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파트너는 카드사 통합 ‘오픈페이’에서 발 뺐던 현대카드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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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올해 하반기 애플페이를 국내 출시한다는 루머가 스마트폰 시장과 카드 업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그동안 삼성 스마트폰의 압도적 국내 점유율을 바탕으로 독주해온 삼성페이 위주의 간편결제 시장 구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애플페이의 파트너는 금융사들이 연합한 오픈페이에서 한 발 뺀 현대카드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카드 측은 “애플페이 관련 풍문은 사실무근이다”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뒷받침하는 정황이 있어 시장의 관심을 달구고 있다. 앞서 아이폰 유저들을 타깃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던 신한카드 등과의 각축전도 예상된다.

유튜브 통해 전파된 풍문

애플페이 루머는 복수의 인터넷 소식통에서 ‘유출’로 시작했다. 지난 8일 인터넷 커뮤니티 뽐뿌에 ‘애플페이가 9월부터 가능해집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게 발단이었다. 자신을 현직 개발자라고 밝힌 글쓴이는 “현대카드 독점으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다. 또 결제 방식과 관련해 “와이파이 표시에 뭔가 갖다 대는 표시가 있는 카드 단말기면 사용 가능하다”며 “부가통신사업자(VAN) 담당자에게 요청받았다”고 했다. 

같은 날 애플의 공식 광고 영상을 취급하는 유튜브 채널인 ‘사과상점’에는 애플페이 광고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4개 게재됐다. 이 같은 소식은 애플 아이폰 유저들에게 빠르게 알려졌고 크게 이슈가 됐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현대카드가 올 하반기 애플페이 서비스를 위해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정보통신(KICC), 키스(KIS) 등 VAN사들과 기술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페이의 초창기 사용처로 현대카드가 독점 계약을 맺고 있는 코스트코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다만 현대카드측은 일련의 커뮤니티 글과 언론 보도 등을 일체 부인하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상태다. 

현대카드가 해당 소식을 루머로 일축했지만, 애플 아이폰 유저들은 애플페이 상륙에 대한 기대는 크다. 지난 4월 애플은 자사 공식 홈페이지에 한국과 일본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맡을 간부급 인력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채용 공고를 게재해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다. 

근무지는 일본 도쿄이며 담당 업무는 애플페이와 아이튠즈, 앱 스토어, 애플 뮤직, 아이클라우드 등 애플 플랫폼의 결제 서비스 전략 수립이라는 게 당시 공고에 실린 내용이었다. ‘한국’이 서비스 지역으로 명시된 점을 들어 애플페이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번 현대카드와의 콜라보레이션 루머는 이런 관측에 신빙성을 더하는 단서로 해석되고 있다. 과거 애플 공고에선 서비스 영역이 애플 내 플랫폼에 국한돼 애플페이 도입 시 기대 수익이 물음표로 남았었다. 간편결제의 매력은 외출 시 휴대폰 단말기 하나로 각종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마트, 백화점 등 주요 사용처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카드와 협조하는 경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코스트코에서 서비스할 경우 현대카드가 독점 제휴를 맺은 터라 결제 단말기 공급 등 시스템 정착에 필요한 투자도 어렵지 않다는 해석이다. 

현대카드, NFC 기반의 애플페이로 갈아타며 승부수 거나?

현대카드는 올 들어 삼성페이와 거리를 두고 있다. 올 초 현대카드는 자사 앱으로 삼성페이를 이용하는 ‘간편 등록’ 서비스를 끝냈다. 삼성 측이 제휴 연장 여부를 협상하면서 사용료를 부쩍 늘린 것이 원인이다. 종전까지 삼성페이 사용료는 연간 5억원이었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15억원으로 인상하고 계약 기간도 5년 단위로 늘렸다. 현대카드와 함께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도 같은 이유로 이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다.

이후 신한카드, 하나카드 등 회사들이 연합해 하나의 앱으로 여러 카드를 이용하는 금융사 자체 앱인 ‘오픈페이’를 만들었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오픈페이 운영 경과를 지켜본 후 차후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여기서 빠졌었는데, 애플페이 단독 제휴가 현대카드의 노림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간편결제에서 결제 기술이 바뀌고 있는 점도 애플페이 진출설에 힘이 실리는 배경 중 하나다. 그동안 애플은 애플페이 한국 론칭을 위해 카드사와 협상했지만, 결제방식이 발목을 잡아 번번이 불발됐다. 국내에서 카드 결제에 쓰는 단말기는 대다수가 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MST) 기반인데, 아이폰은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만 지원한다. 

애플페이를 서비스하려면 카드사가 NFC로 결제할 수 있는 단말기 등 인프라를 보급해야 하는데, 카드사 입장에선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이었다. 현재 국내에 NFC 단말기를 구비한 가맹점은 전국 6만~7만개 수준이지만 MST는 280만여개에 달한다. 과거 애플은 카드사에 한 대당 10만~15만원 수준의 NFC 단말기에 대한 투자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NFC 결제 방식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한국 역시 이런 추세에 따라 장차 NFC로 옮길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삼성페이에서 MST 방식 지원을 순차 중단하기로 했다. 장차 NFC가 대세가 될 거라면 현대카드는 여기에 일찌감치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애플페이에 필요한 NFC 투자 부담이 예전보다 줄어든 셈이다.  

간편결제 시장 지각변동될 수도 

현재 간편결제 시장은 경쟁 구도가 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페이 소식이 업계에서 한층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그동안 휴대폰 제조사의 삼성페이와 빅테크 기업의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가 8할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금융사 비중은 비교적 적었다. 이런 가운데 내달 말부터는 오픈페이도 출범할 예정이다. 삼성과 빅테크 위주였던 시장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만 일부 금융사가 오픈페이에 합류하지 않은 점을 들어 기대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애플페이가 새롭게 등판한다면 이와 손잡는 카드사는 아이폰의 충성고객들을 새롭게 확보하고 유리한 고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올해 1~3월 집계 기준 삼성이 65.87%로 1위이고 2위가 애플(27.14%), 3위가 엘지(4.43%) 순이다. 

그동안 아이폰 유저를 타깃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구축했던 타 금융사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의 경우 애플페이 자체와 제휴하는 대신 아이폰에 '터치결제용 아이폰 케이스(웰렛)'를 부착하고 신한플레이(신한pLay) 앱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가맹점 결제 단말기에 결제 모듈을 탑재해 아이폰 이용자들이 해당 앱으로 모바일 결제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혔다. 애플의 자체 앱에서 결제 가능한 애플페이가 나온다면 이들 이용자 수요도 이동할 수 있다.


이재형 기자 silentroc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