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권성동 힘 실어주기...金, 특단 대책 촉구...이준석은 유랑 세몰이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 24 새로운 미래 두 번째 모임인 '경제위기 인본 혁신생태계로 극복하자!'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 24 새로운 미래 두 번째 모임인 '경제위기 인본 혁신생태계로 극복하자!'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청와대 사적 채용 관련 실언으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가운데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안철수·김기현 의원의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안 의원은 당내 상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직전 원내대표를 지낸 김 의원은 직대 체재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권성동 흔들기에 나섰다. 당내 기반을 다지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한 안 의원이 권 대행 체제에 손을 들어준 반면 조기에 당 대표 선거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김 의원이 제동을 건 모양새가 연출됐다. 한편 전국을 잠행 순회하면서 지지자들을 비공개로 접촉해 세력 결집에 나선 이준석 대표는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하면서 ‘절치부심’ 반전을 노리고 있다.

모처럼 몸풀기 나선 안철수
권성동·장제원과 주파수 맞추기

안철수 의원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현 당 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흔들림 없이 나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당내 현안에 대해 거리를 두고 말을 아껴온 입장에서 선회해 현재 ‘권성동 체제’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는 당내 기반이 약한 안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일정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따라서 일단 시간을 벌기 위해 권 대행 체제를 지지하면서 당내 접촉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안 의원은 자신이 추천한 국민의당 몫의 최고위원 2명을 임명시키기 위해서라도 권 대행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안 의원과 권 대행이 연합하는 ‘철권(안철수·권성동) 연대’가 거론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안 의원은 권 대행의 손을 완전히 들어주지는 않고 여지를 남겼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권 대행 체제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현 당 대표의 거취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는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권 대행과 입장을 달리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오랜만에 당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안 의원은 당내 의원들의 접촉면을 넓히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본회의를 마치자 서울시의회로 달려가 특별강연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앙숙’ 관계가 된 이 대표를 겨냥해 ‘자숙’을 촉구하는 견제구도 날렸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징계를 받고 전국을 유랑 중인 이 대표를 지목해 “(활동을) 널리 알리고 그런 것보다는 자숙하는 형태가 아마도 이 대표와 당에 도움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김기현, 지지율 하락 경고
잇따라 권성동 흔들기 공세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연일 ‘권성동 때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권 대행의 ‘설화’ 파문으로 흔들리는 틈을 타 공세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시사하는 태도를 내비쳤다. 그는 “이렇게 비정상적인 임시 시스템으로는 역부족 아니냐”며 "정치인이 당헌·당규만 갖고 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우리당이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뭐든 하고 몸부림쳐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당헌 당규를 앞세워 원내대표인 권 대행이 당권을 이어받은 것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그는 이에 앞서 지난 19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이기 때문에 무난하게 임시체제로 가는 것이 과연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는 데 바람직한 것이냐 하는 위기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지난 20일 공부모임 ‘혁신24 새로운 미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국정동력도 점점 약해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일 권성동 원톱 체제를 해체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는 공세를 펼치는 모습이다. 김 의원의 연이은 발언은 나름 원내 기반이 탄탄한 김 의원이 자신의 장점을 앞세워 리더십에 상처를 받은 권 대행과 당내 기반이 약한 안 의원을 제치고 당권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지역구 울산에서 4선에 성공했고 원내대표로서 대선 승리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김 의원도 안 의원처럼 이 대표를 향해서는 날을 세우고 있다. 그는 CBS 라디오에서 “지금 직무대행 체제가 최장 6개월 간다면, 12월 무렵 이 대표가 다시 당 대표로 복귀한다면 결과적으로 여당의 내홍은 더 격화할 수밖에 없다는 고민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6개월 동안 당원권이 정지됐다가 다시 복귀했다, 그런데 별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무리한 얘기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조기 사퇴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묻자 "그렇게 말씀드리지는 않는다. 책임 있는 분들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지만 사실상 전체 발언의 취지는 이 대표의 복귀를 반대한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잠행 이준석, 당 대표 여론조사 1위 올라

이준석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뒤 2주 가까이 전국을 순회하며 당원과 지지자들을 만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징계 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 등 직접적인 반발 행보를 자제하면서 세 결집을 통해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징계를 받고 전국 유랑에 나선 이 대표는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됐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 뉴스 의뢰로 지난 16~18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20일 발표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는 25.2%의 지지를 받아 1위에 올랐다. 2위 안 의원은 18.3%로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다. 이어 나경원 전 의원(9.2%), 김기현(4.9%)·장제원(4.4%)·권성동(3.1%) 의원, 권영세(2.4%) 통일부 장관 순으로 조사됐다. 

여당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이 대표는 29.1%로 1위를 기록했고 서울, 경기·인천, 충청, 부산·울산·경남, 강원·제주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우세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