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사진=픽사베이 제공)
미국 뉴욕 맨해튼 (사진=픽사베이 제공)

세계적 도시개발협회인 어반 랜드 인스티튜드(ULI)의 작년 글로벌 회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후 변화 적응과 완화가 저렴한 주택, 재생 가능과 녹색 에너지, 기존 인프라 유지 관리, 대중교통 등과 함께 글로벌 5대 인프라 우선순위에 포함됐다. ULI는 기후 완화와 관련해 ‘워터 스마트 개발과 도시 전경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전략은 부동산 개발 이전 단계, 실내, 실외, 지속적인 자산, 물관리 분야 등으로 구분했다. 여기서는 개발 이전 단계에 해야 할 전략에 정리해 본다.

담수는 지구 물의 3% 미만이며, 이용 가능한 담수는 1% 미만이다. 물을 절약하고, 사용 효율과 재사용을 늘려야, 인류의 지속 가능 성장이 가능하다. 건조지역은 늘고 있지만, 다행히 물 사용 효율성은 나아지고 있다. 미국은 1950~2015년 사이에 인구가 두 배로 증가했지만, 담수 취수량은 1980년대에 정점에서 다시 1960년대 수준으로 절약됐다(미 지질조사국). 부동산 개발 초기부터 물 효율 개선 비용에 투자하면서, 비용 절감, 추가적 가치 창출, 기본적인 물 확보가 보장되고 있다.

도시의 외연적 확산보다 기존 도시 내에서 고밀도 개발 패턴이 물의 사용량과 부족을 줄이고, 물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도시 내 개발은 기존의 수자원, 유틸리티, 기반 시설 등을 활용하고, 교외의 자연과 농지를 보존하는 데 한몫한다. 또한, 콤팩트, 복합 용도, 보행 위주, 대중교통 중심의 개발은 불투수성 지표면과 오염된 도시 유출수를 줄여 하천 유역 보호, 기후 완화, 도시 생활, 건물 등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은 관련 프로그램(Sustainablesites SITES)을 통해 토지 개발 시 생태계, 기후 규제, 탄소 저장, 홍수 완화 등의 개선을 권장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물 수요 감축, 홍수 시 빗물 여과와 저장, 야생 동물 서식지, 에너지 절약, 대기질, 건강, 야외 여가 활동, 부동산 개발 실행 기준 등의 벤치마킹 역할도 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시 도시 상하수도 기반 시설, 물 구매권과 임대권, 물 재사용 시스템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입지가 중요하다. 담수 공급은 인구 증가, 오염 증가, 식수 접근 등에서 중요하다. 미국의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등 11개 주는 제한된 수자원으로 인해 부동산 개발 허가 시 지속적인 물 공급 여부를 따진다. 가뭄이 이어지고 지하수가 고갈된 지역에서는 개발 사업의 물 사용량과 효율성 여부에 따라 물 가격이 조정된다. 미국은 물 효율 등급 시스템을 운영해 부동산의 물 사용량을 예측한다. 부동산 회사는 물 효율성 목표를 설계에 반영해 달성 여부를 사전에 진단할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이 운영하는 부동산 시설의 물 절약 계산식(WaterSense at Work)이 금융과 보험 결정에서 중요 역할을 주고 있다. 물 효율성은 자산, 지역 사회, 환경, 운영 등에서 비용을 줄이고, 사용 가능한 물 확보와 건물의 명성을 높인다. 상하수도와 에너지 요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부동산의 물 절약은 자금 조달, 임대료와 보험료 수준, 유틸리티 비용, 투자 수익 개선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시설은 일반적으로 15~35% 이상의 물 절약이 가능하다. 

물을 절약하는 워터 스마트 시스템을 채택하면 ESG 투자, 녹색 대출, 청정에너지 건물 펀딩, 보험 등에서 유리해진다. 특히 보험료는 물과 에너지의 효율성과 절감액에 따라 계산된다. 1995년 이후 이런 지속가능성 자산은 25배나 증가했다. 지금 ESG는 회사 운영, 부동산 투자, 임대, 관리 등 자산의 모든 수명 주기에 반영되고 있다. 자연재해로 부동산의 물리적 피해가 증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난 7분기 동안 자산 보험료가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에어컨 수요가 늘고, 물 공급이 줄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유틸리티 비용이 늘고 있지만, 물과 에너지 요구 사항을 지키면 비용이 완화된다. 

글로벌 부동산 지속가능성 벤치마킹(GRESB)은 부동산과 인프라 기업의 ESG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비교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부동산 관련 회사, 펀드, 리츠, 개발사, 인프라 펀드 매니저, 자산 운영자 등은 이 시스템을 사용하여 ESG 성과를 평가한다. 전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틀로 수행되므로, 평가 결과에 따른 해결을 조치할 수 있다.

물 효율성을 부동산에 가장 싸게 채택하는 방법은 초기부터 설계와 건설에 반영하는 것이다. 물 행동 계획은 설계, 자재, 건설, 조경 등에서 물 절약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범용적으로 사용하는 녹색 건물 인증 프로그램에는 LEED, Alliance for Water Stewardship, WaterSense, SITES, Living Building Challenge, BREEAM 등이 있다. 투자자들도 이런 유형의 ESG 인증, 등급,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를 찾고 있다. 수질 보존과 보호의 우선순위는 건설 사양, 모든 입찰, 계약 등에 포함되어 구현되고 있다.

물 관련 환경 영향 평가를 제품의 모든 라이프사이클 단계에서 선행적으로 분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원료 추출과 가공부터, 제조, 유통, 사용, 재료의 재생, 재활용, 최종 폐기 등까지 평가된다. 부동산과 건설 분야에선 이 분석을 통해 ESG 목표 달성, 장기적 비용, 혜택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건설 폐기물을 줄이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물 낭비를 줄이고, 중수를 사용하여 건설비를 낮출 수 있다. 또한, 건설 오염 물질을 통제하고 유지해 하천, 범람원, 초목, 토양 등의 교란을 최소화한다. 물관리 글로벌 표준 플랫폼인 AWS는 물을 절약하려는 기업에 표준, 인증, 책임 체계를 제공하여 물 문제를 공유하고, 현장별 물 위험과 기회를 이해시키고 해결을 돕고 있다. 

KB Home은 미국에서 가장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주택은 Double ZeroHouse(순 제로 에너지 및 순 제로 물)라고 해 WaterSense 인증 비품, Energy Star 인증 식기 세척기, 실시간 수량계, 물 효율적인 조경 등을 융합한다. 일반 가정보다 연간 10만 갤런(4인 가구 기준)의 물을 절약한다. 주택 자체의 태양광만으로 1년 치 에너지를 생산하고, 조경용수는 중수만 사용한다. 중수는 지하에서 하수를 수집·여과해 주택당 연간 4만~7만 갤런의 물을 재사용한다. 추가 선행 투자비로 4.8만 달러를 설계와 건설에 투자하면, 연간 유틸리티 약 2700달러를 절약해 초기 투자비를 빠르게 상쇄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장마와 태풍 시즌을 제외하고는 가뭄이 심해지고 있다. 도시의 외연적 확장보다 도시 내 고밀 개발을 통해 물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미국의 여러 시스템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프로필

▲한양대 도시대학원 겸임교수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ULI 코리아 명예회장 ▲한국도시부동산학회 부회장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