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벌써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는 대통령?!

“지지율 수치에 연연해하지 않으며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지지율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때그때 울거나 웃거나 하지 않는다.” 

떨어지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 대한 역대 대통령들의 반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얼마 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는다”고 했다. 

다른 게 있다면 언급의 시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3년차,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4년차 그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임기 2년차였다. 임기 시작 두 달 만에 비슷한 표현을 한 경우는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서 하는 일,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국민들의 평균적인 생각과 마음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을 위해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대통령’이 국민들의 생각과 평가에 유념치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987년 민주화 이후 5년 단임의 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 임기 3년차 즈음부터 ‘역사와의 대화’를 시작한다. 지지율이 아니라 역사가 자신을 평가할 것이라고 스스로 만드는 믿음이다. 이 때부터 대통령과 권력은 우리와 점점 멀어져 가고 결국 딴 나라에 사는 사람처럼 되어 버린다. 

‘한겨레21’에 따르면 5월10일부터 7월14일까지 공개된 대통령의 두 달간 공개 일정에서 이른바 ‘민생 현장’이라 할 만한 곳을 대통령이 찾은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민생과 경제관련 일정으로 볼 만한 것은 5월13일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 6월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회의, 7월8일 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등이 전부였다. 

대기업 총수(6회)나 정치인(6회)과의 만남이 중소기업인 또는 소상공인과 만남(4회)보다 많았다고도 한다. 윤 대통령이 처음 민생현장을 방문한 것은 7월 14일로 대통령은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고금리 대출 등의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만났다.  

6%를 넘어 7% 이상까지 예상되는 물가상승률은 24년 만에 닥치는 최악의 경제위기를 걱정하게 만든다. 국민은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의 ‘3고’ 속에 당장 죽네 사네 하는데 여당은 권력다툼이나 하고 대통령실은 그들만의 리그처럼 끼리끼리 하는 모습이라면 공감하고 함께하는 리더의 권력은 아니다. 

대다수 국민의 삶과 함께 하는 권력이자 긍정의 리더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여든, 야든,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권력이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게 정의고 공정이고 상식이다.

‘총체적 난국’의 여론흐름과 ‘헤어질 결심?’

최근 여론동향을 보면 ‘데드크로스’를 넘어 ‘출범 한 달 20일 정도에 이런 사태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만한 총체적 난국이다. 이제 두 달 지났는데, 벌써 두 달 남은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임기 100일도 전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조정 없는 하락세로 저점을 계속 경신할 가능성까지 우려된다.

5월 10일 대통령 취임 다음날부터 최근(7월 16일)까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면접과 ARS조사를 합쳐 모두 60개에 달하는데 이를 참고해 여론흐름을 보자. 60개 조사는 ARS 조사가 44개, 면접조사가 16개였다.  

 60개 조사의 대통령 긍정평가는 ‘최고 56.3%, 최저 32%’를 기록했다. 최고는 5월 27일~28일 조사로 취임 보름 정도 후였고, 최저는 7월 15일~16일 조사였다. 대통령 부정평가는 ‘최저 27%, 최고 64.7%’로 나타났다. 최저는 5월 30일~6월1일 조사였고, 최고는 7월 12일~13일 조사였다.     

60개 조사의 평균을 보면 대통령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각각 45.9%, 46.3%’로 엇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 긍정평가는 줄고 부정평가는 늘어났다. 여론동향을 주별로 나눠보면 이런 흐름은 더 분명해진다. 

대통령 긍정평가는 취임 후 3주차까지 50.8%에서 51.8%, 54.7%’로 상승하다가 그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마지막에는 평균 32.5%에 이른다. 이 때 대통령 부정평가는 평균 61.2%를 기록한다.   

시점을 좁혀 지금부터 뒤로 한 달 내외인 6월 중순부터 최근까지를 보면 ARS방식에서는 부정평가가 절반을 넘었고, 뒤이어 면접방식에서도 긍정평가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결국 부정평가가 60%를 넘는 조사까지 나오며 정부출범 후 가장 큰 ‘긍정-부정’의 격차를 보인다. 

대통령 국정수행의 긍정-부정평가가 거의 두 배 차이가 나자 다시 대선일로 돌아간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50.3%,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35.3%”라는 조사결과까지 등장한다. 

최근 나타난 30% 초반대의 대통령 긍정평가는 윤 대통령 지지가 최소한의 핵심 지지층으로 좁혀져 왔다는 것을 말한다. 30% 초반의 긍정평가는 최근 이념성향 조사에서 확인된 보수층의 비중과 유사하다. 올해 실시된 이념성향 조사들을 보면 대체로 보수 30% 초반, 중도 30% 초반 그리고 진보 20% 중후반의 형세다. 

대통령 지지율의 마지노선은 24%,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 득표율 이다. 여기까지 간다면 마지막 지지층이다. 가장 최근 조사에서는 하락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대통령 긍정평가는 당분간 약보합세의 횡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권력이 하고 싶은 말과 행동만 하지 않아도 대통령 지지율은 더 이상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직 ‘기회의 시간’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한다.

중도층이 결정한다!

문제는 중도층 이탈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서라도 버티는 것도 그렇고 향후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중도층 향배가 중요하다. 최소 24%에서 최대 30% 초반의 보수층만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선거 승리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부 조사에서 보듯 대통령 긍정평가가 여당 지지율 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반복되거나 더 벌어진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핵심 지지층의 동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2030과 50대 그리고 중도층이 먼저 떠났고 영남과 60대 이상 그리고 보수층의 이탈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면접조사 방식인 대통령 취임 이후의 한국갤럽(9개)과 NBS 조사(5개)를 시계열로 묶어 보면 이념적 중도층의 흐름은 뚜렷하다. 그들은 대통령 긍정평가를 줄이고 부정평가를 늘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다. 흔히 ‘부동층’ 또는 ‘무당파’라고도 불리는 이념적 중도층은 수도권 지역의 여론향배와도 일맥상통한다.     

윤석열 지지의 구조적 취약성이 문제다!

대통령 후보로서도, 대통령으로서도 ‘윤석열 지지’는 취약하다. ‘윤석열 콘크리트 지지층’은 없다. 흔히 얘기하는 윤석열 정치의 태생적인 ‘반사체적 성격’ 때문이다. 반사체적 태생 성격인 윤석열 지지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윤석열 권력과 정치’의 반전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2021년 12월 31일부터 대선 때 여론조사 공표 금지기간이 시작되기 직전인 올 3월 2일까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된 여론조사는 모두 260개였다. 260개 여론조사에 대부분 포함되었던 정권교체 지지여론은 평균 51.6%였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반(反)문재인+비(非)이재명 결집’으로 48.6% 대 47.8%, 0.73% 포인트 격차에 불과한 24만여표 차이로 신승을 거둔다. 

윤석열 지지자 10명 중 7명 이상은 ‘정권교체를 위해 그를 선택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흐름의 정치적 어젠다에 올라탔고, 결국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람들의 필요와 지지로 간신히 승리했다. 

윤석열은 ‘정권교체의 도구’였다는 인식과 이해가 ‘윤석열 정치와 권력’의 출발점이라는 말이다. 윤석열 권력과 정치의 성공이 윤석열의 ‘긴장과 겸손’을 전제로 하는 이유다. 정권교체와 대통령 당선은 국민행복과 국가번영을 위한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부분은 수도권과 중도층의 선택과 판단에 중요하다.  

최근 움직임을 보면 역대 정권 중 가장 취약한 지지기반을 갖고 출범한 권력임을 모르는 모습이다. 대선승리의 지지연합을 유지하며 확대하려는 노력을 포기한 것 같다. 전국단위 선거가 멀리 있긴 하지만(2024년 총선) 중도층은 물론 (중도개혁 성향) 보수 지지층까지 스스로 내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의 인식과 태도변화가 출발점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하려다가 잘못하거나, 다른 것을 시도하다가 실수해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그렇다면 사람들이 동의하든, 안 하든 설명이 되고 무엇인가를 하려고 한다는 인상이라도 준다. 안 해도 될 일을 하면서, 하지 않았어도 될 일을 하면서 스스로 지지율 하락을 초래한 ‘자책성 실점’이다. 

그래서 지금 윤 대통령은 마치 모든 인생의 목표를 다 이룬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스스로의 힘으로 대선에서 이겼고 어려운 검찰총장도 했는데, 국가 운영쯤 못하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 진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지난 두 달은 조직과 시스템이 아니라 본인의 감으로 밀고 나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자만심과 착각 그리고 오만의 ‘골목대장’ 리더십이다. 

대통령은 ‘어떤 일을 할 때 아마추어는 자기만 즐거우면 된다. 프로는 자기를 믿고 선택해준 사람을 위해 직업생명을 건다. 윤 대통령은 어느 쪽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해야 한다. 인식과 태도의 변화, 근본적인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국기문란과 국가범죄’

지난 18일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진정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8일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진정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권력의 결심은 확고해 보인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감당할만하고 감수할 수 있으며 새로운 권력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의 결과다. 단기적이지만 지지층 중심의 진영접근이자 강경 보수적 요구의 부응이다. 대통령의 “국기문란”과 “국가범죄” 언급을 두고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권 털기의 사정정국 강경 드라이브 임박’으로 해석한다.  

 과연 효과적일까? 자충수는 아닐까? 오히려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를 헷갈리게 하는 의도하지 않은 역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최근 조사들을 보면 아쉽게도 권력의 정치적 판단과 재단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 

 예를 들면 ‘이준석 징계’에 대해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결과’라는 의견이 54%, ‘정당한 과정을 거친 결과’라는 응답이 31%였다. 이념 성향별로 보면 진보(64%)-중도(57%)-보수(52%)의 순으로 ‘정치적 판단’이라는 의견이 높았다. 보수층에서도 높지만 중도층이 더 높다. 국민의힘 지지자 중에서도 48% 대 39%로 정치적 판단 의견이 높다.

 문재인 정권을 향한 수사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권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의견이 47.9%, ‘정당한 수사’라는 의견이 44.8%로 전체적으로는 팽팽하다. 주목되는 것은 이념성향에 따른 의견차이다. 이념적 양극화가 지배적이지만 중도층의 경우 51.3%가 ‘정치보복’, 44.9%가 ‘정당한 수사’로 본다. ‘강제북송’ 사건을 ‘안보문란’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중도층의 57%가 공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지금의 문제와 내일의 미래를 얘기하고 싶어 한다.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대한민국은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를 알고자 하는데 권력은 과거를 말하며 ‘미스 매치’하는 모양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라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정권교체 이후의 ‘윤석열 어젠다’를 요구하는 민심이다. 국민통합과 민생경제 그리고 ‘법치·정의·공정·상식’의 윤석열 어젠다 접근이다. ‘시대정신의 윤석열 어젠다’는 2030과 50대 그리고 중도층의 지지를 다시 견인할 수 있다. 영남과 60대 이상 그리고 보수층의 지지는 당연하다.  

첫째, 특별감찰관의 신속한 임명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주변관리의 엄정함을 상징한다. 스스로의 경계다(自警). 

그것이 법치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공사의 구분 실패와 박근혜 정권을 연상시키는 측근과 비선인사 논란 그리고 임기 초반 높은 부정평가 이유로 작용한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을 한 번에 불식시킬 수 있다. 

특별감찰관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임명되지 않았다. 일부는 지금 정권에서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한다. 윤석열 권력의 긴장과 겸손은 특별감찰관 임명에서부터 시작이다. 그 무엇보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둘째, 인사 시스템의 점검과 개선이다. 대통령은 법조인이 폭넓게 정관계에 진출하는 것이 법치국가라고 믿는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6명은 ‘검찰공화국’ 주장에 공감한다. 탕평인사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인사만이 측근과 지인의 인맥국정 논란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것이 공정이자 상식이다.

셋째, 총리와 내각에 자율과 책임을 통해 그들의 활동공간을 열어줘야 한다. 그래야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의 시도라도 할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공정이고 상식이다.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무총리는 책임총리와 경제위기 극복의 리더십은 물론 존재감을 찾기조차 어렵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국무조정실장과 비서실장 인선과정에서의 불협화음과 인선결과는 국무위원 제청권을 행사하는 책임총리가 맞는지 의심하게 한다. 언론은 총리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을 야권출신 기관장에 대한 사퇴압박 뿐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스타플레이어가 많이 나오는 조직이 성공하는 조직”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관의 발표를 대통령이 부정하는 상황에서 스타플레이어는 나타날 수 없다. 모두 대통령의 입과 손만 바라볼 뿐이다. 그들이 자신들의 일을 알아서 할 수 있고 앞장서서 욕먹으려 하도록 해야 스타플레이어가 나온다.          

참모 기능 상실한 비서실 개편 필요      

‘용궁’으로 비유되는 대통령실에 대해 메시지도 없으며 메시지 관리도 안 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메신저의 능력과 태도의 불안감이 높아지면 결국 신뢰마저 상실한다. 지금 그 입구에 다다랐다.  

권력의 컨트롤 타워가 없거나 있어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자책성 실점의 지지율 하락’은 다른 말로 하면 우선순위가 없다는 뜻이다. 권력이 어떤 방향으로 가려는 것인지 사람들은 모르겠다는 의미이다. 

권력의 컨트롤 타워는 두 가지 역할과 기능이 중요하다. 하나는 인사다. 권력은 인사고 인사는 메시지다. 대통령 부정평가가 늘어난 데는 인사논란이 결정적이다. 인사실패가 반복되면 결국 능력과 역량부족으로 인식된다. 

다른 하나는 타이밍과 흐름의 관리다. 시기를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을 세상에 드러낼 시기를 알지 못하면 사는 게 힘들어지는 것은 동물의 세계든, 식물의 세계든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계절의 봄은 물리적으로 오지만 ‘권력의 봄’은 그냥 오지 않는다. 만들어야 한다. 정무기능이다.

대통령은 정치를 모른다. 특수통 검찰 수사관 출신의 지방선거 후보는 “특수사건 수사경험을 통해 정치를 이해했다”고 한다. 지금은 경제정책 전문가형 비서실장이 필요한 타이밍이 아니다. 정치적 역량과 경험이 풍부한 정무형 비서실장과 대통령실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국흐름의 파악과 순발력의 대처능력은 비서실장과 대통령실의 기본이다.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대통령과 인간적으로 신뢰가 깊은 사람이어야 한다. 의외지만 대통령의 정치적 낯가림 때문이다. 공적 관계를 통해 사적 신뢰를 높이는 방식이 아니라 거꾸로 방식에 익숙한 모습이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대한민국 공동체와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우선하는 자세다. 개인적인 정치적 미래나 이해관계로부터 가능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적으로는 괴로운 일이지만 하려면 빨리 해야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집권당의 배반을 허(許)하라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2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2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작년 6월 29일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검찰총장을 물러난 것이 작년 3월 3일이다. 총장 퇴임 1년여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시대정신과 국정과제 그리고 정책적 수단 등에 대해 고민할 시간과 기회가 당연히 적었다.

 여당이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체제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당과 국회에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게 하는 여유와 겸손은 정치의 복원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체질적 충성여당’은 물론 ‘여의도 출장소’라는 오명을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역할이다. 그것이 공정이자 상식이고 법치다.

시대정신과 정책과제의 정치적 실현을 고민하는 곳이 정당이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국민통합과 민생경제의 어젠다 실현의 선봉장으로 민생현장과 권력의 연결고리다. 이를 위해 당은 정책조정능력의 강화는 물론 개혁입법과 정책입법 준비에 매진해야 한다.

정당의 실패는 정치의 실패이고, 집권당의 실패는 정권의 실패다. 대통령은 집권당이 권력의 긴장과 겸손을 선도하도록 해야 한다. 집권당 스스로의 노력과 각오도 중요하다. 맹목적 추종과 ‘결사옹위’의 여당이 아닌 건강한 여당역할 찾기가 필요하다. 대통령 사진 걸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권력의 성공이 중요하다. 

지난 6월 중순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은 세법개정, 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개편 그리고 부처 간 규제조정 등을 핵심정책으로 한다. 대부분 법률개정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협치의 자세와 고도의 정치력을 요구한다는 말이다. ‘경제는 정치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떤 정책이든 정무적 관리와 판단 그리고 선택이 정책성공의 전제조건이다. 더구나 거대야당이 ‘심리적 탄핵’까지 언급하는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이다. 이른바 시행령 정치를 통한 돌파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초점은 흐려지고 정쟁만 남을 수 있다. 대통령이 국회를 대하는 특별한 기조를 갖고 있는지도 분명치 않아 보인다. 역시 집권당의 몫이다.  

권력은 스스로 무너진다

2016 총선, 2017 대선, 2018 지방선거 그리고 2020년 총선까지 전국단위 4연승을 거두며 ‘20년 집권론’까지 거론하던 민주당 정권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선거로 확인된 권력붕괴의 시작은 2021년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였지만 2020년 총선 전후부터 권력실패의 씨앗은 잉태되고 있었다. 

‘윤미향 사태-양정숙(김홍걸) 파문-인천국제공항 사태-오거돈·박원순 성비위 사건-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노영민·김상조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의 악재 흐름이 이어졌다. ‘조국 사태’는 이미 총선 1년 여 전부터 권력 붕괴와 실패의 구조적 배경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인국공 사태’는 조국 사태와 함께 ‘법치·정의·공정·상식’의 윤석열 어젠다가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대통령실 인사를 둘러싼 공정시비가 주목되는 이유다. “공정을 되찾고 문재인 정권을 반면교사 삼아 잘 할 것 같았는데, 이게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이냐? 이러다 광화문에 사람들 모일까 두렵다”라고 2030세대는 절규한다.  

 문재인 정권의 붕괴와 실패의 원인을 보면 외부 요인은 없었다. 스스로 자초한 내부적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인사와 태도, 자세의 문제였다. 권력의 겸손과 긴장이 사라진 당연한 결과다. 

인국공 사태는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실행능력 부족의 결과다. 우연한 계기에 권력의 실력이 들통난 것이다. 스스로 무너지는 권력을 봤으면서도 같은 실패를 왜 스스로 반복하려는 것일까. 면밀한 분석과 심기일전 그리고 가치와 비전의 정리와 정책화가 필요한 이유다.    

국민의 권력심판 주기가 빨라졌다. 그 어떤 권력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민심은 우려에서 짜증으로 넘어가려 하는 중이다. 민심의 분노로 넘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 윤석열 어젠다는 위기극복의 시작이다. ‘Remind: 윤석열 어젠다!’

 

● 박명호 동국대 교수 / 정치학

현재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동국대 졸업 후 미국 미시건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취득했다. 선거 정당 의회의 정치과정을 전공으로 현재 안민정책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