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에 사내혁신까지 바쁘게 달려...1분기 실적 ‘급감’ 탈출구 없어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사진=삼성생명 제공)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사진=삼성생명 제공)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임기 8개월을 남기고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전 사장은 삼성생명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그의 화려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최근 실적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 사장은 1964년생으로 원주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그는 2009년 투자사업부장과 PF운용팀장을 맡았고, 2012년 전무로 승진했다. 이후 2015년 삼성증권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에 올랐고, 2018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거쳐 2020년 3월 삼성생명 사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삼성생명 당기순이익은 1조4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 증가했다. 삼성생명의 순이익 증가는 삼성전자 특별배당 6000억원이 이끌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이차익으로 1조1420억원을 거둬 전년 3220억원 대비 8200억원이나 증가했다. 불어난 이차익의 상당부분은 배당이익다.

실제 배당이익이 사라진 올해 1분기 삼성생명의 순이익은 크게 떨어졌다. 올해 1분기 삼성생명 순이익은 26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나 감소했다. 일회성 수익이 사라진 기저효과인데, 특별배당을 제외한 삼성생명의 순이익은 39% 정도가 감소했다. 이는 증시 부진으로 변액보증준비금 손실이 확대된 영향이다.

본업인 보험영업은 오히려 악화됐다. 지난해 보험이익은 1조2390억원으로 전년 1조6000억원 대비 22.6% 감소했다. 보험이익은 사차익과 비차익으로 구성되는데, 손해율이 전년 대비 상승하면서 사차익이 8520억원에서 6300억원으로 감소했다.

또 비차익도 전년 대비 줄었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비차익은 60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0억원 정도 감소했다. 지난해 신계약초과상각비와 신인 전속설계사 수수료 지급 등 투자성 비용이 전년 대비 800억원 가량 증가한 영향이다.

여기에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지난해 2분기 충당금으로 2780억원을 적립했다. 향후 패소가 확정될 경우 가입자에게 배상할 금액을 확보하기 위해서인데 결과에 따라 약 1500억원을 추가 적립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삼성생명의 아쉬운 최근 실적에도 불과하고 임기를 8개월 정도를 남긴 전 사장의 최근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화려하다. 특히, 전 사장은 삼성생명의 디지털 전환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삼성금융네트웍스의 금융 통합앱인 ‘모니모(monimo)’를 선보였다. 삼성금융계열사 통합플랫폼인 모니모 론칭과 함께 삼성생명은 전용 상품인 ‘삼성 혈액형별 보장보험(무배당) 특정질병추천플랜’과 ‘삼성 1년 모아봄 저축보험(무배당, 확정금리형)’ 판매에 나섰다.

같은 달 삼성생명은 맞춤형 헬스케어앱 ‘더 헬스(THE Health)’도 론칭했다. ‘더 헬스’는 국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건강자산 Up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상 속 건강관리 지원을 통해 바른 습관 형성 및 튼튼한 신체를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더 헬스’는 운동과 식이, 마음건강과 관련된 서비스를 앱 하나로 제공한다. AI를 기반으로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 손안의 AI 건강관리 비서’인 셈이다.

또 고객 최적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삼성생명은 SK플래닛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플래닛과 협약은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금융,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보다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됐다.

이를 위해 SK플래닛이 보유한 고객 데이터 분석 역량을 업계 최고의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갖춘 삼성생명의 판매채널과 접목시켜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과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플랫폼 활용을 통한 판매채널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플래닛의 모바일 마케팅 플랫폼 ‘시럽(Syrup)’ 에서 삼성생명 다이렉트 채널의 상품 정보 제공, 보험 가입내역 조회, 보험금 청구 등 고객 편의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할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계약 전 알릴 의무 자동화 시스템’이 업계 최초로 특허청에서 기술특허를 획득했다. 이 시스템은 전 사장이 취임한 지난 2020년 삼성생명이 추진했던 디지털 청약 프로세스 구축의 일환으로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고 컨설턴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보험 계약 전에 고객이 고지해야하는 항목들이 있는데, 과거에는 고객의 기억에 의존해 진료 이력 등을 입력해왔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고객이 동의하면 보험금 지급 이력을 자동으로 불러올 수 있도록 개발해 빠르고 간편하게 보험계약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특히, 3개월 내 삼성생명 보험 가입 이력이 있으면 기존의 고지이력을 간편하게 불러올 수 있으며, 질병 이름에 유사검색어 기능을 추가하여 정확한 고지가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고객의 고지의무 위반 가능성이 줄어들게 되고 보험 가입 심사기간도 단축되어 보험 가입이 한층 간편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전 사장은 사내혁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경영환경이 바뀌면 성공 방정식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며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그의 이러한 의지는 사내 다양한 혁신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삼성생명은 지난해부터 ‘삼성생명 사내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사내 스타트업은 임직원들이 직접 주도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의 혁신 문화를 확산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빠르게 실행될 수 있도록 도입된 혁신 조직이다. 반기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해 심사를 통해 2~3개팀을 선발한다. 선발된 팀은 3개월간 별도의 업무공간인 아이랩(I-Lab)에서 근무하며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게 된다.

이 외 메타버스 지점 구축, 영양제 추천 플랫폼 ‘필라멘토’, 멘탈케어 플랫폼 등이 사업화 추진 중에 있다. 올 하반기 진행 예정인 4기는 모든 임직원이 참여하는 개방형 심사를 통해 아이디어를 선발할 예정이다.

여기에 보다 자유롭게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상시 아이디어 제안 채널 ‘삼성생명 아이디어숲’도 지난해 11월 오픈해 운영 중이다. 지난 6개월간 600여명의 임직원이 참여해 500여건의 아이디어가 제안됐다.보험업계 관계자는 “임기를 8개월 가량 남기고 있는 삼성생명 전 사장의 최근 행보가 화려하다”면서 “삼성생명의 실적이 다소 아쉽지만, 디지털 전환 및 사내혁신 등 당면한 과제들을 빠르게 해결해나가고 있는 만큼 내년 연임 가능성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박재찬 데일리한국 기자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