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메모리 반도체·TV 시장 작년보다 ‘먹구름’ 전망 일색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 사옥 내 매장인 딜라이트에 전시된 삼성의 네오 QLED 시리즈 TV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 사옥 내 매장인 딜라이트에 전시된 삼성의 네오 QLED 시리즈 TV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전자업계의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전 세계적으로 보복소비(펜트업)가 끝나고 불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관련 기업도 작년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속화된 인플레이션과 0%대 경제 성장률로 주저앉은 중국의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요가 위축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올초부터 부진에 빠진 스마트폰
삼성전자, 폴더블폰으로 승부수

스마트폰 시장은 올 초부터 전 세계적인 정체 상태에 접어들었다. 지난 17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3억 2640만대였다. 지난해 4분기(3억 7140만대)에 비해 4500만대(12.1%) 감소한 수치다. 전년 동기(3억 5490만대)와 비교해도 2850만대(8.0%) 줄었다. 

2분기에도 이런 경향은 지속됐다. 싱가포르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보다 9% 감소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반이 위축되자 삼성전자 역시 실적이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6100만대로 1분기(7300만대)보다 1200만대 가량 줄어들었다. MX(모바일 경험) 부문의 영업이익 역시 1분기 3조 8200억원보다 30%가량 줄어든 2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 기간 시장점유율이 개선된 부분은 고무적이다. 카날리스 집계에서 삼성전자는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이 전년 동기보다 3%포인트 오른 21%로 1위를 기록했다. 중저가형 모델인 A시리즈의 호조가 이런 성과를 견인했었다. 2위는 애플(17%)이었고 샤오미(14%), 오포(10%), 비보(9%) 등 중국 기업들이 뒤를 이었다. 

3~4분기 역시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작년보다 업황이 특별히 나아지길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차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와 4분기에 스마트폰을 각각 6300만대, 6800만대 출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9.4%, 0.8%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는 폴더블폰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폴더블폰의 브랜드인 ‘Z시리즈’를 기존의 바형 플래그십인 ‘S시리즈’에 버금가는 스테디셀러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하반기 플래그십 제품으로 폴더블폰인 ‘갤럭시 Z 폴드4’와 ‘갤럭시 Z 플립4’를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공개될 신작 폴더블폰의 출하 목표를 1500만대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출시된 삼성전자 폴더블폰(Z3 시리즈)의 출하량인 710만대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마이크론·SK 등 증설계획 보류

한국이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 역시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전망이 밝지 않다. 3분기 들어서 D램과 낸드 플래시의 시세가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20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보고서에서 수급 균형의 급격한 악화로 인해 낸드 플래시의 가격 하락폭이 3분기에 8∼13%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하락세는 4분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내장형멀티미디어카드(eMMC)와 범용플래시저장장치(UFS)의 가격이 8~13% 하락하고 기업용,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도 각각 5~10%, 8~13%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3차원(3D) 낸드플래시 웨이퍼(반도체 기판) 가격 하락폭도 15~20%로 점쳐졌다. 트렌드포스는 지난 5월 이들 품목의 가격이 3~1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2달 만에 하락폭을 2배 더 넓힌 것이다.

또한 트렌드포스는 이달 초 발표한 D램 가격 전망 보고서에서 “D램 공급업체들이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인하 의사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D램 가격 역시 올해 3분기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잇달아 메모리반도체 관련 투자를 보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향후 수 분기에 걸쳐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생산량을 조절 중이고 설비 투자도 미루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일단 연기했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의 43만 3000여㎡ 부지에 약 4조 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하기로 하고 내년 초 착공하려 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결국 보류했다. 세계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반도체 업황 전망이 불투명해진 시점에 공장 증설이 필요한지 좀 더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사회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TV 출하량 12년 만에 최저치 전망

TV 시장도 물가 상승과 고금리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면서 실적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 세계 TV 출하량이 최근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6월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TV 출하량을 2억 879만 4000대로 전망했다. 12년 전인 2010년의 전 세계 출하량(2억 1000만대) 보다 낮다. 옴디아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올해 출하량을 2억 1163만대로 예상했는데 여기서 284만대 줄여서 수정 발표한 것이다. 지난해 출하량(2억 1353만 7000대)와 비교해도 474만대 감소한 수치다. 

TV 시장의 부진은 삼성전자·LG전자의 2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 부문 TV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15%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전자도 TV사업 담당인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가 2분기 영업이익이 300억원대 초반에 그쳤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1분기 영업익(1880억원)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