렌 이스트 롤스로이스 CEO(왼쪽)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업무 협약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워렌 이스트 롤스로이스 CEO(왼쪽)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업무 협약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한화시스템, UAM 기반 방산 실물 대거 공개

한화그룹은 일찌감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항공 우주, 미래 모빌리티와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방산과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분야도 다양하다. 특히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에 국내 유일 민간 인공위성 제조·수출기업 쎄트렉아이까지 가세하는 등 항공 우주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UAM 분야에서도 미국 기업 오버에어와 함께 선제적인 투자와 연구 개발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이번에 처음으로 국제 에어쇼에 참가한 이유도 글로벌 UAM·우주항공·첨단 방산 시장 판로를 본격적으로 개척하기 위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내년 3분기 UAM 무인 시제기 비행을 목표로 공동 투자에 나서기로 한 한화시스템은 이번 에어쇼에서 230㎡(70여평) 규모 대형 부스를 마련했다. UAM과 방위산업 두 개 존을 통해 UAM·우주항공·첨단 방산 기술과 사업 역량을 글로벌 무대에 선보였다.

한화시스템은 UAM 존에서 오버에어와 공동 개발 중인 버터플라이 기체의 실물 크기 대형 회전날개 시제품을 최초로 공개했다. 프로펠러(블레이드)가 3개 달린 회전날개는 직경이 6m, 높이도 6m에 이른다. 

방위산업 존에서는 ▲얇은 직육면체 형태로 크기를 줄이고 가성비를 극대화한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안정적인 우주인터넷 통신망 구축이 가능한 저궤도 위성(LEO) 통신용 전자식 안테나 ▲한국형 전투기(KF-21) 탑재용 능동주사위상배열(AESA) 레이다 기술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 등 첨단 방산 제품을 전시했다. 

이 밖에 한화시스템은 이번 에어쇼에서 회전날개 안 모터가 ‘전기추진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방식도 선보였다. 또 버터플라이 기체의 안전·효율·속도·저소음·친환경성을 실현하는 ‘최적 속도 틸트로터’(OSTR) 특허와 블레이드 개별 제어를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능동 진동 저감 기술인 ‘IBC’ 기술도 함께 소개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버터플라이는 OSTR과 IBC 기술로 구현한 4개의 수직 이착륙 프로펠러 운용 시스템인 틸트로터를 전후방 날개에 배치해 1개의 로터가 고장 나도 나머지만으로 안전 비행이 가능하다”며 “한화시스템은 오버에어와 함께 내년 상반기에는 실물 크기의 무인 시제기 제작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매드슨 허니웰 우주항공 부문 사장(왼쪽)과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가 업무 협약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마이크 매드슨 허니웰 우주항공 부문 사장(왼쪽)과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이사가 업무 협약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현대차는 롤스로이스, 한화는 허니웰과 업무협약

현대차그룹과 한화시스템은 국제 에어쇼 참가에만 의의를 두고 있던 것이 아니다. 이 에어쇼에서 항공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진심이 담겨 있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번 에어쇼에서 항공업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기업들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AAM 개발 속도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영국을 직접 방문했다. 정 회장은 이번 에어쇼 현장을 찾아 업무 협약식에 참석하고 주요 항공기업 최고 경영진들과 면담하는 등 AAM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다졌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8일 영국 항공기 엔진 제조기업 롤스로이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날 정 회장과 신 슈퍼널 CEO 등은 슈퍼널 부스를 찾은 워렌 이스트 롤스로이스 CEO와 함께 부스를 둘러보고 업무 협약서에 함께 서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현대차그룹이 개발 중인 지역간 항공 모빌리티(RAM) 기체의 수소연료전지 추진 시스템과 배터리 추진 시스템, 그리고 슈퍼널이 개발 중인 UAM 기체의 배터리 추진 시스템에 대한 공동 연구를 2025년까지 수행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도 지난 19일 에어쇼 현장에서 미국 방산·우주항공기업 허니웰과 ‘미래형 항공기체 체계 공동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허니웰은 2020년 미국 30개 대표기업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지수에 편입된 글로벌 대표 밀리테크 기업이다.

한화시스템과 허니웰은 UAM 활용을 위해 현재 개발 중인 1세대 기체 eVTOL와 자율 비행과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2·3세대 미래형 비행체’(AAV)를 위해 손을 잡았다. 양사는 ▲2·3세대 AAV 분야와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시스템 관련 사업 협력 ▲국내외 시장 신규 서비스 발굴과 수요 창출 등에서 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한화시스템은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유럽의 대표적인 우주항공 및 방산 기업인 프랑스 사프란그룹과 군·민수 분야부터 미래 우주·모빌리티 산업까지 ‘전방위적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다자 업무 협약’도 맺었다.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사프란 3사는 ▲UAM 시장 확대에 필수적인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경제성·효율성을 갖춘 추진 시스템 ▲위성발사 서비스 분야 등에서 상호 협력 가능한 사업을 적극 발굴키로 했다. 3사는 공동 워킹그룹을 구성해 우주항공 산업 부문 협력을 더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동완 한화시스템 UAM 사업부장은 이번 에어쇼에서의 성과에 대해 “한화시스템이 글로벌 UAM 밸류체인에서 주도적 위치를 선점하도록 기체개발·버티포트·교통관리 서비스 개발 등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글로벌 우주항공 산업 메이저 플레이어들과 함께 각사의 강점을 활용해 UAM 시장에서 새로운 융합형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