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송에서 제가 내장비만을 없애려면 쌀을 바꿔야 한다고 했더니 의외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무조건 굶어야 살 뺄 수 있다고 한다면 밥을 먹는 순간 도로아미타불이 되겠지요? 무조건 운동으로 살 뺄 수 있다고 한다면 운동을 그만두는 순간 다시 살 찌지 않을까요? 우리가 매일 먹는 밥, 그 밥을 제대로 먹는다면 살을 뺄 수 있을 뿐 아니라 뺀 살을 잘 유지할 수도 있다는 내용을 이야기했던 것인데,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하려고 합니다.  

탄수화물이 내장비만을 만든다 

과식하는 습관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과식하면 내장 안쪽에 지방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내장 지방은 특히 뱃살이라고 부르는 복부에 집중됩니다. 흔히들 뚱뚱한 사람이 내장 지방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날씬한 내장비만 환자들이 많습니다. 심지어는 날씬해 보이기까지 하는 젊은 여성도 내장비만이 상당하다는 것을 진료실에서 늘 봅니다. 내장비만은 결국 식습관의 문제이고, 탄수화물로 식단을 얼마나 채우고 있는가의 문제라고 봐도 되겠지요. 

내장비만 삼총사  

내장비만이 있는 사람은 살만 찌는 것이 아니라, 혈압, 고지혈증 그리고 당뇨가 함께 찾아옵니다. 그 이유는 지방이 내장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혈관 내벽에도 쌓이기 떄문에 신체 기혈 순환이 막힙니다. 그래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환자에게 공통적으로 주의시키는 식사법은 밥을 건강한 쌀로 바꾸라는 것인데요. 이것 역시 우리 민족은 결국 밥을 안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에 매일 먹는 밥을 바꾸는 것이 전제되어야 치료에 도움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장 비만과 함께 찾아오는 삼총사, 혈압, 고지혈증, 당뇨는 비만보다 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입니다.   

여성이 위험한 이유 

똑같은 내장 비만 조건이어도 실제로는 여성이 더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사실은 알고 계실까요? 내장 지방이 1Kg 늘어날 때 남성보다 여성의 당뇨병 발생 위험은 7배 많아집니다. 특히 여성은 갱년기가 지나면서 호르몬 공급이 끊어지면 지방 대사에 문제가 생기고 뱃살이 심하게 늘어나게 되는데요, 중년 여성의 뱃살은 미적인 관점을 넘어서 건강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당뇨 발생 위험이 7배나 높다는 이야기는 바로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니까요. 

밥을 제대로 먹어야 살 빠진다

그렇다면 밥은 비만한 사람이 철저히 배제해야 하는 음식일까요? 죽을 때까지 밥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요? 우리는 약 5000년 전부터 쌀밥을 주식으로 먹어온 민족이고,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사람도 평생 동안 밥을 안 먹을 수는 없습니다. 밥 한번, 반찬 한번 먹는다고 한다면 밥을 제대로 바꿀 경우 우리가 먹는 음식의 50%는 바꾼 셈이 됩니다. 결국 탄수화물을 안 먹기 위해서라면서 밥을 무조건 안 먹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먹긴 먹되, 제대로 된 밥을 먹는다면 살도 빠지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흰쌀, 빵, 국수, 떡은 이제 그만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 탄수화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쌀입니다. 그 중에서도 흰쌀이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밥 말고도 탄수화물 음식은 우리 주위에 너무나 많습니다. 쌀로 만든 떡이나 빵과 국수는 어떤가요? 살이 찔 것을 우려해 밥을 안 먹는다면서 빵과 국수는 입에 달고 사는 분들 주위에 많으시지요? 밥만 안 먹는다고 탄수화물을 끊었다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 탄수화물을 피하려면, 흰쌀 외에도 빵, 국수, 그리고 떡을 먹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살 빼는 쌀은 이것

살 찌는 쌀은 흰쌀이라는 것은 모두 동의하실 듯합니다. 그러니 매일 먹는 밥, 살 빼는 밥으로 바꿀 수 있다면 건강도 체중도 모두 청신호겠지요. 살 빼는 쌀은 사실 다양한데요, 현미는 포만감이 크고 식이섬유가 풍부할 뿐 아니라, 피로 회복, 혈관질환 개선, 변비 개선, 다이어트, 탈모 예방 등의 다양한 효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귀리는 고단백 성분과 현미보다 3배 더 많은 식이섬유가 포함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치매 예방에도 좋습니다. 이외에도 붉은 수수는 노폐물을 제거하고 피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으니 잡곡밥 지으실 때 꼭 붉은 수수도 넣어주세요. 

살 빼고 싶으세요? 쌀을 바꾸세요.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살 빼고 싶으신가요? 내장 비만을 치료하고 싶으신 거죠? 그렇다면 매일 먹고 있는 밥, 그 밥을 제대로 된 쌀로 바꾸셔야 합니다. 매일 먹기 때문에 더욱더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한 쌀로 말이지요. 아무쪼록 매일 먹는 밥 바꾸시고 건강과 다이어트 모두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정이안 한의학 박사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