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모뉴먼트 밸리. (사진=픽사베이 제공)
미국 서부 모뉴먼트 밸리. (사진=픽사베이 제공)

지금 모든 대륙이 전례 없는 수준의 가뭄에 처해 있다. 유엔(UN)의 기후 변화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일 년 중 심각한 물 부족을 겪고 있다. 올해 3월 15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도 전국의 51%가 가뭄 상태다. 특히 미국 서부의 지난 20년간 대 가뭄은 과거 1200년 동안 가장 건조한 기간이라고 한다. 글로벌 도시부동산 연구기관인 ULI가 최근에 발표한 가뭄 관련 자료를 정리해 보았다. 

기후 변화로 가뭄과 건조 현상이 악화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많은 지역에서 높은 온도와 건조 현상을 초래하여 가뭄의 빈도, 강도, 지속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서부의 장기 건조화 현상은 이미 고착화되고 있다. 가뭄은 일시적 현상이지만, 건조화(aridification)는 영구적인 현상이다. 

건조한 토양은 가뭄, 산불, 홍수, 침식 등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미국 서부는 건조화 현상으로 강수량 변화, 폭우 시 홍수와 지반 침식 등 물순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진흙탕 강물, 강기슭 서식지 손상, 여름철 하천 유량 감소로 물고기 폐사와 물 수질 악화, 물 사용자 간의 분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태평양 인근 숲 지대가 건조해져 나무가 죽고, 산불 발생이 심해지고 있다.

강한 산불과 가뭄 사이에는 순환적인 연관성이 있다. 수십 년에 걸친 가뭄으로 수분 함량이 줄면서 넓은 지역의 숲이 건조화돼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불이 난 숲은 토양이 타버리고 폭우 시 산사태, 침식, 홍수로 이어진다. 연소된 오염 물질이 그대로 하류로 흘러가 강바닥과 저수지 등에 잔해물로 퇴적된다. 결국 생태학과 건강 문제까지 연결된다. 

물 부족 지역의 인구 증가는 물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성장하는 10개 주 중 8개 주가 서부와 텍사스에 위치한다. 특히 도시 교외에서 인구 증가가 빠르다. 이곳에 새로운 대규모 조경은 많은 물이 필요해 기존의 수원지와 연결하거나 자체 수원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미국 서부의 수원지는 고갈돼 새롭게 사용할 물 자원이 거의 없다. 결국 물 부족은 기존과 신규 부동산 모두에 장벽이 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신규 부동산 개발 인허가에 인색해지고 있다. 

미국의 하수 인프라도 가뭄과 인구 증가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미 미국의 하수 시스템은 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가뭄 기간 중 하수 처리, 운영 및 유지 관리, 개선 등에는 비용이 더 증가한다. 

가뭄은 담수와 식량을 포함한 광범위한 생태계에 손상을 입힌다. 토양 비옥도와 영양 순환에 영향을 미치며 지역의 생명 유지 능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속적인 가뭄으로 상품 및 서비스를 약화할 수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해당 장소의 선호도가 줄어들 수 있다. 

가뭄은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준다. 1980~2005년 중 미국에서 발생한 11개의 가뭄 이벤트가 기상 재해 추정 손실액의 28.6%(1480억 달러)를 차지했다. 미국 수력 발전은 약 22%의 전력 생산을 제공한다. 

그러나 미국 서부는 저수지 수위가 내려가면서 수력 발전이 중단될 위험에 처해 있다. 미국 연방 매립국에 따르면 후버 댐의 수력 터빈도 얕은 물에서 작동하는 모델로 교체되었지만, 댐의 전기 출력은 4분의 1로 감소했다. 물은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등 발전소의 시스템 냉각을 위해 꼭 필요하다. 사용 가능한 물이 줄면 전력 생산도 줄어든다. 

미국 서부의 농토, 목장, 와이너리는 모두 물 부족 상태로 자속 가능에 위협받고 있다. 농부들은 관개용 물이 부족해지자 물 사용권을 임대 혹은 판매하면서 밭을 휴경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물 부족은 식량 부족, 기근, 실업, 빈곤, 인플레이션, 실향, 이주 등 연쇄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심각한 가뭄 상태는 식수의 양과 질 저하와 같은 공중 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외부 여가활동 감소, 에너지·대기질·위생 관련 생활 여건 위축, 실직과 관련된 정신 건강 영향, 저품질 음식과 영양 부족, 질병 증가 등으로 연결된다. 

보험회사는 가뭄 지역의 부동산 보험 가입을 꺼리고 있다. 2020년에만 미국 서부의 산불로 인명과 생계의 손실 외에 70억~130억달러의 피해가 났다. 부동산은 기존의 지역 상수도 연결을 통하거나 독립적으로 물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미국 서부에서는 해결이 어렵다. 캘리포니아주는 보험사가 꺼리는 지역에서 부동산 신규 개발을 제한하고 있다. 

물 사용이 제한되면서 저렴한 주택의 공급이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서부는 지역 상수도 시스템에 추가 연결이 필요한 신규 개발 중단, 부동산의 물 절약과 효율성 조치, 조경 제한 급수 등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 서부의 작은 마을들은 외부에서 트럭으로 물을 공급받는 상황이다.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 주택 가격이 상승하여 젊은 인재를 기반으로 한 지역 경제가 약해진다.

물 효율성과 보존에 대한 투자는 물 부족, 정책 변경, 물가 상승 등 부담을 완화해준다. 또한 물과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여 부동산에 장기적 가치를 제공한다. 물이 부족해지면 공급 제한과 물을 처리해 운송하는 비용이 증가한다. 물 가격 정책이 강화되면서 물 접근 비용이 증가한다. 

이러한 지자체는 토지 사용과 물 사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어 결국 부동산 개발 유형, 장소, 방법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이미 물 접근 권리를 사고 임대하는 시장이 생기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소비자의 87%는 물을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생각한다. 78%는 일상생활과 구매 습관이 물 환경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 70%는 친환경 제품을 찾고 있다. 

미국 그린빌딩협회(USGBC)에 따르면 물 효율성 등을 반영한 건물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도 늘고 있다. USGBC의 상업용 건물 인증(LEED)은 2003년 100건에서 작년 11만 건 이상으로 늘었다. 

그린 빌딩은 기존 건물보다 임대 수입이 최대 8%, 판매 프리미엄이 최대 31%에 달하며 입주율도 더 높다. 에너지와 물을 20~40%, 유틸리티 비용을 15~20% 절약도 한다. 물과 에너지 효율성에 선행 투자하면 자산 가치가 10% 이상 증가한다. 

그린 빌딩 및 건설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중 하나다. 우리나라도 여름 장마철을 빼고는 연중 가뭄 현상이 깊어지고, 건조화 현상으로 산불 발생이 많아지고 있다. 곳곳에 수자원을 개발하고 빗물을 가두어 사용하는 비율을 크게 늘려야 한다. 그러면서 친환경 도시부동산에 대한 실천도 확산할 필요가 있다.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프로필

▲한양대 도시대학원 겸임교수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ULI 코리아 명예회장 ▲한국도시부동산학회 부회장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