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에서 촬영한 구자철 입단 사진.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한라산 백록담에서 촬영한 구자철 입단 사진.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오피셜’과 ‘옷피셜’은 익숙한 용어가 됐다. 선수 영입 등 공식적으로 결정된 사안을 올리는 ‘오피셜(Official)’과 선수 영입 때 선수가 구단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인 ‘옷피셜’이 나왔느냐로 영입이 완료됐음을 인식하기 때문.

구단 유니폼을 입고 머플러 정도만 들고 구단 클럽하우스나 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며 찍는 것이 기본이었다면 이제 ‘옷피셜’도 진화하고 있다. K리그 구단들의 아이디어 경쟁으로 특이하고 재밌는 입단식 사진 풍경이 연출되는 사연을 알아본다.

구자철의 한라산 백록담에서 입단 사진

지난 3월 11년만에 K리그로 돌아온 구자철(33). 2010년을 끝으로 제주 유나이티드를 떠나 독일로 갔던 구자철은 그 사이 런던 올림픽 동메달, 두 차례의 월드컵 출전, 아시안컵 득점왕은 물론 아우크스부르크의 전설로 등극하는 엄청난 커리어를 쌓고 다시 제주로 왔다.

그의 복귀만으로도 화제인데 입단식 사진은 충격을 안겼다. 바로 팀 연고지인 제주도의 상징인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입단 사진을 찍은 것. 처음엔 모두가 합성인지를 의심했지만 아직 입단 발표가 나기 전 백록담에서 구자철이 출몰했다는 ‘썰’과 사진이 유출되며 크게 화제가 됐다.

제주 구단은 백록담에서 포즈를 취한 구자철의 사진과 함께 구자철이 오전 7시 50분 성판악에서 출발해 오전 11시 25분 백록담에 도착한 영상까지 공개했다. 3시간 30분에 거쳐 백록담에 오른 구자철은 30분여간의 사진 촬영을 끝으로 2시간에 거쳐 다시 하산했다.

그렇게 구자철은 하산 후 ‘한라산피셜’을 기획한 제주 유나이티드 구단 직원의 멱살을 잡는 모습도 공개돼 웃음을 남겼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옷피셜이었지만 가장 높은 곳, 그리고 특이한 입단식 사진으로 남게 됐다.

중공업 근로자야? 해외에서도 놀란 울산 중공업피셜

지난 7월 울산 현대는 헝가리 출신 공격수 아담 머르틴(28·등록명 마틴 아담)을 영입했다. 아담은 지난 6월 헝가리 국가대표로 잉글랜드를 상대로 2도움을 기록할 정도의 기량과 191cm에 95kg의 거구의 스트라이커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웠다.

그의 잉글랜드전 활약이나 신체 조건은 공개된 입단 사진에 비하면 덜 놀라운 것이었다. 그의 입단식 사진이 바로 울산에 있는 현대 중공업 공장에서 촬영됐기 때문. 울산 현대의 모기업인 중공업에서 근로자들이 실제로 입는 옷과 장비로 공장 안팎에서 촬영한 ‘옷피셜’은 중공업 외국인 근로자와도 딱 맞았다.

큼직한 해머 등 장비까지 드는 것은 물론 실제 근로자들과도 일하는듯한 사진을 찍은 모습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아담의 고국인 헝가리에서는 ‘취업사기를 당한거냐’, ‘공장에서도 일한다는 걸 말하지 않았나 보다’, ‘진짜 직업을 잃어버렸나’와 같은 놀라움과 장난섞인 댓글들로 크게 관심을 보였다.

울산 현대의 모기업 홍보와 함께 헝가리 국가대표 공격수 영입을 널리 알리게 된 아담의 중공업 옷피셜이었다.

드라마 인기에 숟가락 ‘우영우식 인사도’

현재 국내 최고 인기 드라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에피소드 중 나온 팽나무는 크게 화제가 됐고 그곳이 경남 창원의 동부마을에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인기 관광지로 부각되기도 했다.

창원을 연고지로 하는 경남FC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로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의 입단식 사진을 바로 이 팽나무에서 찍기로 한 것.

여름이적시장 동안 주장이었던 브라질 외인 선수 윌리안이 거액에 경쟁팀 대전 하나시티즌으로 떠나고 공격수 외인 에르난데스도 무고사가 떠난 인천 유나이티드의 대체자로 이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자로 영입한 카스트로를 팽나무 아래로 데려간 경남은 포즈를 취하며 입단 사진을 찍은 것은 물론 드라마 유행어인 '우 to the 영 to the 우'를 외친 후 '카 to the 스 to the 트로'를 외치고 특유의 '댑' 포즈까지 취하게 했다.

카스트로는 부끄러워하는 듯 하면서도 곧잘 해냈고 입단식 사진과 유행어와 포즈가 담긴 영상은 크게 관심을 끌었다.

인기 드라마를 활용한 입단식 사진 역시 기존 옷피셜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남겼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