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CJENM 합병 통해 국내 OTT 1위 탈환 시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제공=에이스토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제공=에이스토리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우영우 신드롬’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지난달 29일 첫 방송을 탄 이래 무서운 속도로 안방극장을 점령하고 있다.

채널번호 30~60번대에서 방송 중인 ‘우영우’는 초반 낮은 채널 인지도로 첫 방송 0.9%(이하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했으나 3회 4.0% 5회 9.1%로 매회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지난 20일 방송한 7회는 11.7%로 10%대를 넘어서며 첫회 대비 13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비단 시청률뿐이 아니다. ‘우영우’는 넷플릭스 공식 톱(TOP) 10 인기 콘텐츠 순위에서 7월 둘째 주 한국을 포함해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비영어 TV 부문 정상에 올랐다. 전주보다 약 90% 상승한 4558만의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TV 부문 전체 콘텐츠 대상 글로벌 순위도 3위로 도약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우영우’는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방송되며 팬덤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당초 아시아 지역 중심으로 10개국 언어 자막을 제공했던 넷플릭스는 지난 13일부터는 유럽, 남미 국가까지 포함해 총 31개 언어의 자막을 제공하며 글로벌 흥행을 가속화했다.

CNN비즈니스, “‘우영우’가 ‘오징어게임’같은 성공 거둘 것”

외신도 ‘우영우’ 열풍에 주목하고 있다. ‘우영우’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제2의 오징어게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는 “젊은 여성 변호사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가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우영우’가 ‘오징어게임’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넷플릭스에서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넷플릭스는 2분기 실적발표에서 북미 시장에서는 130만명,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는 77만명의 가입자가 감소했지만 아시아 지역 가입자는 약 110만명이 늘었다고 발표했다.

CNN비즈니스는 “한국 콘텐츠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최고 인기프로그램에 올랐던 ‘오징어게임’의 엄청난 성공 이후 넷플릭스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잘 키운 콘텐츠 하나 채널 부럽다’

예상치 못한 ‘우영우 돌풍’은 ‘잘 키운 콘텐츠 하나 열 채널 안 부럽다’는 말을 상기시킬 만큼 의외의 결과였다.

‘우영우’를 방송중인 ENA는 KT그룹에서 리브랜딩한 신생채널이다. KT는 지난 4월말 스카이TV가 보유한 7개 채널, 미디어지니가 보유한 5개 채널을 합쳐 ENA 채널로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했다.

제작은 KT의 미디어콘텐츠 계열사인 KT스튜디오지니가 드라마 제작사인 에이스토리와 공동제작했다. ENA는 개국 이후 두 번째로 제작한 ‘우영우’로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이 ENA를 ‘찾아보게 만드는’ 채널로 탈바꿈시켰다. 콘텐츠 산업 특성상 킬러 콘텐츠 한 편이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만큼 ‘우영우’가 대박을 터뜨리자 채널 인지도도 급상승했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머리를 가졌지만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 에 입사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공해 힐링 드라마’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이 작품은 현실감 있는 법조 에피소드와 캐릭터들의 매력이 잘 어우러졌다. 여기에 장애를 대하는 사회적 시선을 돌아보게 만드는 메시지를 잘 배치하면서 첫회부터 인기를 얻었다.

‘대박’의 비결에는 잘 짜여진 극본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력, 자연스러운 연기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데서 기인한다.

부장판사 출신인 문유석 작가가 대본을 맡았고 SBS ‘자이언트’, ‘낭만닥터 김사부’ 등을 연출한 유인식PD와 주인공 박은빈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지면서 잭팟이 터진 것이다. ‘뜻밖의 행운’이 아닌 우수한 기획력과 연출, 열연 등이 어우러져 콘텐츠를 제대로 살린 필연적인 결과다.

덕분에 드라마 제작사 에이스토리와 KT도 날개를 달았다. 에이스토리의 주가는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시가총액도 무려 13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방송 첫날인 6월 29일 종가(1만7200원) 기준 에이스토리의 시총은 1639억원에 그쳤지만, 지난 21일 기준 시총은 2907억원이다. KT의 주가 상승세도 괄목할 만하다. 올 들어 코스피는 22.3%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KT는 무려 20% 이상 올랐다.

KT는 ‘우영우’의 성공에 힘입어 하반기에만 5편의 드라마를 선보이는 등 콘텐츠 사업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KT는 지난해 3월 종합콘텐츠 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고 올레tv, 스카이라이프tv, 지니뮤직, HCN, 시즌(Seezn), 스토리위즈, 밀리의서재 등을 하나의 미디어밸류체인으로 묶었다. 이를 기점으로 KT는 제작과 유통을 모두 그룹 내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스튜디오지니는 2024년까지의 오리지널 드라마 라인업 24편을 발표했다. 정일우·권유리 주연의 재벌 탐정과 초시력 능력자의 공조 수사극 ‘굿 잡’, 최시원·이다희 주연의 로맨스 ‘얼어죽을 연애 따위’ 등이 연내 공개된다.

네이버웹툰의 히트작인 오피스 코미디 ‘가우스전자’와 취업준비생의 진실 추적 스릴러 ‘사장님을 잠금해제’, 힐링 드라마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아’와 서스펜스 스릴러 ‘종이달’, 호러 코미디 ‘딜리버리맨’도 올해 안으로 방영된다.

하반기 작품들도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대작 제작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KT는 2025년까지 미디어·콘텐츠 매출 5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제작 역량을 더욱 늘려갈 예정이다.

‘우영우’ 대박 계기로 자신감 얻고

티빙과 시즌 합병… 넷플릭스와 경쟁

 여기에 CJ ENM과 KT가 각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과 시즌을 통합한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티빙과 KT스튜디오지니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티빙이 시즌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이며 합병 비율은 티빙 대 시즌이 1대 1.5737519다. 합병 기일은 오는 12월1일로 예정됐다. 새 합병법인의 1대 주주는 CJ ENM, 2대 주주는 스튜디오룰루랄라(옛 JTBC스튜디오), 공동 3대 주주는 KT스튜디오지니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JC파트너스의 투자목적회사인 ‘미디어그로쓰캐피탈 제1호’다. 4대 주주는 네이버다.

티빙은 CJ ENM이 지분 약 57%를 보유하고 있다. 시즌은 작년 3월 KT가 미디어콘텐츠 사업 본격화를 위해 출범시킨 KT스튜디오지니가 지분 100%를 보유 중으로 합병법인의 지분을 취득해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예정이다.

양사는 콘텐츠 제작·유통, 시청 품질 서비스 고도화 등을 함께 할 계획이다. 양사 합병시 월 이용자(MAU)가 560만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OTT 서비스가 탄생한다. 1000만명이 넘는 넷플릭스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국내 OTT 중에서는 SK텔레콤의 웨이브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다.

시장조사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티빙과 시즌의 MAU는 각각 402만명과 157만명이었다. 넷플릭스가 1118만명으로 압도적 1위를 지켰다. 국내 OTT 1위는 웨이브(424만명), 3위는 쿠팡플레이(373만명)였다.

KT와 CJ ENM은 “시즌과 티빙이 동반성장을 토대로 한 국내 OTT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같이 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 3월 콘텐츠 사업 전방위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 7월 ‘KT 5G 초이스’에 ‘티빙/지니’ 혜택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 합병을 계기로 세 번째 협력을 단행하게 됐다.

KT는 “CJ ENM과 함께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내 OTT 경쟁력 강화와 K-콘텐츠 성장 가속화를 위해 양사 통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KT와 CJ ENM은 다방면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협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윤경림 사장은 “글로벌 OTT의 각축장이자 핵심 콘텐츠 공급원이 된 국내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보다 신속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번 통합을 결정하게 됐다”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최근 선보인 오리지널 콘텐츠가 성공 가도를 달리며 자신감을 얻은 만큼 앞으로 KT그룹은 미디어 밸류체인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CJ ENM과 협업해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영우’의 성공과 티빙과의 합병으로 KT는 콘텐츠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통신 기업이 미디어콘텐츠 기업으로 변신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NH투자증권 안재민 애널리스트는 “스튜디오지니는 올해 10여종 이상 라인업, 내년부터 연평균 20종의 라인업 제작할 예정”이라며 “첫 작품인 ‘구필수는 없다’에 이어 ‘우영우’도 좋은 반응을 얻어 2022년 이후 제작이 늘어나면서 큰 폭의 매출 성장이 기대되며,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